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끝자락 언제나처럼 연휴 마지막 날은 마구 흐트러져 있다. 이불속에서 맨발을 비비며 느긋하게 늑장을 부려본다. 아버지 차례상 차린 음식으로 일주일은 배부를 테니...
장바구니를 들고 설 전날 동네 재래시장으로 나갔다. 음식 장만할 계획이 없으니 미리 장 볼일이 없었다. 그저 조금씩 살 요량이었다. 삼년전까지는 장을 봐서 직접 차례음식을 만들었었다. 먹을 사람이 없었어도 그렇게 하는 게 맞다생각했다. 그러다 계산을 해보았다. 시간, 돈, 가성비를 생각해보니 필요한 만큼 구입하는 것이 경제적이라는 결론이었다. 그것도 정성으로 담아 차례를 지내는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둠전 한 접시, 삼색나물 한 접시, 두부전, 소금 간 후 말린 조 기 한 마리, 과일 한 개씩 세 가지, 밤, 대추, 생닭 한 마리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막걸리 한병. 양손 가득 장을 봐 돌아오는 길 어깨 가득 서글픔이 가득하다.
이번 설에는 아버지가 좋아했던 장조림 닭을 준 비했다. 생닭을 씻고 간장에 간 마늘, 설탕, 물엿을 넣고 조리면 된다. 닭과 간장 양념이 졸여지는 냄새가 그 옛날 그것과 닮았다. 그 냄새가 나는 날은 높은 부뚜막과 방을 오가는 나의 작은 발이 분주했다. 냄새가 기억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