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일주일 살기 6일 차
제주도에서의 세 번째, 네 번째 날은
갑작스럽게 생긴 다른 일정으로 책방 여행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 늦은 오후,
제주현대미술관 관람을 마친 후
근처에 위치한 책방 소리소문을 들렀다.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책방 앞 주차장에는 차들이 제법 차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로지 책방을 찾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에
책방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위치만 보고 갑작스럽게 찾은 탓에
책방에 대해 사전에 알아보지 못했는데,
책방 입구에 놓인 책방과 부부인 책방지기님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곳의 탄생 배경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책방 소리소문은 이번 제주도에서 방문한 책방 중,
아니 지금까지 방문한 독립서점 중에서도
트렌디한 감각이 가장 돋보인 곳이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 책방을 방문한 사람들이 새로운 방법의 독서를 즐길 수 있는
필사를 위한 공간을 따로 제공하고 있었다.
평소 책을 흘려 읽는 사람들에게
필사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책을 음절 하나 단어 하나 꼭꼭 눌러 읽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책을 함께 필사함으로써
언젠가는 한 권의 책이 완성이 되는 협업의 의미도 있었다.
출판사 ‘문학동네’와 협업하여
이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세계문학전집의 스페셜 에디션도 있었다.
새롭게 꾸며진 책들의 표지에 구매욕구가 솟구쳤다.
그리고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오징어 게임 속 사회문제를 주제로 관련된 책들을 소개한 점에서
책방지기님들의 시류에 대한 탁월한 감각이 엿보였다.
그리고 제주도 어느 책방에서
키워드만 표시된 랜덤 책을 판매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바로 그 책방이 이곳 책방 소리소문이었다.
책 구입을 즐기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독서가 아니라 구매이다.)
생각보다 선택 장애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어떤 책인지는 모른 체 키워드만 보고 책을 고르는 편이 훨씬 쉬울 것 같았고,
당연히 ‘어떤 책이 들어있을까’라는 기분 좋은 궁금증과 설렘도 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런 키워드를 보고 생각나는 지인들에게
선물하기에도 참 좋은 포장(?) 방식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러모로 참 신선한 방식의 판매 방식이었다.
그 외에도 책방 구석구석에 자리 잡은
책방지기님들의 큐레이션 또한 인상 깊었다.
이 때문에 정말 어떤 책을 사야 할지 고민이 깊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랜덤 책, 스페셜 에디션 책 등
모든 책을 구매하고 싶었으나 이미 짐이 너무 많았기에…
고민의 고민 끝에 이곳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오만과 편견’의 스페셜 에디션으로 선택했다.
책방 소리소문의 인상을 한 마디로 정리한다면
언젠가 나만의 책방을 운영하고 싶은 입장에서
가장 본받고 싶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다.
다음 제주도 여행에서는 한번 더 들러
찬찬히 공간을 뜯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