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개집살이 49
애기가 백일을 넘어가면서 우리에게도 백일의 기적이란게 찾아왔다.
아이는 바깥 세상에 조금 적응한듯 생활 루틴을 갖기 시작했고, 낮과 밤이 뒤집혔던 우리 생활도 다시 원래의 패턴으로 돌아왔다. 바야흐로 '육퇴'라는걸 할수 있게 된 것이다.
육퇴후 신랑과 집정리를 하고 나면 편하게 쉴수 있는 시간이 두 시간 남짓이었지만 육아에만 쩔어있던 앞전의 날들에 비하면 정말 꿀맛 같은 시간이었다. 주량이 약하던 내가 맥주에 빠지게 된 것도 이 무렵이었다. 전에는 맥주 오백만 먹어도 얼굴이 벌개졌었는데 육퇴를 하고 나면 왜 그렇게 맥주가 당기던지...신랑과 종종 육퇴후 맥주를 마셨다.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고 서로를 토닥이며 그런데 그렇게 우리가 회포를 풀고 있을때면 잠든줄 알았던 시어머니가 거실로 나오셔서 한마디씩 하셨다.
"애기 자냐? 애기 잠들었으면 너네도 얼른 자."
이 말씀을 꼭 집 다치우고 좀 쉬려는 찰나에 나오셔서 하셨다. 한번은 설거지며 주방정리를 끝내고 겨우 소파에 앉았는데 시어머니가 물 마시려고 나오신 척 하시며 주방을 둘러보셨다. 그리고는 또 말씀하시길.
"다 치웠냐? 다 치웠으면 얼른 자라."
나는 이 말이 너무 듣기 싫었다. 마치 애 다보고 집 다치웠으면 이제 전원 off를 하라고 로봇에게 명령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하루 중 육아와 살림이 아니면 깨어있을 의미도 없다는 건가? 피곤함에 예민하게 느낀걸수도 있었지만 예민하다고 하기에는 시어머니의 간섭이 심했다.
집 정리를 다한 저녁 10시 무렵 나오셔서 매일 하는 한마디
"다 치웠으면 일찍 일찍 자라."
신랑과 킬링타임으로 영화라도 한편 보고 있으면 나오셔서 한마디
"안자냐? 얼른자!"
오랜만에 새벽감성에 젖어 글이라도 몇 자 적으려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면 한마디
"리사야! 얼른자! 내일 피곤해 하지말고!"
아놔 어머님은 왜 안주무시나요?
일정시간 나와서 자라고 하시는 시어머니의 모습이 꼭 알람시계 같았다. 이 깊은밤 안자는건 우리뿐만 아니라 본인도 안주무시고 있다는걸 모르시는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