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산결 Dec 01. 2018

[에세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베트남

- 호찌민, 눈부신 화려함의 거북함

나른한 일요일.

나의 신체는 집에 특여박혀 있지만 신선한 생각은 여지없이 조금씩 가출하고 있기에, 달콤한 귀찮음을 이기고 지난주 다녀온 베트남 여행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남겨야겠다.


생각지도 못하게 정해진 여행지 호찌민. 친구 S군이 그곳의 직장을 다니는 터라 그의 외로움을 달래준다는 핑계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최근의 마음이 합쳐져 정해진 여행지이다. 19년을 살아온 대구를 벗어나 새로운 생활터전 서울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는데, 익숙한 한국 땅을 떠나 피붙이 하나 없는 외국에서 정착하는 것은 얼마나 힘들까란 생각이 들어 꼭 한 번 들려야겠다고 마음먹었던 터였다. 물론 나의 기분전환도 중요했다.


예전과 달리, 최근 여러 일들로 신경을 많이 못 쓴 터라 베트남에 대해 그리고 내가 방문할 도시들(호찌민, 무이네, 달랏)에 대해 많은 것을 찾아보지는 못했다. 그곳의 거주민이 있기 때문에 마음 편히 가려고 했던 귀찮음도 한몫했다.


21세기 통신사

한국보다 습하고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가득한 차와 그 사이를 누비는 오토바이 그리고 일상에 충실한 사람들은 경제도시 호찌민의 활력을 보여주는 듯했다.


호찌민에 도착한 첫날. 기대하던 쌀국수도 먹고 이후의 일정을 위해 필요한 여러 준비를 마친 후 호찌민에서 (특히 한국인에게) 유명한 콩 카페를 들렸다. 역시나 연남동 콩 카페를 온 듯, 크지 않은 가게를 가득 채운 한국어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고 보니 옆 테이블에는 이 카페의 유일한 "베트남" 꼬마 신사, 숙녀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깨끗한 교복을 입은, 이제 막 중학생이 된 듯한 여학생 네 사람과 유일한 청일점 남학생이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타국의 청소년들은 어떤 것에 '관심'을 가질지가 한국의 청년인 나의 '관심'을 자극하였기에,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임에도 불구하고 귀를 기울여 보았다. 역시나 대화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여느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으로 함께 게임을 하고 까르르 웃고 떠들었다.


그러던 와중 이어폰을 공유하며 함께 노래를 듣던 친구들이 익숙한 노래를 소심한 춤사위와 함께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사랑을 했다. 우리가 만나. 이루지 못한 추억이 됐다." 분명히 한국어 가사였고, 정확한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IKON의 "사랑을 했다"라는 노래였다. 사실 지금까지 다녀본 국가들은 한국의 문화에 크게 관심이 없는 곳들이었기에 이러한 광경이 마냥 신기했다.


각종 언론에서 K-POP이 큰 인기라고 외쳐되도, BTS가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다고 해도, 평소에 관심 있는 가수 또는 장르가 아니었기에 실감이 되지는 않았다. 그러던 와중 먼 이국에서 유행에 가장 민감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우리말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니 신기함과 더불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들이 따라 부르는 노래의 가사 한글이라는 점이 특히 뿌듯했다. 개인적으로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 늘 감탄하고, 이렇게 좋은 언어를 한민족만 쓴다는 점에 통한을 금치 못하는 나로서는 인상 깊은 광경이었다.  언어 공부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가사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유희의 방법으로 언어와 친숙해진다는 것은 꽤 좋은 소식이다. 음식을 포함한 한국의 여러 문화를 알리는 노력은 예부터 계속되어 왔으나 이보다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 싶다. 그들이야 말로 21세기의 통신사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BTS를 포함한 많은 우리 K-POP 가수들에게 처음으로 감사의 뜻을 표한다.


P.S. 한국에서는 극히평범한 내가 길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신박한 경험도 그들을 사랑하는 여러 팬들의 마음을 일부 전달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Grab - 베트남의 재밌는 Business Model

베트남에 오기 전 이곳에 사는 친구가 누누히 당부한 것이 있다. "택시는 비나선이나 그랩을 타도록 해." 사실 출국하기 불과 하루 전까지도 그랩(Grab)이 택시 회사인 줄 알았다. 그만큼 이번에는 마음 편하게 왔다. 알고보니 우리에게 친숙한 형태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었다. 동남아시아의 카카오T. 출발지와 목적지의 거리를 기반으로 이동수단(여기서 택시가 아니라, 이동수단이라고 표현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의 요금이 책정되는 형태로 낯선 타지에서 미터기에 의존하여 이용하기에는 마음이 불안한 외국인에게 안성맞춤인 시스템이다.


그것 뿐이라면 이렇게 글을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베트남은 오토바이의 나라. 인구의 수와 가까운 오토바이가 존재하는 나라이다. 그렇다보니 오토바이는 교통수단으로써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승객(?)을 태우는 수단으로써도 빠질 수 없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그랩을 통해 차량으로 된 택시도 탈 수 있지만, 오토바이도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베트남의 교통상황을 고려했을 때 차량보다 오토바이가 목적지까지 더욱 신속하게 갈 수 있는 최선의 수단이다. 오토바이에 대한 제반 비용이 차량보다 저렴하기에 이용 요금 또한 더욱 저렴하다.


그 나라의 특색을 잘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토바이가 더 편한 나라에서 누가 차를 애용하겠는가. 이러한 점을 잘 이용했기에 베트남에서는 그랩이 우버를 인수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미래 돈벌이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는 지금 꽤나 재밌는 자극이 되었던 사례다.



믿음

베트남의 많은 국민들은 불교를 믿는다. 도시 곳곳을 다니다보면 이 점을 찾아보지 않더라도 확인할 수 있다. 걷다보면 문득 보이는 사찰과 불상, 그리고 작은 사탈을 옮겨놓은 듯한 형태의 묘지가 바로 그런 것이다.


친구네 집으로 이동하는 택시안에서 우뚝 솟은 사찰을 보았다.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 지역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눈을 사로잡는 규모와 화려함에 놀랐으나, 여행 책자에서 찾아볼 수 없었기에 유명한 사찰은 아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사찰 내부의 모습과 그 화려함을 가까이 보고싶어 꼭 들려야겠단 마음을 먹고 여행 첫날을 보냈다.


그렇게 이튿날. 첫 번째 목적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바로 그 사찰이었다. 한국의 절과는 달리 베트남의 사찰은 높은 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렇다보니 그 화려함과 크기가 더 돋보였으리라 생각된다. 금빛으로 칠해진 사찰은 가까이 갈 수록 화려함이 더해졌다. 알고보니 밤에는 조명까지 빛나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아무튼 사찰 내부로 들어가니 거대한 부처상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여러 불상들이 있었고, 우리나라의 그것과는 달리 푸짐하고 친근하면서도 근엄한 분위기를 풍겼다.


그렇게 사찰 내부를 둘러보던 중 한 부처상앞에 꼬마 숙녀가 서있는 것을 보았다. 고사리 손을 모으고 기도를 하는 모습과 그 표정이 어찌나 진중해보이던지 시선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그리고 나서 저만치 있는 부모님에게 뛰어가는 모습은 한 때의 진지한 표정이 아닌 영락없는 어린아이의 모습이었다. 소녀의 기도 내용이 궁금했고, 또한 그 믿음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믿음이라는 것이 어떠한 방식으로 시작되었고, 무엇을 믿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믿고 있길지 이래저래 생각해보았지만 아이 또한 정답을 모르지 않을까. 하지만 아이의 표정으로 보았을 때 그 믿음은 그리 가벼운 믿음은 아니어 보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아이의 모습에 괜스래 감동받았다. 서로 믿지 못하는 세상이 되어간다고 하는데 진지한 믿음의 장면을 목격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아이가 커가면서 수 많은 믿음이 생겨날 텐데 부디 그러한 믿음들이 소녀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주었으면 하고 생각해본다. 소녀가 준 감동에 대한 나의 기도이다.


+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님이 여행하는 도시의 묘지를 들린다는 얘기를 한 적 있다. 그 얘기를 들은 탓인지 이번에 베트남을 돌아다니며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묘지가 눈에 밟혔다. 베트남의 묘지는 불교 문화를 잘 보여준다. 묘비 앞에 작은 사찰형태로 묘가 꾸며져 있으며 사찰 안쪽에는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심겨져 있었다. 사찰을 옮겨 놓은 모습이었고 망자가 부처님의 보살핌을 받아 새로운 모습으로 윤회하기를 바라는 불교의 믿음을 잘 보여주는 듯 했다.



눈부신 화려함 속의 거북함

베트남의 제1의 경제도시 호찌민. 그렇기 때문인가, 많은 사람들이 호찌민의 낮보다는 밤에 대해 얘기를 했다. 그만큼 유흥이 발달한 도시이며 외국 자본도 많이 들어와있는 도시이다.


호찌민에서 4일 정도를 지내보니 그 말이 실감됐다. 도시 곳곳에 있는 화려한 스카이라운지, 호찌민의 이태원이라 불리우는 거리 등 자본만 있다면 호찌민도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였다. 도시 곳곳은 여전히 개발 중이며, 호치민의 랜드마크가 되는 초고층 아파트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인듯 하다. 나름 이번 여행에서 호찌민의 시장부터 초고층 빌딩까지 다녀본 결과 다소 불편함 감정이 먼저 다가왔다. 내 시각에서 이 도시는 너무 극단적이다. 화려한 삶을 영위하는 부자들과 그에 반해 왜곡된 공산주의와 외국 자본의 유입으로 인해 설 곳이 없어진 서민들. 평범함이란 존재하지 않는 도시 같았다. 관광객에 의존하는 길거리 상인들, 그리고 그들에게 구걸하는 많이 아이들,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베트남은 내가 방문한 첫 번째 공산국가이다. 친구에게 들어보니 베트남의 상류층의 많은 수가 공무원 출신이라고 한다. 공무원 봉금이 높아서가 아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감사 등이 있을 때 기업으로부터 검은 돈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르크스주의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깊은 공감을 하나, 현실에서 이렇게 변질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체제가 무엇이고 이념이 무엇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이 아닌가. 보다 많은 베트남 사람들의 웃음을 보고 왔다면 이런 꺼림칙한 마음은 없지 않았을까 싶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음하고 오늘도 생각해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