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다시, 프랑크푸르트

by 김산결

남의 집(Home)에서 하는 '홈 파티(Home Party)'


이탈리아에서 여행 계획이 갑작스럽게 바뀌면서 여러 뜻하지 않은 일정들이 추가되었다. 프랑크푸르트는 여행 초기 쾰른에서 자동차를 빌리고 친구의 친구를 만나기 위해 잠시 들렀던 도시로,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때가 마지막이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 날 프랑크푸르트에서의 기억이 좋았던 터라 친구에게 "다시 올 수 있으면 오겠으니 너의 학교 외국인 친구들도 만나보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었다. 우리의 바람도 섞여있었지만 다소 인사치레였던 말을 이탈리아에서 겪은 불편함이 현실로 이루어지게 해 주었다. 여행 계획을 변경하기로 마음을 먹었을 때 친구에게 가장 먼저 연락을 했고, 프랑크푸르트로 다시 돌아갈 테니 친구들에게 미리 얘기해두어란 말을 남겼다. 그렇게 우리는 외국인 친구들과 어울릴 부푼 기대를 안고 프랑크푸르트로 향했다.


문제는 장소였다. 물론, 편한 마음으로 외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특별한 기억을 남기고 싶었다. 외부 식당은 여러 사람으로 붐빌 것이고 가뜩이나 영어를 알아듣기 어려운 상황에서 여러 소음이 섞여 소통이 더욱 힘들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우리만 들뜬 것이 아니라 친구의 말에 따르면 외국 친구들도 한국의 청년들을 만나는 것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하니 좀 더 특색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나온 결론은 우리가 호스트가 되어 외국 친구들에게 대접을 해주자는 것이었고, 서양의 문화를 따라 홈파티를 하고 음식은 한식과 양식을 적절히 섞어 우리가 직접 준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여러 사람이 지낼 수 있는 적절한 에어비앤비 숙소를 미리 예약했고, 프랑크푸르크에 도착하자마자 우선은 조리도구, 식탁과 의자 등 파티를 하기에 적절한 환경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바로 숙소로 향했다. 이 날 프랑크푸르트에서 지낸 숙소는 지금까지 이용한 에어비앤비 숙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이었다. 열쇠를 찾는 순간부터 특별했다. 호스트는 열쇠를 은밀한 곳에 숨겨두었고 체크인을 위해서 우리는 마치 탐정처럼 열쇠의 위치를 찾아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열쇠를 찾아 집으로 들어가니 사람이 사는 집이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물론, 당연히 집이라는 곳은 사전적 의미 그대로 사람이 사는 곳이지만 에어비앤비 숙소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숙박업을 위해 만들어진 집과 나머지 하나는 이번 경우처럼 호스트가 실제로 지내는 집이면서 특별한 경우에 사람들과 공유하는 집이다. 우리가 처음 프랑크푸르트에 왔을 때 한 가정의 방을 하나 빌려서 잤는데 이 또한 후자의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는 방이 아니라 집이라 생각하고 예약했었고 집 안에 있는 방 하나를 빌렸다는 것을 알았을 때 적잖이 당황했다.)


주방도구는 요리를 하기에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고, 방 곳곳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집주인의 성향을 잘 보여주었다.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거실 벽 한편에 가득 자리 잡은 술병들이었다. 온갖 술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만약에 똑같은 맥주만 쭉 있었다면 알코올 중독이구나라고 생각했겠지만 위스키, 브랜디, 진, 보드카, 테킬라 등 다양한 술들이 있어 술꾼이라는 느낌보다는 술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술이 있나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가까이 가니 술병들 사이로 "손님들에게(To Guest)"라고 적힌 작은 쪽지 하나가 놓여 있었다. 쪽지의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몇몇 술들은 자신이 아끼는 것이니 건들지 말되 나머지 술들은 게스트들을 위해 준비한 것이니 마음껏 즐기라는 내용이었다.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다. 파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술인데 우리가 흔히 마셨던 맥주나 와인을 제외하고 이렇게 다양한 술들을 즐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그것만으로 그는 최고의 호스트였다. 이외에도 숙소 곳곳에는 게스트를 위한 섬세한 쪽지들이 남겨져 있었고, 따뜻한 호스트의 맞이에 좋은 인상만이 가득해졌다. 이후에도 많은 에어비앤비 숙소를 이용했지만 이때처럼 게스트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한 호스트를 만난 적은 없었다.


어쨌든 술 이외에도 파티를 하기 위해선 음식이 필요했고 우리는 재료를 사기 위해 근처 마트로 갔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지내는 친구와 만나 함께 장을 보고 우리는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집으로 돌아오고 친구는 오늘의 손님인 외국 친구들을 데리러 갔다. 지난 여행에서 갈고닦은 우리 요리 실력을 발휘할 시간이었다. 크림 파스타, 카나페, 떡볶이, 주먹밥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한식과 양식을 다양하게 준비했다. '딩동'. 마침 현관 벨이 울렸고 우리의 손님들이 드디어 도착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라 이름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다른 나라의 친구들이었다. 우리는 준비한 음식을 함께 즐기며 밤이 깊어가도록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당연히 우리의 친절한 호스트가 준비해둔 술도 함께였다. 술 게임과 벌칙주는 만국 공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 친구들도 술 게임을 무척 좋아했고 우리는 바카디, 보드카 등을 섞어 벌주를 마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독한 것을 어떻게 마셨나 싶다.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친구들은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이라는 나라가 가진 인상이 엄청 좋았고,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도 한국에 대해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한국의 노래, 드라마, 영화뿐만 아니라 카카오프렌즈와 같은 캐릭터까지 많은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헤어지기 전 미리 준비하진 못했지만 뭐라도 그 날을 추억할 수 있는 선물을 주고 싶었다. 우리는 부랴부랴 가지고 있는 물건 중 선물로 줄만한 것이 뭐가 있는지 찾았다. 내가 고른 것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모양의 탈취제였다. (탈취제는 역시 다방면에서 여행의 필수품이다.) 급하게 준비한 선물이었지만 다행히 엄청 좋아했고 우리는 아쉬운 밤을 마무리하며 헤어졌다. 단 하룻밤의 추억이지만 나라나 문화가 달라도 결국 우리는 같은 인류라는 것을 깊이 느낀 밤이었다.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그날의 웃음처럼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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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파티 음식들


아듀, 붕붕이!


프랑크푸르트에서의 홈 파티를 마지막으로 우리의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이 가까이 다가왔다. 다음 날, 우리는 지난 3주 동안 정든 붕붕이와 헤어지고 암스테르담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붕붕이는 독일 쾰른에서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를 지나 다시 독일로 약 3,600km가 넘는 거리를 우리와 함께 했다. 독일의 아우토반을 신나게 달리고, 스위스의 위험한 눈길과 이탈리아이의 아찔한 절벽길에서 우리를 지켜주었고, 어설픈 운전자 때문에 엉덩이를 다치기도 했다. 친구들과 함께한 추억이 가장 소중하지만 붕붕이가 없었더라면 이토록 소중하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기억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동안 여러 종류의 도로를 밟았고 눈과 비도 많이 맞았기 때문에 붕붕이의 외관 상태는 영 좋지 않았다. 원래는 빛나는 쥐색이었지만 어느새 눈과 비의 흔적으로 뿌옇게 변해버렸다. 쾰른에 도착하여 차량을 반납하기 전에 깨끗한 모습으로 다시 만들어주고 싶었고, 우리는 세차장을 찾았다. 세차장에서 떼가 벗겨지는 붕붕이의 모습을 보니 이번 여행이 정말 끝을 향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쾰른에 도착했고 우리는 곧장 허츠카 매장으로 갔다. 반납 절차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차량 반납을 위해 주차장으로 갔다. (다행히 슈투트가르트에서 발생한 접촉사고는 잘 해결되었다.) 3주 전 붕붕이를 처음 만났던 주차장 그 자리로 다시 돌아갔고 아쉽지만 헤어져야 할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정든 차와 이별 사진을 남기고 우리는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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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붕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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