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 하는 고생
파란 눈의 남편의 최애 음식은 순대볶음과 청국장이다.
영국에도 순대와 비슷한 Black pudding이 있으니 이해는 가지만 청국장을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혹시 청국장을 다른 음식과 헷갈려하나 싶어 다시 한번 물어봤다.
나: 청국장? 그 냄새나는 청국장? 된장찌개가 아니고?
남편: 응. 청국장.
나: 된장찌개겠지~
남편: 음... 그때 한국에서 보리밥 먹을 때 같이 먹은 거 그거 된장찌개야?
나: 아니. 청국장 맞아...
남편: 응. 나 청국장이 너무 좋아.
뭔가 기특했다. 와이프 나라의 음식을 이렇게 좋아해 주다니. 기분이다. 남편을 위해서 청국장을 만들어 봐야겠다.
1. 콩 구하기
한국에서 청국장 만들 때 쓰는 백태를 찾기가 힘들었다. 대부분 강낭콩 혹은 병아리 콩이라서 어쩌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파키스탄 슈퍼마켓에서 검정콩을 발견했다. 출발이 순조롭다.
2. 콩 불려서 삶기
인터넷에 레시피는 많았으나 다 제각각이라 여기서부터는 감으로, 느낌으로, 눈대중으로 했다. 콩은 8시간 정도 불리고 물이 조금 걸쭉해질 때까지 삶았다. 중간중간 콩을 꺼내 손으로 으깨 보았다. 손으로 잘 으깨져야 띄울 준비가 된 거라고 블로그에서 봤다.
3. 콩 식히기
30분 정도 콩을 식힌다.
4. 콩 띄우기
이 부분이 최고 어려운 부분이다. 블로그들은 조사한 바로는 40도를 넘어가면 균이 죽어서 끈끈한 실이 안 만들어진단다. 그래서 맞는 온도를 유지하는 게 키 포인트다. 남들은 요구르트 제조기 혹은 밥솥으로 한다는데 우리 집에는 아무것도 없다. 냄비밥을 해 먹는 우리에게 그런 건 사치다... 고민 고민 끝에 찾은 대안이 전기장판이다. 깨끗한 티 타월에 콩을 잘 감싼 뒤 냄비에 넣고 그 위에 전기장판으로 덮는다. 온도 유지를 위해 겨울 코트와 목도리로 잘 감싸준다. 우리 집 전기장판은 3단계가 있는데 그중 2 단계로 온도를 맞춰준다.
5. 완성
궁금해서 참지 못하고 중간중간 계속 열어봤다. 쿰쿰한 냄새가 올라오고 뭔가 찐뜩해질 기미가 보였다. 30시간 정도 뒤 배가 고파서... 발효를 끝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6. 보관
고춧가루와 소금을 넣고 적당히 으깨서 냉동실에 보관한다.
사실 실패할 줄 알았는 데 성공해서 스스로에게 놀랐다. 해외에서 한국의 맛을 그리워할 그 누군가를 위해 이 기록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