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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늘봄 Feb 28. 2021

20. 외로움이라는 늪

나의 고통, 시름, 원천.

 외로움. 누군가 나에게 외로움이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정말 오랫동안 멈추어 고민할 것 같다. 여느 감명 깊은 단어들이 그렇듯 사전적 의미로는 담아낼 수 없는 분위기가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내게 외로움은 습관 같은 것이었다. 의식하지 않다가도 문득 자각하고 나면 수없이 반복하고 있는 것, 그렇다 하더라도 싸잡아 나쁘다 좋다를 겨룰 수 없는 것. 다만 가늠 잡자면 내게 많은 것을 쥐어준 감정이었다. 외로움은 내게 고통이자 시련이었고, 내 창작의 원천이자 도전의 시작이었다.


 버겁다 느껴질 만한 인파 사이에서도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을 느꼈고, 매일 보던 익숙한 풍경 사이에서도 갈 길을 잃은 듯한 두려움이 엄습했다. 거기에 불안이라는 감각이 더해져 내 감정의 생태계에 진득한 늪을 만들어냈다. 곁을 돌아가기 벅찰 만큼 거대한 늪이라, 나는 주로 그 늪의 시작에 발을 담그고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러다 보면 그 늪에서 꽤나 다양한 것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외로워질 때 주로 한심해지는 편이었다. 주저앉아 몇 시간이고 울기도 했고, 하루 종일 그 원인을 곱씹으며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다. 손에 집히는 대로 자극적인 음식을 폭식한 날도 있었으며, 반대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온종일 잠만 잤던 하루도 있었다. 사랑받기 위해 안간힘을 쓴 날도 많았다. 나에게 남은 것도 없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관심과 친절을 베풀고, 이유 없는 선의인 냥 타인이 나로 인해 감동받을 만한 일들을 했다.


 하지만 때로 외로움은 내게 생각하지 않을 용기를 마련해줬다. 주로 공허함이라 불리는 그 결핍적인 감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범해질 때 도움이 됐다. 벼랑에 혼자 있는듯한, 물러서 쉴 곳 조차 없다는 마음은 괴로웠지만 그 괴로움은 나로 하여금 망설임 없이 낯선 공간으로 뛰어내리게 만들었다.


 아무에게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고, 하염없이 잠만 자야 했던 밤의 몇몇 꿈들을 소설 기획으로 써 내려갔다.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일상을 잘게 쪼개 SNS에 만화를 업로드했고, 대강 옷을 걸쳐 입은 채로 무작정 나가 숨이 막힐 때까지 뛰기도 했다. 끼니도 제대로 채우지 않고 며칠이고 공모전에 매달렸던 나날도 있었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허무한 감각이 내 하루의 끝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쳤던 수많은 발버둥은 삶의 소중한 도약으로 기록되어 남았다.


 ***


 오늘의 글은 외로움이라는 감각에 대한 고찰이자, 홀로 됨에 지쳐 허덕이는 요즘의 나에 대한 위로이기도 하다. 최근 나는 더할 나위 없이 외로움에 찌들어 있으며 이를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발버둥을 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아직 나는 이 공허감을 고결한 고독으로 받아들일 여유를 얻지 못했기에, 힘들다는 사실을 잊고 몸이 가는 대로 하루를 살아내야 한다.


 앞으로 더 지치면 지치지, 덜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 앞날을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오는 것도 맞다. 다만 그 사이에서 내 결핍과 공허를 잊을 수많은 시작을 만날 수 있기를, 돌이켜 보면 빛나는 도약의 시간으로 남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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