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회초중년생 Mar 30. 2021

Chapter 4. 캐나다에서의 소득 수단 다양화하기

저는N 잡러입니다.

2016년 8월 한국에서의 짧으면 짧고, 길면 길었던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9월 대학원 새 학기에 입학하기 위해서 캐나다에 왔을 때의 꿈은 크고 아름다웠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퇴사를 하고, 당시 원하던 대학원에 붙었던 저에게 희망찬 미래만 드리워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죠.


하지만 왜 꼭 하라는 건 하기 싫고, 하지 말라는 것만 하고 싶은 걸까요? 일할 땐 그토록 하고 싶은 공부가 (정확히 공부라기보다는 새로운 학문으로 보다 길이 보이는 커리어를 쌓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막상 마음먹고 하려고 하니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우선 싫으나 좋으나 하던 출, 퇴근 시간이 없으니 강의를 제외한 나의 온전한 의지를 통제하여 시간을 사용하는 게 이렇게 힘들 줄 몰랐습니다. (짧게 말하면 그냥 공부하기가 싫었던 것 같습니다) 피 같은 제 돈을 써서 학비를 지불하였으니,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긴 하였는데 역시 제 인생에서 학업은 노력 대비 아웃풋이 나오기 힘들다는 사실만 다시 한번 복기하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참담한 성적표에 이게 내 길이 맞나? 과연 캐나다에 오기를 잘한 건가? 그냥 한국에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며 살걸 괜히 있는지도 모르는 파랑새를 쫓아서 기존에 쥐고 있던, 안락함마저 놓쳐버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에 하루하루 마음이 쭈굴쭈굴해져 갔습니다. 이렇게 아무 성과도 없이 한국에 가서 잘 살 수 있을까? 이직에 성공한다고 해도 몇 살까지 직장생활이 가능할까? 이전 에피소드에 서술하였던 40대 후반 이후에 삶이 새삼 걱정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결론 없는 걱정만 하며 하릴없이 인터넷 여기저기를 떠돌던 중 찾게 되었던 것이 Bob의 블로그였고, 하나하나 글을 읽어가면서 새로운 길이 열린 것 같이 보였습니다. 결국, 2017년 1월 저는 FIRE족이 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지금에서 와서 생각해보니 그 당시 저는 여러모로 걱정만 많았는데, 장기적인 목표가 경제적 독립 이후에 자발적인 은퇴로 결정되면서, 현재 대학원 포기가 뭐 그렇게 대수인가 싶어 위로받았던 것 같습니다.)


<Main Job>

결심 이후, FIRE족이 되기 위해서 정신을 차리고 현재 남은 돈을 계산해보았습니다. 그나마 모아 두었던 돈도 여기저기 다 쓰고, 수중에 남은 돈은 단돈 천만 원. 먹고 살길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싶어서 미친 듯이 이력서를 뿌렸습니다. 갓 졸업한 학생들도 뽑지 않는 애매한 시기인 1월에, 졸업하고도 한참 그것도 정상적인 직장경력은 한국밖에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고맙게도 긍정적인 답변을 주는 몇몇의 회사가 있었고, 적당한 곳을 잡아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 연봉은 $30K 초반.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토론토에서 그 월급으로는 파이어족은 고사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기 급급하겠다 싶어서 여러 가지 사이드잡도 함께 병행하였습니다.


<Side Job 1>

사이드잡으로 제가 원했던 조건은 간단했습니다. 주중에 업무가 끝나고 나서 추가적인 일을 더하기는 힘들 것 같으니 주말 위주 일이어야 했고, 현재 제 업무와 관련된 일을 파트타임으로 잡으면 HR policy에 위반될 수 있으니, 완전 관련 없는 업무여야 했습니다. 그 결과, 주로 몸을 쓰고, 생활영어를 배울 수 있는 일자리인 server를 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여러 job description을 본 결과 기본적으로 1-2년의 경험과 smart server라는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주류 취급이 가능했습니다. 알코올 쓰레기지만 단맛은 좋아해서 새로운 칵테일 마시는 게 인생의 낙중의 하나인 저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칵테일 관련 자격증도 따고자 해서 bartending certification과 smart serve certification을 함께 취득하고 골프 클럽하우스에 파트타임으로 사이드잡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외곽지역에 멀리 있는 골프장과는 다르게 프라이빗하게 운영되었던 해당 클럽하우스에서는 전형적인 상류층 백인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느낀 캐나다에 이미지는 자유로운 인종들이 모여 살아서 인권의식이 높고,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는 평화로운 세계였습니다. 그런데 미드에서나 보던 전형적인 특권의식을 갖은 백인 상류층들을 겪게 되면서 어디 가나 사람 사는 곳은 똑같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는 경험이었습니다. 클럽하우스에서 좋았던 점은 유니폼이 따로 있어서 옷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고, 업무 이후에 골프장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그렇다고 18홀을 다 돌 수 있는 건 아니고, 게스트들의 라운딩이 끝나고, 몇 홀만 해가 지기 전까지 잠깐 사용이 가능합니다), 주로 연회나 결혼식 등의 파티 위주로 돌아가니 행복한 사람들만 만날 수 있어서 전체적으로 팀 분위기가 좋았던 점입니다.


<Side Job 2>

server 이외에 병행하였던 사이드잡은 tutor였습니다. 일반적으로 학원과 과외는 아시아 중심으로 발전되었다고 생각하였는데, 대도시라서 그런지 학원도 있고, 과외 역시 활발하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tutor는 다른 직업들과는 다르게 학생과 시간만 잘 조율된다면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큰돈은 아니지만 시간   틈틈이 푼돈을  목적으로 “Prolific”이라는 설문조사 사이트를 이용하여 대학들과 연구자/과학자들을 위한 설문조사에 참석하였습니다. 다른 앱테크들과는 다르게 포인트나 여러 제휴 혜택을 고민하지 않고, 바로 현금이 쌓여 간다는  매력적입니다. (영국의 파운드화로 지급되며  설문조사 금액이 5파운드가 넘으면 페이팔로 송금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Chapter 1. FIRE족의 종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