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는 내가 아들이 아니라고 어릴 때 많이 구박하셨다. 내가 하는 모든 일을 다 꾸짖었다. 반대로 나는 외갓집에서 무한한 사랑을 받았고 지금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선택권이 없었던 유년시절에는 부모님을 따라 친할머니 댁을 방문했지만 성인이 되고 선택권이 생기고 난 뒤로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그런 할머니가 어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슬프지 않다. 기쁘지도 않다. 아무 느낌이 없다. 인터넷 뉴스 한 줄을 보는 느낌이다. 남편이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는데 괜찮고 말고 할 감정 자체가 없다. 어느 순간 내 기억에서 그분에 대한 모든 감정을 지워버렸나 보다.
회의 자료 준비나 다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