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 솔직 후기 * 스포 주의 *
상상도 못한 한국&미국 현대사가 왜 여기서 나와...?
노동자 현실을 하이퍼리얼리즘으로 그린 블랙 코미디 영화
“진지히거나, 웃기거나, 둘 다 성공하거나.”
미키17은 놀랍도록 영리하면서도 재미를 놓치지 않는 영화였다.
극 중 죽고, 또다시 죽어야만 하는 가혹한 노동 현실에 처한
완전히 순응적 성격을 가진 미키17의 이야기로 시작해,
새로 복제된 정반대의 인격인 미키18의 이야기가 겹쳐지고
그안에서 만난 진정한 사랑이자 리더십의 상징인 나샤와 함께 껍데기만 남은 정치인 케네스 마샬과 그를 조종하는 아내를 무너뜨리고 결국 노동자의 인권을 말살하는 기술과 제도를 끊어내는 완벽한 사회적 판타지를 구현해 ‘미키 반스’ 스스로의 인간성을 되찾는 결말이 인상적이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마다 죽는 미키17의 모습은, 현대 사회 속 노동자와 아주 유사하다. 아니,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매 순간 죽을만큼 힘든 현실에 처한 노동자가 곧 마주하게 될 고통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끔찍하리만큼 고통스러운 일들을 참아가며 처리한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가 겪는 고통은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죽으면 다시 부활 하니까, 월급날이 오면 돈이 들어오니까. 계약 상 당연한 것들로 치부되며 노동자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당한다. 계약에 묶인 노동자 미키 17은 죽기 싫어서, 잘리기 싫어서 끔찍한 고통을 견디면서도 모든 상황에 ‘괜찮다‘는 말을 반복한다. 자신의 신체를 복사된 몸이라 폄하하고 각종 비인간적 실험에 멋대로 이용하는 마샬 부부에게 그저 죽음을 모면하기 위해 ‘감사하다’고 까지 말한다.
반면, 반복되는 죽음을 경험하지 않는 다른 직무를 가진 이들은 그것이 무례한 질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미키에게 묻는다. “죽는다는 건 어떤 기분이야?” 그 질문에 고민하던 미키17은 대답한다. “그냥 매번 두렵다.”고.
반복되는 죽음과 같은 고통과 인권이 무시되는 노동 속에서 그 누가 두렵지 않겠는가. 이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면서 뛰어들어야 하는 현실과 불합리함을 받아들이는, 체념하는 미키17은 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대인의 모습 그대로를 그려내고 있다. 그에 반해 냉철하고 현실 파악이 빠른 미키18은 이 모든 불합리함에 분노하고, 개선하기 위해 행동한다.
미키17과 미키18은 너무나 다른 자신의 모습에 서로를 탐탁치 않아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순응하는 나도, 저항하는 나도, 스스로와 싸우는 나도, 결국 두 명의 미키는 모두 ‘미키 반스’다. 살아남은 미키가 희생한 미키의 도움을 바탕으로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새로운 사회를 구현한다. 그제서야 미키17은 ‘미키 반스’, 나 자신이 된다.
극 중 마샬 부부는 부패한 리더십의 대표성을 지닌다. 조종하는 자, 껍데기만 리더인 자, 종교 세력을 이용하고 종교를 맹신하며 자신의 부당한 착취를 정당화하는 자. 다른 대상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하고 혐오를 부추기는 자.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샬 부부의 모습은 아주 익숙한 불쾌함을 선사한다. 영화 ‘미키 17’은 놀라울 정도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판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위트있는 지성의 신랄한 사회 비판과도 같다.
이 영화는 소름 끼칠정도로 현실적이면서도 판타지적 요소를 갖고 있어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내고, 웃음을 자아낸다. 너무나 영리하고 진지하고 웃기기까지 한데 영화적인 재미도 갖추고 있어 보는 내내 영화인이라면 그 재능에 질투가 날 정도다.
TIP!
아직 미키 17을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단, 베드신이 약간 존재하니 같이 봐도 뻘쭘하지 않을 대상과 함께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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