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 로브 라이너
<스탠 바이 미>는 네 아이의 성장과 모험을 담은 영화지만, 그 기저에는 죽음이 있다. 이 영화는 어른이 된 고디가 신문에 실린 어느 변호사의 죽음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시작된다. 네 아이는 시체를 찾기 위해 철도를 따라 걷는다. 고디의 형은 죽었고, 고디는 형 대신 자신이 죽어야 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테디는 자꾸 위험천만한 짓을 하며 실제로 죽을 뻔한다. 삶의 위태로움, 죽음에 가까이 있다는 감각은 세상에게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가장 잘 느낀다.
<스탠 바이 미>의 네 아이들은 가정과 사회의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다. 고디는 언제나 죽은 형과 비교되며 아버지에게 무시당했고, 크리스의 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고 형은 양아치다. 테디의 아버지는 참전용사였지만 PTSD에 시달려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번도 양아치 형에게 학대당한다. 이런 아이들의 미래도 뻔하다. 크리스 역시 자신의 미래를 직감하고 있으며, 자신이 절대 고향을 벗어나지 못하리라고 생각한다. <스탠 바이 미>는 소년들의 성장에 대한 영화라기에는 지나치게 우울하고 음산하다.
고디와 크리스의 대화가 잊히지 않는다. 가족들 때문에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는 크리스는 "아이들은 누군가 돌봐주지 않으면 모든 걸 잃게 돼 있어"라고 말한다. 그는 고디의 재능을 진심으로 특별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이 고디를 돌봐주겠다는 말까지 한다. 취업반에 갈 머저리들과 어울리지 말고 진학반에 가서 작가가 되라고 말한다. 크리스는 진심으로 고디를 지키고 싶어 한다. 그에게 많은 걸 털어놓고 친하게 지내면서도, 고디를 보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디는 그런 크리스에게 친구랑 어울리는 게 왜 나쁘냐며, 자신은 그런 밥맛들과 놀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당연히 그들의 인연도 영원하지 않다. 그리고 이렇게 어른스럽게 굴며 고디를 챙기려 들던 크리스도 학교 선생에게 배신당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고디의 앞에서 서럽게 운다. 기댈 곳 없는 아이들은 미성숙한 시절을 마찬가지로 유약하고 보잘것없는 친구들과 함께하며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네 아이 중 투톱 주인공은 고디와 크리스지만, 그만큼이나 테디도 눈에 밟혔다. 테디가 보이는 자기 파괴적인 욕망과 허세는 결국 지켜야 할 삶이 없다는 데서 기인한다. 아버지의 군번줄을 걸고 다니는 테디는 마초적 남성성에 집착하고 전쟁놀이를 좋아한다. 이는 군인이었던 아버지의 영향도 있지만, 위태로운 장난을 계속하는 테디가 어떤 것을 바라는지는 빤히 보인다. 또 테디가 가장 불안해 보였던 건, 어느 정도 가족을 미워할 줄 아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테디는 아직도 아버지에게 심적으로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디는 아버지가 자신의 귀를 오븐에 처박았는데도 아버지를 옹호하고 존경한다. 아버지를 모욕하는 말에 진심으로 화를 내고 눈물을 보이기까지 하는 건, 아버지는 테디가 속해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부정하는 건 자신을 부정하는 일이다. 죽음 앞에서도 강한 척 큰소리치던 테디는 아버지를 모욕하는 말에 눈물을 뚝뚝 흘린다. 그 눈물에는 아주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분노와 수치, 두려움이다.
죽음과 파괴의 이미지로 가득한 <스탠 바이 미>지만, 영화의 말미에서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이들 모두 결국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삶을 살게 되든, 아이들은 자란다. 절대 어리고 연약한 상태로 평생을 보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세상은 너무 좁고, 기어코 그들은 스스로 거기서 벗어난다. <보이후드>의 메이슨이나, <레이디버드>의 크리스틴이나, <스탠 바이 미>의 네 아이처럼. 인생은 수렴을 향해 간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한 어린 시절은 영원하지 않고, 마침내 우리 모두는 평범한 어른이 된다. 그건 더 자유로워진다는 뜻이기도, 더 불안정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세계는 점점 우리 손안에 들어온다. 그리고 세계의 확장은 걸어서 마을을 벗어난다거나 하는 별 거 아닌 일로 시작된다. 한 번도 떠나지 않은 것과 돌아온 것은 다르다. 고디는 마을로 돌아오며 '많은 것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길 위에 있을 때는 이 일의 의미를 알 수 없다. 끝에 도착해서야 모든 여정의 의미를, 그 순간이 어떻게 남을지를 예감하게 된다. 그리고 끝나야 하는 순간은 모두가 안다. 길의 끝에 도달했을 때, 여행의 끝이 다가올 때,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만 할 때 영화는 끝이 난다. 신비로운 밤과 두렵고 설레는 일들을 뒤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 인생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친구들. 잊을 수 없는 경험을 공유했는데도 점차 멀어지고야 말고, 끝내는 신문기사 한두 줄로 소식을 알게 된다. '친구란 식당에서 스쳐 지나가는 종업원 같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고디의 말처럼, 그 시절의 친구 같은 친구는 결코 만날 수 없다. 다들 그렇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