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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D케터 Aug 26. 2023

사랑과 혐오 사이,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 걸> 후기

생각하는 D케터의 드라마 이야기 [생각하多]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 걸> 후기

#고현정 #나나 #이한별 #염혜란 #안재홍


“사랑과 혐오 사이, 외모 지상주의 사회에 대한 경종.”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 걸> 은 잘 만든 넷플릭스 작품의 특징적인 요소들을 잘 갖추어 만들어 낸 드라마였다. 자극적인 소재와 시의성 있는 주제, 중간에 멈추기 어려울 정도로 뒷 내용을 궁금하게 만드는 연출 그리고 오프닝 시퀀스부터 시작되는 미장센의 높은 퀄리티까지.


이 드라마는 어릴 적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주목받고 싶다는 욕망이 컸으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로 인해 억눌려 살아왔던 주인공 ‘김모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김모미’의 삶은 ‘김모미’ 개인의 불행으로 끝나지 않고 다른 불행과 사건들을 불러일으키는 구조를 가지게 되는데, 이는 마치 핵분열 연쇄 반응처럼 극 중 다른 인물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또 다른 사건을 낳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혐오와 불행의 메커니즘은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지독하게 맞닿아 있다.


특히, 두 번째 에피소드인 ’주오남‘의 이야기에서 디지털화된 사회 속 개인의 모습과 선택적 소통에 따른 혐오의 확산 메커니즘을 자세히 엿볼 수 있다.

선택적 소통을 다룬 사례는, 작품 내에서 ’주오남‘이 실질적인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인터넷 방송 BJ에게 돈을 지불하는 일방적인 소통을 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혐오의 확산 메커니즘은 ’마스크 걸‘의 팬 커뮤니티에서 ’핸섬스님‘이라는 인물과 ’남성의 성기를 자른 범죄를 저지른 여성 범죄자‘의 모습을 통해 짧게 그려지는데, 온라인상 본인이 속한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 속에서 사회적 규범으로 인해 ’남들이 하지 못한 행동을 자신이 나서서‘ 하거나 ‘혐오의 대상을 보다 큰 소리로 비난’함으로서 마치 자신이 남들이 하지 못한 일을 대신했다는 영웅 심리에 취하고, 커뮤니티 내에서만 일종의 찬양을 받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드라마 <마스크 걸>은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 속에서 이러한 불건전한 소통이 확산되며 사회가 서서히 부식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선택적 소통과 혐오가 만연한 시대 속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것은, 자신이 사랑하거나 찬양에 가까운 애정을 쏟아붓는 존재에 대해서는 신격화에 가까울 정도로 옹호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에 반하는 존재들은 혐오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 자신과 다른 의견 혹은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은 완전히 배척하는 문화가 자리 잡게 되었고, 그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 속 수많은 비극을 불러오고 있다.


‘모두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다.‘ 라는 생각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환상에서 비롯된 뒤틀린 욕망은 ’외모 지상주의‘를 만나 더욱 병들어간다. 대중은 철저히 상업화를 위해 조작된 이미지와 영상물을 보며 자신의 외모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급기야 이 환상이 심해지면 자신에게 발생하는 문제들이 모두 외모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마스크 걸>은 그러한 사회에 대해 이로 인해 벌어지는 극단적인 상황의 연쇄적 충돌을 보여주며 경고의 메시지를 던진다.


”남겨진 가족의 삶, 그리고 사적 복수의 결말.“

이 작품은 ‘모미’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미모’의 이야기를 통해 남겨진 범죄자 가족들의 삶을 조명한다. 흉악범의 자식이라는 꼬리표로 인해 평생을 고통받는 미모의 삶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어려운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또한 자식을 잃은 슬픔에 잠겨 죄 없는 그녀의 자식에게 사적 복수를 감행하는 ’김경자‘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피해자는 또 다른 가해자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꼭 이렇게 까지 해야겠어요?’라는 김모미의 대사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한 장면을 연상하게 하기도 했지만, 가해자 본인의 입에서 그 대사가 나왔다는 점은 너무나도 아쉬운 점 중 하나였다.


“비극의 극대화, 프로덕션 디자인과 연출.“

드라마 <마스크 걸>에서 인물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감정의 몰입을 돕는 데 프로덕션 디자인 역시 큰 기여를 하고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극 중 아이돌이었으나 동거 중인 여자친구에게 폭력을 일삼던 ‘최부용’을 모미와 춘애가 빨간 끈으로 그의 목을 묶어 잡아당기는 장면이었다. 사건 자체만 놓고 보았을 때 극적인 순간이기도 하나, 어쩌면 진부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는 이 장면은 훌륭한 프로덕션 디자인과 연출적 요소가 맞물려 독특하고도 그로테스크한 아름다움을 담은 장면이 되었다. 끝내 부용이 숨을 거두고 그의 몸부림이 끊기는 순간 발을 비추던 앵글이 내려와 바닥의 붉은 단차가 걸리는 장면은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더불어, ’김경자’의 외딴집 안에 놓인 거대한 바위는 자식의 죽음을 평생 동안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물의 심리적 무게감을 연상시키기도 했는데, 인물의 심리가 공간적으로 잘 시각화되어 작품 속에 녹아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밖에 다른 공간에 있어서, 정말 그들이 사는 곳 같은 현실감이 느껴지면서도 벽지와 같은 요소들을 통해 독특한 미장센을 만들어 낸 점은 역시 류성희 미술 감독 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장르적 특성을 잘 살려 만들다가 마지막 화에서 급격하게 신파적인 연출이 들어갔다는 점이었다. 그중에서도 미모의 우는 얼굴을 정면으로 비춘 것은 마지막 순간의 여운을 급격하게 깎아 먹는 요소가 되기도 했는데, 연출적으로 다른 방식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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