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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하는 D케터 Oct 20. 2023

어느 날 갑자기, 마케터를 꿈꾸다.

응급실에서도 일 생각만 한 대학생의 이야기

2016년 디즈니 뮤지컬 <뉴시즈> 아시아 초연 무대 디자인의 일부

“어느 날 갑자기, 마케터를 꿈꾸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많은 시간들을 곱씹게 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적을 한 발짝 멀리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 것이다. 남의 이야기를 쓰고, 남의 이야기를 팔던 내가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는 첫 시작. 두려움과 설렘 그 절기 어디 즈음 이 마음이 머물고 있다.


콘텐츠가 내 마음속에 들어 온건 언제부터였을까? 누군가 묻는다면 뚜렷하게 답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콘텐츠는 우리의 삶 속에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방식으로 향유하는 시대에 다다랐으니 어쩌면 그 시작을 가늠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나는 그 누구보다 삶 속에서 끊임없이 콘텐츠를 사랑하고 갈망했다. 단언컨대, 콘텐츠는 나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속에 아주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은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조금이나마 그 방향성을 잡도록 만들어 준 것 역시 역시 콘텐츠이다.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면 지금보다는 다소 내성적이었다. 혼자서 그림을 그리거나 드라마,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 마음이 닿은 걸까? 친구와 함께 미술 과외를 받던 어느 날, 선생님이 그림에 재능이 있으니 내게 미술 쪽으로 진로를 잡아보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렇게 예고에 진학했고 서양화를 전공으로 삼게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실기 수업 시간. 늘 한쪽 귀에는 이어폰이 꼽혀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늘 좋아하는 드라마의 음성이나, 좋아하는 영화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드라마와 영화, 공연 및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들은 그림을 그리는 내게 있어 소중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어느덧 대학 입시를 준비할 무렵이 되자, 현실의 벽을 체감하며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사로 잡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영화나 드라마 필드 내에서 미술을 전공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일은, 영화 미술과 공연 무대 디자인이었고 오직 그 과를 가기 위해 미친 듯이 직진한 결과 합격 통보를 받을 수 있었다.


열정만 가득 안고 시작한 대학 생활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그림을 그리는 일. 즉, 회화는 나와의 싸움이었다면 영화와 공연은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닌 일이었다. 자신의 내면을 파고드는 작업과 타인과의 협업 및 조율이 메인이 되는 작업.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자신을 내던지고 적응하는 과정은 꽤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아이디어와 전략을 타인과 함께 빌드업시키고 수정해나가는 과정들은 이후 내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진행하는 것에 있어 큰 자양분이 되었다.


어느 날, 디자인 작업의 일환으로 모델링. 쉽게 말하자면 세트 모형을 만들던 중 강력 접착제가 한쪽 눈의 표면에 튀어 응급실에 가게 된 적이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고통에 괴로워하면서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응급실이라는 공간을 내가 와 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스치기 시작한 뒤 핸드폰 카메라를 들고 공간의 구조와 풍경을 열심히 찍어 두었다. 다행히 응급 처치는 잘 진행되어 시력에는 문제가 없이 마무리가 되었다. 여전히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면 공포스러운 감정이 떠오르면서도 한 편으로는 사랑하는 일에 미쳐 있었던 그 순간의 열정을 돌아보게 된다. 그 마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야겠구나, 하고.


그 밖에도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최선을 다 한 노력의 끝에는 언제나 달콤한 성취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유독 공연의 막이 오르는 순간과 박수 소리가 가득한 커튼콜의 순간을 좋아했다.


힘들고 고통스럽던 과정을 모두 지나, 첫 공연이 끝나고 맞이하는 커튼콜의 순간. 그 벅차오르는 감동은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요즘도 공연을 볼 때면 커튼콜의 순간 벅차오르고 눈시울이 붉어지곤 한다. 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이 들어갔을지를 알기에.


이렇듯 모두의 노력이 집약된 콘텐츠를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찾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생각과 고민이 자연스럽게 나를 마케터의 길로 인도했다. 콘텐츠를 알리는 ‘콘텐츠 마케터’로서의 또 다른 꿈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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