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디즈니 동화 속 노이슈반슈타인 성

by 김산결

뮌헨에서 퓌센으로


뮌헨에서의 '알리안츠 아레나' 투어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독일의 남쪽으로 살짝 내려갔다. 자동차 너머로 보이는 겨울 유럽의 한적한 시골길의 풍경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다. 하얗게 때 묻지 않은 눈밭이 기분을 상쾌하게 하고, 해가 넘어갈수록 오묘한 푸른빛을 띠는 끝없는 설경은 마치 다이아몬드에 빛을 밝혀 이면 저면을 살펴보는 기분을 들게 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이탈리아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이었다. 유난히 따뜻했던 이번 겨울처럼 새찬 추위에 내리쬐는 따뜻한 햇볕도 좋지만, 역시 겨울은 코 끝이 살짝 아리고 새콤한 날씨에 새하얀 풍경이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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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적지는 독일 바이에른주 '퓌센'이라는 도시 근처에 위치한 '호엔슈방가우'라는 지역이었다. 이 곳에는 디즈니를 대표하는 신데렐라 성의 모티브가 된 '노이슈반슈타인 성(Schloss Neuschwanstein)'이 있다. (신데렐라 성은 디즈니의 명작 '신데렐라'에 등장하는 왕자의 성이면서 모든 디즈니 영화의 도입부에 등장하는 이제는 디즈니의 랜드마크가 된 성이다.) 우리가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가게 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신데렐라 성이 등장하는 디즈니 영화의 도입부는 전 세계인들에게 유명한 장면이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즐겨보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이 장면을 보면 없던 동심이 조금이라도 솟아나는 것을 느낄 것이다. 디즈니와 동심을 상징하는 성의 모티브가 된 성이 있고 마침 뮌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하니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중세시대를 연상케 하는 생김새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최근인 19세기 말에 완성된 성이다. 바이에른 왕국의 왕 루트비히 2세가 세운 성이다. 당시 시대상을 살펴보면 대포의 발명으로 성의 군사적 목적이 거의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이슈반슈타인 성은 루트비히 2세의 건축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열정 그리고 게르만 민족과 바로크 양식에 대한 동경으로 인해 순수 취미의 목적으로 세워졌다. 루트비히 2세의 죽음으로 인해 당초 계획된 모습의 3분의 1의 모습만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성의 모습은 동화 속 성의 모습처럼 마을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세련되면서도 귀품 있는 자태를 뽐낸다.


우리가 노이슈반슈타인 성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였다. 마을과 성 간에 거리가 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언덕 위에 위치한 터라 성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연과 동화되어 우거진 나무 품 속에 조화롭게 건축된 우리나라의 많은 건축물들과는 다르게 그 어떤 것도 내려다보는 자연보다도 위대한 인간의 건축술을 자랑하는 듯한 거대한 성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왔다. 마을 주차장에서 성 입구까지 가기 위해서는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야 했다. 늦은 시간인지라 성으로 올라가는 사람들보다는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았고, 우리가 성 입구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해가 반 이상 넘어갔다. 성의 모습이 어찌나 큰지 바로 아래에서는 성 전체의 모습을 한눈에 담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성 전체의 모습을 사진에 담을 수 있는 순간은 언덕길을 오르기 전 마을에 있을 때뿐이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내부 관람도 가능한 걸로 알고 있지만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가이드 투어는 이미 종료된 이후였다. 아쉽지만 성의 외부만 살펴보고 언덕길을 다시 내려와야 했다. 성 내부 관람 외에도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관람하는 방법으로 성 근처에 있는 마리엔 다리에 올라가는 것이 있다. 깊은 계곡을 잇는 다리인 마리엔 다리에서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모습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우리가 갔을 때, 마리엔 다리는 보수 공사 중이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을 안고 내려오는데 건너편으로 루트비히 2세가 유년기를 보낸 호엔슈방가우 성의 야경도 볼 수 있었다.


비록 루트비히 2세가 성 건축에 대한 광기로 말년을 안타까이 보냈으며 그가 세운 아름다운 성들이 관광지 따위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고 그의 사후에 모든 성들을 부수라는 말을 남겼으나, 우리에게는 정말 다행히도 성은 아름답게 보존되었고 훌륭한 관광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지나친 열정으로 국고를 낭비해가며 세워진 성이지만 덕분에 문화예술 여러 방면에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세계 여러 곳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남겨준 것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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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호엔슈방가우 성


처음이자 마지막 사고


퓌센 인근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슈투트가르트로 이동했다. 슈투트가르트 인근에서 이런저런 볼 일을 보고 숙소로 돌아갔다. 숙소 체크인을 위해 친구 둘을 먼저 내려주고 나와 다른 친구는 간단한 맥주와 안줏거리를 사기 위해 오는 길에 지나쳤던 편의점으로 갔다. 친구들과 또다시 즐거운 밤 시간을 보낼 생각에 신이 나서 장을 보고 빨리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올라탔다. 차를 빼기 위해 살짝 후진을 하던 찰나 살짝 충격이 느껴졌다. 자갈을 밝았겠거니 생각하고 출발하려고 했는데 한 독일인 남성분께서 급히 창문을 두드렸다. 내려서 상황을 살펴보니 아까의 충격은 자갈을 밟은 게 아니라 뒤쪽에 주차된 차를 살짝 박은 것이었다. 말도 안 되는 실수였다. 상대편 차량이 광이 전혀 없는 검은색이었던 터라 사이드미러에서 잘 분간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할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의 독일인은 연신 독일어로 무언가를 따지기 시작했고, 독일어를 전혀 하지 못하는 우리는 어떻게든 영어로 소통하려 애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문제가 잘 풀리지 않으니 '폴리쩨(Polizei)'만을 외쳤다. 다행히 그 단어가 경찰이라는 뜻은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경찰을 부르면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될 거라 생각했다. 혹시라도 경찰도 영어를 못하게 되면 우리의 입장만 더 불리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렌터카를 빌릴 때 완전 자차 보험을 들어놓았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었다. 다들 운전에 자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비싼 돈을 들여서 보험을 들 필요를 절실히 느끼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낯선 외국에서의 운전이었고 사람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보험을 들기로 했고 다행히 그 보험이 이때 큰 도움이 되었다. 상대편 운전자와 직접 소통이 어려울 것 같아 나는 이 차량이 렌터카라는 점을 알리고 허츠 렌터카의 전화번호를 넘겨주었다. 다행히 상대 쪽에서 직접 렌터카 회사에 연락하여 해결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이때의 사고는 여전히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접촉사고로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보험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낀 순간이 되었다. 지금도 제주도 등 타지에서 차를 렌트할 때 꼭 보험을 들고 있다. 비록 그 사고가 나의 마지막 사고이지만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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