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 여행은 계속...

by 김산결

평생 계속되는 여행


2016년 1월 6일부터 27일까지 22일 동안 우리는 자동차로 유럽의 여러 도시들을 돌아다녔다. 해수면보다 낮은 암스테르담, 붕붕이와 처음 만난 쾰른, 새로운 친구들을 사귄 프랑크푸르트 등 여러 도시들을 다니면서 차창 밖으로 보이는 저마다 다른 풍경들과 더불어 각 도시가 지닌 고유의 분위기와 문화를 피부로 느끼고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돈뭉치를 잃어버리고 자연이 만든 온천에 속옷만 입고 한바탕 물놀이를 하고 생전 처음으로 우박도 맞는 등 잊을 수 없는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낯선 여행지의 설렘과 이방인을 맞이해주는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각 도시가 지닌 매력들이 이러한 이야기의 훌륭한 조연과 배경이 되었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인 이 여행을 함께한 친구들이 없었더라면 이처럼 유쾌하면서 여운이 길게 남을 수 있었을까란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도 가끔씩 친구들과 그때의 얘기를 나누곤 한다. 재미있는 것은 친구들마다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여행의 순간들이 전부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아주 인상 깊었던 일들은 모두가 기억하고 있지만, 세세한 순간들은 서로가 가진 생각과 그것이 각자에 미친 영향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다르게 기억되고 있었다. 서로가 기억하는 것들을 가슴속에만 묻고 있다면, 반대로 서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들은 언젠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는 번번이 그때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덕분에 내 머릿속 깊은 곳에 묻혀있던 기억의 씨앗들은 한바탕 떠들썩한 이야기에 다시 싹을 틔웠다. "아, 그런 일이 있었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글을 쓰면서도 도무지 글로 옮길 만한 소재를 기억해낼 수 없던 도시들도 있었다. 그때마다 친구들에게 우리가 거기서 무엇을 했는지 물어보았고, 친구들은 어김없이 내가 잠시 잊고 있었던 기대 이상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이야기를 브런치에 옮긴 건 나의 몫이었지만, 이 이야기를 구성하고 만든 건 우리가 함께한 일이었다.


물리적인 여행은 22일뿐이었지만 그 이후로 지금까지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친구들과 그때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다시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혼자 있더라도 그때 남긴 사진들을 가끔 다시 보면서 키득 키득대곤 한다. 사진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회상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브런치에 그때의 이야기를 적으면서 다시 한번 여행을 할 수 있었다. 2019년 4월에 시작하여 해가 바뀐 3월까지 자그마치 1년 동안 나는 다시 유럽을 다녀왔다. 22일의 이야기를 1년 동안 돌이켜 보면서 사진 한 장 한 장에 담긴 의미를 다시금 곱씹어보고 친구들에게 물어물어 잊고 있던 이야기에 새 삶을 주었다. 처음에는 기억이 더 사라지기 전에 기록을 남기기 위함이었다면, 오히려 이 작업 덕분에 잊고 있던 기억마저도 다시 살아났다. 마지막 이야기를 적는 지금 이 순간, 마치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을 때의 감정마저도 느껴질 정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글이 끝이 난다 하더라도 여행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는 다시 그때의 이야기를 할 것이고, 기억이 조금 사라지더라도 우리의 사진과 그리고 기록들은 평생 갈 것이다. 여행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 때문에 우리는 설사 비행기 티켓이 없다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그곳으로 갈 수 있다. 이것이 나에게는 여행이 지닌 가장 소중한 가치이다.


여행 끝, 그리고 영원히.


★ 여정.pn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4. 다시, 프랑크푸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