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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즈케이크 Jun 09. 2020

영국에서 청국장 만들기

사서 하는 고생

파란 눈의 남편의 최애 음식은 순대볶음과 청국장이다.


영국에도 순대와 비슷한 Black pudding이 있으니 이해는 가지만 청국장을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혹시 청국장을 다른 음식과 헷갈려하나 싶어 다시 한번 물어봤다.


나: 청국장? 그 냄새나는 청국장? 된장찌개가 아니고?

남편: 응. 청국장.

나: 된장찌개겠지~

남편: 음... 그때 한국에서 보리밥 먹을 때 같이 먹은 거 그거 된장찌개야?

나: 아니. 청국장 맞아...

남편: 응. 나 청국장이 너무 좋아.


뭔가 기특했다. 와이프 나라의 음식을 이렇게 좋아해 주다니. 기분이다. 남편을 위해서 청국장을 만들어 봐야겠다.


1. 콩 구하기

한국에서 청국장 만들 때 쓰는 백태를 찾기가 힘들었다. 대부분 강낭콩 혹은 병아리 콩이라서 어쩌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파키스탄 슈퍼마켓에서 검정콩을 발견했다. 출발이 순조롭다.


2. 콩 불려서 삶기

인터넷에 레시피는 많았으나 다 제각각이라 여기서부터는 감으로, 느낌으로, 눈대중으로 했다. 콩은 8시간 정도 불리고 물이 조금 걸쭉해질 때까지 삶았다. 중간중간 콩을 꺼내 손으로 으깨 보았다. 손으로 잘 으깨져야 띄울 준비가 된 거라고 블로그에서 봤다.


3. 콩 식히기

30분 정도 콩을 식힌다.


4. 콩 띄우기

이 부분이 최고 어려운 부분이다. 블로그들은 조사한 바로는 40도를 넘어가면 균이 죽어서 끈끈한 실이 안 만들어진단다. 그래서 맞는 온도를 유지하는 게 키 포인트다. 남들은 요구르트 제조기 혹은 밥솥으로 한다는데 우리 집에는 아무것도 없다. 냄비밥을 해 먹는 우리에게 그런 건 사치다... 고민 고민 끝에 찾은 대안이 전기장판이다. 깨끗한 티 타월에 콩을 잘 감싼 뒤 냄비에 넣고 그 위에 전기장판으로 덮는다. 온도 유지를 위해 겨울 코트와 목도리로 잘 감싸준다. 우리 집 전기장판은 3단계가 있는데 그중 2 단계로 온도를 맞춰준다.


5. 완성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중간중간 계속 열어봤다. 쿰쿰한 냄새가 올라오고 뭔가 찐뜩해질 기미가 보였다. 30시간 정도 뒤 배가 고파서... 발효를 끝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6. 보관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적당히 으깨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사실 실패할 줄 알았는 데 성공해서 스스로에게 놀랐다. 해외에서 한국의 맛을 그리워할 그 누군가를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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