세상에는 두 가지의 힘이 있는 듯하다.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다가와 모든 것을 흔드는 거대한 파도, '포르투나(Fortuna)'라는 이름의 운명. 그 파도 앞에서 어떻게든 버텨보려는 인간의 미약한 의지, '비르투(Virtu)'라는 이름의 역량. 삶은 이 두가지 힘의 영원한 투쟁의 기록과 같다.
나의 포르투나는 유독 변덕스럽고 가혹하다. 예고 없이 찾아와 나의 집중력을 흩어놓고, 단단하게 쌓아 올린 계획을 모래성처럼 무너뜨린다. 어제까지의 평온이 오늘의 혼돈을 설명하지 못하는 불연속성, 그것이 내가 마주한 운명의 얼굴이다. 이 거대한 힘 앞에서 개인의 의지는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렇다면 나의 비르투는 무엇인가. 그것은 포르투나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 운명을 해석하는 힘이다. 실패의 경험으로 '개인의 사전'을 채워나가는 것이고, 몽당연필에서 '종단의 문제'를 읽어내는 것이다. 나의 비르투는 세상을 바꾸는 능력이 아니라, 무너진 세상 속에서 나만의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를 지키려는 필사적인 저항이다.
포르투나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의 비르투를 단련한다. 매일의 글쓰기로, 흩어진 생각을 붙잡아 문장으로 만드는 것으로. 완전한 승리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무모한 저항을 멈추지 않는다. 이 투쟁 자체가 나의 삶을 증명하는 유일한 방식이라는 것을, 나는 조용히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