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그대는 안녕한가
우린 여전히 열일곱 그대론데
아무도 모르는 듯하네
지금까지 어찌저찌 기적처럼 살아왔다만
어른이 아닌 것을
어른이 되라기에
어른 행세를 해본다네
이즈음 되어도 두 발 붙여 간신히 서있거늘
잡아주진 못할망정
세상은 무거운 짐 턱턱 잘도 얹는구나
내 아이는 이제 날갯짓을 하고
나의 손을 놓으려는데
아직은 살결 여린 그 손 행여 놓을세라
꼬옥 붙잡고 놓질 못하거늘
아이가 날 붙들었던 건지
내가 아일 붙들었던 건지
친구여 내 손잡지 않겠소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
누가 미혹 받지 않는다고 했던가
여전히 미혹되는 불혹인 것을
공자님이야 흔들리지 않았을거늘
나는 여직 이리도 흔들리는데
친구여, 그대는 안녕한가
- <불혹>, 자작시 -
불혹을 '부록'처럼.
'부록'은 책의 본문과는 별개로 독자가 이해를 돕거나 참고할 수 있도록 자료, 해설 등을 실어놓은 부분이다. 어려운 책일수록 부록은 큰 역할을 하고, 친절한 부록은 독서의 길잡이가 된다. 또한 잡지나 상품의 부록도 있다. 잡지 등에 끼워주는 부가적인 물건이나 소책자를 의미한다. 잡지 출간일에 맞춰 서점에 들러 부록들을 찬찬히 살피고 골랐던, 좋아했던 가수 브로마이드를 그렇게 모았던 기억에 웃음이 난다.
불혹을 곱씹다 발음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이 부록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부록이 주는 친절함과 덤의 기쁨을 생각하다 문득 내 삶도 부록과 같다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조금은 억지스러워도, 이 이상한 사고의 흐름과 말장난에서 나름의 통찰을 얻는다.
요즘의 친절은 흔치 않기에 소중하고, 더욱 절실하다. 친절은 약자의 태도가 아닌 인간다움의 증거임을 기억하자. 보통의 사람보다 조금 더 친절한 사람이 되어보기로 한다. 여기에 덤의 가치까지 더해본다면 완벽한 '부록 인생'이다. 무엇이든 덤으로 얹어 줄 수 있는 넉넉함을 가진, 누군가에게 '짐'이 아닌 '덤'이 되는, 선물 같은 인생 말이다. 내 나이 불혹이 됐든 언제가 됐든 '부록처럼 살았노라' 고백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