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영국도 분명 시월드가 존재한다. 하지만 대놓고 갑질 하는 한국과는 조금 다른 방식이다. 예를 들면, 며느리가 평소 절대 사용하지 않을 물건을 선물로 준다. 혹은 "너를 이해할 수 없구나"라는 어투로 이야기하면서 마지막은 "그래 그럼. 그래도 난 너의 의견을 존중해.(이해할 순 없지만)"로 끝난다.
그래도 영국에서 시월드 스트레스가 많이 없는 이유는, 남편이 내편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우리 남편 말에 의하면, 영국에서는 결혼을 했다면 이제 내 가족은 내 아내와 내 자식들이다. 아무리 부모님이라도 내 아내와 내 자식들을 무시하는 행동 혹은 발언을 한다면 참을 수 없다.
나는 시월드가 없다. 우리 시댁 사람들은 모두 마더 테레사 같다. 그러나 나도 사람인지라 가끔 시댁에 서운할 때는 있다. 그럴 때마다 남편이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내가 맞다고 달래준다. 아름다운 파란 눈으로 똘망똘망 내 이야기에 집중해 주는 모습에 마음이 사르륵 녹는다. 이 남자 때문에 나는 시월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