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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41개 섬들의 매력, 필리핀

조금 별난 대학생의 세계여행 - #8 PHILIPPINES

by 김태호

2024.02.28. ~ 2024.03.04. (총 4박) | 인당 여행경비: 110만원 | 열대의 섬나라, 그 문화와 자연 속으로


서울 인천국제공항 →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 (세부퍼시픽항공 직항, 편도 4시간 소요)

마닐라 → 팡라오 → 보홀 → 팡라오


위치: 동남아시아의 섬나라로, 7천여개의 섬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차: -1시간

수도: 마닐라

화폐: 필리핀 페소 (1 필리핀 페소 = 약 25원)

언어: 타갈로그어, 세부아노어 등

한국에서 가는 방법: 서울/인천 → 마닐라/니노이 아키노, 세부/막탄, 보홀/팡라오, 칼리보, 클락 (약 4시간 소요)


필리핀을 가봐야 하는 이유: 정글과 폭포 등을 비롯한 열대 풍경, 멋진 산호초와 해변, 화산, 스페인 식민지 건축


필리핀의 명소: 마닐라 인트라무로스, 비간, 보홀 섬, 팔라완 (코론 섬, 발라박 섬, 엘 니도), 마욘 화산, 바나우에 계단식 논, 보라카이, 터바타하 리프, 깔랑가만 섬, 푸에르토 프린세사 지하 강, 파오아이 산 안토니오 성당, 시아르가오 섬, 피나투보 화산, 카와산 폭포


먹어볼 것: 여러 과일들과 필리핀 음식 (adobo rice, sisig 등 요리 추천), 망고 쉐이크

해볼 것: 열대 바다에서의 스노클링

사올 것: 말린 망고 (초콜릿 입힌 버전도 추천) / 특히 대도시 지역의 쇼핑몰이 방문하기 꽤 좋다.


여행 팁: 가급적이면 대중교통보다는 그랩 등의 택시를 이용해서 이동할 것. 마닐라 같은 대도시에서는 개인 신변에 특히 주의하기. 휴양지를 벗어나 시골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열대 지역의 섬나라 답게 풍경이 멋진 나라. 동남아시아에서 동티모르와 함께 유이한 천주교 국가로 역내 다른 지역과는 다른 문화 경관을 볼 수 있는 나라. 바쁘고 번잡한 대도시부터 한적한 시골까지 다 있는 나라.

필자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시간 머문 나라는 필리핀이다. 2024년 8월, KAIST 해외봉사단의 부단장으로 필리핀 세부에서 2주가 넘는 시간동안 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세부에서 머물렀음에도 여행으로 간 것이 아니었기에 많은 곳을 둘러보지는 못했고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남아있었다. 그리하여 올해 초, 봉사를 같이 다녀온 친구 넷과 함께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다.


필리핀 여행을 위해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귀국한지 하루만에 다시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각에 마닐라로 떠나는 세부퍼시픽항공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4시간 정도 뒤에 다시금 필리핀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새벽이었기 때문에 곧장 숙소로 향했고, 꽤 늦은 시간까지 휴식을 취한 후 택시를 타고 마닐라의 대표 관광지인 인트라무로스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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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amuros, Manila (김태호, 2025)


인트라무로스는 마닐라의 역사 지구로 요새화된 구역이다. 택시에 내려서 여기를 걸어서 들어서니 동남아의 더위가 체감되더라. 이 일대에는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영향을 받은 건축물들이 꽤 있는데, 그 중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산 어거스틴 성당도 있다. 우리는 점심 식사 후에 이 성당을 둘러보았다. 인트라무로스를 다니다 보면 인력거/마차를 타고 투어를 하라는 호객꾼도 참 많이 만나게 된다. 또 길을 갈 때 그쪽으로는 가면 안된다며 우리를 제지하던 사람도 있었는데 모로코 생각이 나기도 했다. 현지인들은 잘만 다니길래 그냥 무시하고 가긴 했지만 뭔가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나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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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어거스틴 성당, 마닐라 (김태호, 2025)


산 어거스틴 성당과 함께 인트라무로스에서 가볼만한 곳은 산티아고 요새이다. 인트라무로스 끝자락에 있는 곳인데,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요새는 공원같이 조성되어 있었고, 강가도 조망해볼 수 있었다. 산 어거스틴 성당에서 산티아고 요새로 향하는 길에는 마닐라 대성당이 있어서 같이 둘러보기에 좋다. (마닐라 대성당 앞에서 한 현지인 가이드가 우리 사진을 찍어주셨는데 결과물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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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요새 (김태호, 2025)


인트라무로스 관광을 마치고 마닐라 SM 몰로 이동했다. 마닐라는 치안이 썩 좋지 않기에, 택시로 주로 이동했다. (여러명이 다니기에는 택시가 더 편리하고, 비싸지도 않다.) 세부와 마닐라의 대형 쇼핑몰은 시설도 꽤 좋고 시원하기 때문에 시간을 보내기 좋은 듯 하다. 이후 우리는 숙소에 들러 짐을 챙긴 뒤, 다시 니노이 아키노 공항으로 향했다. 천혜의 자연을 가진 필리핀 중부의 섬, 보홀로 떠나기 위해서다.


마닐라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1시간 반 정도를 날아 보홀의 팡라오 국제공항으로 향했다. 보홀 섬의 관문인 팡라오 국제공항은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많은 직항 항공편이 도착하는 곳이기도 하다. 밤에 도착한 팡라오 공항에서는 택시를 타고 'Bird of Paradise Resort'로 이동했다. 3박을 한 숙소인데, 수영장 등의 시설이 상당히 잘 되어 있었다. 여러명이 가는 여행의 장점은 꽤 저렴한 인당 가격으로 좋은 숙소에 묵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 날, 우리는 먼저 툭툭을 타고 나팔링 리프 지역으로 향했다. 정어리떼를 보는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당장은 출입이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원래 다음 순서로 가려고 했던 바로 근처의 히낙다난 동굴을 먼저 가기로 했다. 동굴 수영은 작년 필리핀에 왔을 때 카모테스 섬에서 한 이후로 두번째다. 동굴 수영은 햇빛이 들어오지 않아 탈 염려가 없어서 좋은 듯 하다. 다만 폐쇄 공간이라 숨이 좀 막히고 몸이 물에 잘 뜨지 않아 수영을 오래 하기에는 좋지 않은 환경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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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낙다난 동굴, 팡라오 (김태호, 2025)


동굴에서 수영을 하고 나오니 비가 내리더라. 날씨가 예측되지 않는 것이 과연 동남아시아 답다. 동굴 근처에서 과일 주스를 마신 뒤, 다시 나팔링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바다 날씨가 좋아져서 입수를 할 수 있었다. 물 속에서는 정어리떼가 헤엄치는 것을 보았다. 스노클링은 여러 번 해봐서 썩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정어리떼는 처음 보는지라 꽤나 의미있었던 경험이다. 다만 파도가 꽤 강했고, 촬영을 하기 위해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있어서 수영을 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조금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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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링 리프, 팡라오 (김태호, 2025)


숙소로 복귀해서 정비 시간을 갖고, 근처 듀말루안 해변으로 툭툭을 타고 이동했다. 다른 리조트의 해변이라 그런지 입장료를 내고 해변에 들어섰다. 사람들에게 가장 유명한 알로나 해변보다 멋지다고 하여 이곳을 방문했다. 그렇지만 오후 늦게 가서 그런지 기대했던 바다 색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후 노을을 보러 간 알로나 비치보다는 더 평화롭고 깔끔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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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말루안 해변, 팡라오 (김태호, 2025)


보홀 관광 2일차. 이 날은 보홀 본섬의 여러 관광지를 둘러보기 위해 하루 차를 렌트했다. 동남아에서는 처음 운전하는 것인데, 도로 사정이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해 꽤 망설였다. 그래도 뭔가 운전해보고 싶기도 하고, 일정의 자율성 측면이나 비용 측면에서도 투어에 비해 유리하다 판단하여 리조트를 통해 승용차를 하루 빌렸다. 팡라오 섬에서 다리를 건너 보홀 본섬으로 간 뒤, 처음으로 향한 곳은 보홀을 넘어 필리핀 전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인 초콜릿 힐스였다. 팡라오에선 1시간이 넘는 거리로 꽤 멀었다. 그래도 이 날 보홀의 시골을 운전하면서 휴양지를 벗어난 진짜 필리핀을 경험할 수 있어서 이번 필리핀 여행에서 가장 인상깊은 기억을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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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untryside of Bohol (김태호, 2025)


초콜릿 힐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티켓을 구입한 뒤 셔틀을 이용해 전망대까지 이동했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초콜릿 힐스 일대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초콜릿 힐스는 보홀 중부의 카르스트 지형으로 마치 신라의 왕릉을 키워놓은 것처럼 생긴 모양의 언덕들이 풍경을 장식하는 지역이다. 건기 때 보면 풍경이 갈색으로 보여 초콜릿이 연상된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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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힐스 (김태호, 2025)


두번째로 향한 곳은 안경원숭이 보호구역이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영장류 중 하나인 안경원숭이는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만 서식하고, 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 중 하나가 보홀에 있다. 차가 있으니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보홀 시골 지역을 이동하기 상당히 편리하더라. 특히 대도시 지역과는 다르게 차가 많지도 않고, 도로도 나름 잘 닦여있어 운전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툭툭이 많이 다니는지라 중앙선을 넘나들며 추월을 계속 했어야 하긴 했다.) 안경원숭이 보호구역에 가면 입장료를 내고 숲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탐방 데크를 따라 있는 나무들에 안경원숭이가 붙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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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rsier (안경원숭이) (김태호, 2025)


다음 스팟은 밀림 사이의 강에서 배를 탈 수 있는 로복 (Loboc) 이다. 원래는 로복 강에서 크루즈를 타고 선상에서 식사를 하려고 했으나, 시간이 조금 지체되며 배 운영 시간 이후에 도착하는 바람에 그러지 못하고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그와 더불어 배를 타지 못했기에, 그냥 강을 건너는 다리 위에서 풍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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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boc, Bohol (김태호, 2025)


이 날 마지막으로 향한 여행지는 디미아오에 있는 폭포이다. 그리 유명한 폭포도 아니었지만, 필리핀의 시골을 잘 볼 수 있었던 장소여서 꽤 인상깊은 방문이었다. 로복에서 출발해 보홀 내륙을 빠져나와 해안도로로 꽤 이동한 뒤, 산골 마을로 들어가는 시골 길을 따라갔는데 관광지스러운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지더라. 길가에 주차를 하고 좁은 길을 따라 걸어가니 논밭과 집들을 거쳐 폭포에 이르게 되었다. (가는 길에는 어떤 현지인 남자가 길을 안내해주겠다고 우리를 따라 나섰는데, 가이드 같지도 않고 그냥 팁을 노린 동네 청년 같았다. 뭔가 그 사람과 있으면서 있었던 일들이나 상황이 웃기기도 했지만 막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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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iao, Bohol (김태호, 2025)


이렇게 보홀 본섬 관광을 마치고 숙소 방향으로 출발하니 어느새 해는 져물어갔고, 완전히 어두워지고 나서야 보홀 섬의 큰 도시인 탁빌라란에 접어들었다. (야간운전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한밤중에 탁빌라란 시내를 운전하게 되었다. 도시인지라 차도 꽤 많고 차선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서 운전하기 썩 좋은 곳 같지는 않았다.) 탁빌라란의 마트에 들러 살 것들을 좀 사고 근처 바닷가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식당에서는 한 어린 아이를 만났는데, 그 꼬마 친구가 우리에게 자꾸만 풀이나 돌 같은 것을 가져다 주더라. 나는 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싶어서 리액션이 고장났었던 것 같다. 식사를 마치고 팡라오 섬으로 복귀해 숙소로 향했다. 그렇게 보홀에서의 둘째날도 마무리지었다.


보홀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일찍 발리카삭 섬 투어를 위해 숙소를 나섰다. 발리카삭 섬은 팡라오 섬에서 스피드보트를 타고 30분~1시간 정도 가야 있는 작은 섬인데 스노클링을 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수영복을 입고 툭툭을 타고 배를 타는 곳으로 가는데, 수영복이 젖어있어서 정말 추웠다. 심지어 현금이 부족해서 다시 툭툭을 타고 현금을 찾으러 다녀왔는데 거리가 아주 가깝지는 않아서 아침부터 꽤나 피곤한 여정이 되었다. (전날도 늦게까지 놀다가 잤던 것 같다.)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스피드보트를 탈 수 있었고, 정말 시끄러운 엔진 소리와 함께 발리카삭 섬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는 돌고래가 떼를 지어 헤엄치는 모습도 볼 수 있었고, 날씨도 괜찮아서 멀리 세부나 시키호르 등의 섬들까지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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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phins offshore Panglao Island (김태호, 2025)


발리카삭 섬에 도착해서는 스노클링 장비를 빌려 바닷속 구경을 떠났다. 산호도 보고 거북이도 만날 수 있었고, 처음으로 구명조끼 없이 스노클링도 해보았다. 다이빙도 시도를 했는데 바닷물이라 생각보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렵더라. 숨을 참는 것도 꽤 힘들었고 수압 때문에 귀가 아프기도 했어서 프리다이빙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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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icasag Island (김태호, 2025)


발리카삭 섬에 오기 전에는 정말 피곤했지만, 멋진 바다도 보고 돌고래 떼도 처음으로 볼 수 있어서 이날 투어도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었다. 이후 팡라오로 복귀해서는 식사를 하고, 마사지를 받는 등 휴식을 취한 뒤 공항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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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홀 바다의 바다거북 (김태호, 2025)


우리는 왔을 때처럼 마닐라를 경유해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번에는 마닐라에서 오랜 시간 있지 않고 단순히 비행기를 갈아타기만 했다. 그리하여 4일 아침, 인천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러고 3주 뒤에 나는 뉴욕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시 인천공항을 찾았다.)


필리핀에는 정말 많은 섬이 있다. 작은 무인도부터 루손이나 민다나오 같이 아주 큰 섬까지, 7천여개의 섬들이 있다. 그 중에 이번 여행에서는 루손 섬(마닐라만 가긴 했다)과 보홀, 팡라오, 발리카삭 총 4개의 섬만을 방문한 것이다. 작년에 필리핀을 갔을 때 방문한 섬까지 합해봤자 총 8개. 내가 간 섬들만으로는 필리핀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본 필리핀은 특유의 분위기가 있는 한적한 시골과 번잡한 도시와 놀러가기 좋은 휴양지, 그리고 다채로운 자연이 모두 있는 나라로 설명할 수 있을 듯 하다. 언젠가, 팔라완이나 루손 섬 여기저기도 돌아다니며 필리핀의 더 많은 지역을 다녀보고 싶은 마음이 한켠에 자리잡고 있다.


대략적인 예산 정리 (5인 여행: 필자 지출 금액) [총액 1,096,000 KRW]

항공: 351,000 KRW (인천 - 마닐라 - 보홀 왕복)

숙박: 342,000 KRW

차량 렌트: 10,000 KRW

기타 지출(국내, 식비, 투어 등): 393,000 K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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