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클라베 후기(리뷰)
침묵의 전쟁 속, 불완전함의 아름다움 #콘클라베 후기
‘이토록 조용한 욕망의 난투’
설령 그곳이 서로 사랑하고 욕망을 모두 내려놓으라 가르치는 종교 집단일지라도, 인간이 모이는 곳에는 언제나 권력과 정치가 생기기 마련이다.
서로의 약점을 찾아내 헐뜯고, 상대를 끌어내리고, 심지어는 함정에 빠트리고 공공의 적을 만들어 지지자의 결속을 다지려는 끔찍하게 폐쇄적인 혼란 속 관객은 깨닫게 된다. 그중 누구도 완전무결한 자는 없다는 사실을. 그것은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흠결 없는 자가 어디 있는가? 안타깝게도 증오는 너무나 빠르게 형성되고 그 전염성은 가히 치명적일 정도로 강력하다. 남의 흠결을 잡아 바닥으로 끌어내리려는 혐오와 증오가 만연한 사회 속에서 당신은 누구의 욕망에 의해 조종당하고 있는가.
증오가 가득한 과거의 잔재인 전쟁을 멈추고 진정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미래의 모습은 무엇인가? 베니테스 추기경의 대사 속에서 우리는 이 시대 속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곱씹어보게 된다.
‘아는 것이 고통이다.’
극 중 로렌스가 죽은 교황의 방에 증거를 찾으러 들어가서 방을 둘러보다 우는 장면을 보며 필자도 함께 울었다. 평생 십자가를 진 예수의 삶처럼, 평생을 내부 정치와 자신의 흔들리는 교회에 대한 믿음, 모두에 대한 의심을 거둘 수 없어 고통받던 교황의 심적 무게를 짧은 기간의 콘클라베를 통해 적게나마 느끼게 된 로렌스는 그 고통의 크기가 감히 어느 정도였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대단히 힘겨웠음을 느꼈을 것이다. 죽은 교황의 뼈아픈 외로움과 고통을 공감하며 그에 대한 그리움이 함께 몰아치는 감정을 잘 그려낸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권력을 원하지 않는 자, 누구인가?’
그 누구도 권력을 탐하지 않는 자 없으니, 주인공 로렌스도 처음에는 스스로 자기 암시를 걸며 교황직에 관심이 없다며 부정하다가 다수의 시선과 지지가 자신에게 오는 것을 느낀 순간, 자신의 이름을 투표용지에 적는다. 그러기가 무섭게 폭탄 테러로 인해 성당의 창문이 터지며 성스러운 빛줄기가 그를 향해 내려온다. 욕망을 향해 손을 뻗는 그에게 내밀어진 하늘의 마지막 구원의 손길이자 엄중한 경고처럼 장엄하다.
‘불완전함의 아름다움, 자신의 사명‘
가장 완벽해 보였던 베니테스의 비밀을 알게 되는 순간, 관객은 깨닫게 된다.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베니테스가 취하는 태도를 보면, 우리는 모두 존재적인 차원의 위로를 받는다. 내가 불완전하고 못났다고 느꼈던 나 자신도 결국 나이며, 불완전해 보일지 몰라도 내가 나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자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위대하든, 평범하든 누구나 자신만의 사명이 있으며 하찮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불완전하고, 우스꽝스럽고, 추하지만 따뜻했던. 돌아보니 그저 존재 만으로 아름다웠던 우리의 인생. 영화 <콘클라베>는 어쩌면 <미키 17>과 닮은 구석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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