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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규민 Jul 24. 2022

비 냄새가 생각나면...

비와 그리움

흰 셔츠

짧은 머리칼이 적당히 젖었다.

아마도 깊은 고민에

밤새 술을 마신 듯 보인다.

방금 펴서 쓰기 시작한 비닐우산이

이미 젖은 머리칼보다 뽀송뽀송하다.

정류장을 벗어나 천천히 걸어간다.

마을버스가 오고 두정거장 뒤 내 옆에

그 청년이 섰다.

술냄새가 숨소리에 묻어있다.


어린 청년에게

아들의 모습을 봤다.

등에 힘겨움이 가득한...

세상 속으로 터덜터덜 걸어간다.

마을버스에 아들의 뒷모습을 두고...


비가 잦은 계절이다.

비 냄새가 좋아 비를 좋아하지만 문득 생각나는 피붙이들이 아련하다.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 중에 유난히 비가 그렇다.

비 오는 날 우유 배달할 때가 생각나고,

외갓집 처마 끝에서 양철 바케스로 떨어지던 빗소리가 생각나고,

학교에서 소나기가 퍼붓는 날 우산 없이 집으로 오던 날이 생각나고,

비 오는 날 라면 먹으며 펑펑 울던 때가 생각나서 비가 몹시 미워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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