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고향인 대구에 내려가야 할 일이 있었다.
평소 같았다면 기차를 탔겠지만,
마침 대구에 내려가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의 차를 타고 같이 내려가게 되었다.
토요일에 내려가서 일요일에 올라오는
듣기만 해도 교통정체가 예상되는 길이었고,
예상처럼 소중한 주말의 10시간 이상을 차 안에서 보내게 되었지만,
이동하는 길 곳곳을 채운 단풍이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가을은 이미 지났다 생각했지만,
잠시 풀린 날씨도 아쉬웠는지 가을의 끝자락을 꼭 붙잡고 있었다.
일상 속 만원 버스와 삭막한 사무실에서는 미처 몰랐다.
고속도로 양 옆으로 뻗은 산을 가득 채운 단풍은
온 세상을 가을로 물들이고 있었다.
가을이 손 틈을 떠나기 전에 다음 주말에는 등산을 하겠다란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부터 계속해서 강한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렸다.
강한 바람에 가을은, 그리고 단풍은 자취를 감췄다.
그래도 다행이다.
예기치 않게 내려간 고향 길에,
더군다나 평소와는 달리 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에
수채화처럼 주변을 가득 물들인 단풍을 볼 수 있었다.
타이밍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