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사는 연습, 오늘도 새벽부터.

습작노트

by 에이프릴맘







아이로 채워진 삶


보통의 여자들이 그렇듯 나 또한 아이를 낳고 나의 세계는 완전히 바뀌었다. 오로지 '나'로만 채워졌던 삶은 어느새 온전히 '아이'에게 자리를 내주며, 나는 사라진듯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별 대수롭지 않았다.

첫째 아이를 만나고, 나 대신 아이로 채워지는 삶은 그저 행복했고 환희 그 자체였다. 아이가 주는 기쁨을 세상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하지만 아이의 성장과 함께 부모로서 처음 마주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한 육체적, 감정적 소진은 상상초월이었다.




다시 떠오르는 자아


정신없이 육아를 하다가 이제는 좀 살만해졌는지 슬금슬금 자아가 올라왔다. 점점 아이로'만' 채워지는 삶이 버겁게 느껴졌다. 이 삶에 보상이랄 건 없었다. 그저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준 것이 보상이었을까.

나는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그것은 나와 남편의 선택이자 동시에 하늘이 주신 선물이었다. 이를 저버리지 않고 두 아이의 엄마로 충실히 살면서도, '나'로도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필사적으로.




나로 살기 위한 첫걸음: 새벽을 깨우다


나로 살기 위해선 일단 혼자여야 했다.

그저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다시 나로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마침내 이 새로운 인생 목표를 실현한다. 그것의 시작은 새벽 기상이었다.

유독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이었으나, 이것만이 나의 살 길이었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이후로 '혼자 있고 싶은' 욕구는 잠순이의 아침을 깨울 정도로 뜨거웠다.

처음엔 아침 6시로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부족해 지금은 5시에 알람이 울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4:50, 4:55, 5:00, 5:05, 5:10 - 다섯 번의 진동이 머리맡에 울리고, 알람을 몇 번이고 끄다가 마지막 즈음에 겨우 일어난다.

일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일어나는 건 힘들다.

100일간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습관이 된다고 누가 말했나. 왜 나는 아직도 알람을 5개는 맞춰야 겨우 일어나는 걸까 신기하다.




고요한 새벽, '나'로 가득 채우다


어쨌든 나의 첫 새벽은 운동, 영어 공부, 성경 필사, 독서, 글쓰기 등으로 다채롭게 채워졌다. 조용하고 고요한 공간에 홀로 있다는 느낌은 짜릿하고 황홀하기까지 했다.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을 온전히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소중함과 감사함은 아이가 없었다면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의욕이 가득하여 시간을 쪼개가며 여러 가지를 해보았지만, 결국 지금까지 꾸준히 나의 아침을 채우는 건 독서와 글쓰기다. 책의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더 자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일어나 책을 읽고, 독서 감상을 비롯한 여러 기록들을 블로그에 남긴다. 조용히 나와 마주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이 시간들이 나를 나답게 살게 해준다.




또 '나'로 살게 하는 것들.


새벽 시간 외에도 나로 살게 하는 것들이 있다.

아이들 눈치가 보여 텀블러에 따라 마시는 저녁 후 맥주 한 잔.

맛있는 원두를 주문해 매일 내려 마시는 모닝커피.

아이들과 나들이나 체험하러 나갔다가 꼭 검색해서 들르는 커피 맛집에서의 한 모금.

요즘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입덕하여 간간이 하게 되는 박진영 덕질.

그리고 아이들이 자는 주말 밤, 아침을 포기하고 지금 마시고 있는 화이트와인 한 잔.

이 모든 것을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행복에 겹다.




균형 잡기


"너는 가정적이지 않아. 너만 생각해."

남편의 볼멘소리를 오늘도 들었다.

아침 아이들 외출 준비를 하는데 블로그에 글을 쓰느라 돕지 않는 나를 보며 그는 한숨을 쉬었다. 가끔 이렇게 눈치 없이 적당히 끊지 못하고 하는 게 문제다.

점점 뻔뻔해지는 나 자신이 좀 너무한가 싶고, 남편에게 미안하다.

'나'로 사는 것과 '엄마와 아내'로 사는 것의 균형.

그 균형을 맞추는 것도 잊지 말자.

내 행복이 다른 이, 특히 소중한 내 가족의 불행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