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같을 줄 알았다.

내 인생, 드라마는 왜 이렇게 힘드나?

by 작가명

망각했다.

삶이 쉬울 거라고 말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간만 지나면 저절로 이루 어지 듯, 단계별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른들 도움으로 생각보다 손쉽게 클리어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쉬울 거라고, 별거 없을 거라고 속단했을지도 모른다.




취업의 문은 좁았지만, 취업 후 사회생활은 팍팍했지만, 친구들과의 수다와 술 한잔에 털어버리면 또 살만해졌다.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 정도면 잘 지내고 있다고 스스로 칭찬하기도 했다. 생각보다 별거 없는 지루한 어른들의 삶이라고 생각했고 소확행을 찾아다니며 자신을 위로했다.




결혼도 그럴 줄 알았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듯 결혼도 내 인생의 다음 단계, 다음 정류장이라고 생각했었나 보다. 비혼을 꿈꾸고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말하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고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당연하듯 흘러가는 코스를 따르는 게 마치 정답의 길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태 내가 가는 정답의 길은 힘겨워봤자 짤막했고 할 만했으니 당연히 결혼도 그럴 줄 알았다.




신혼은 달콤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면서도 행복한 일이었다.

쉽지 않은 곁가지, 주변 상황들은 부부를 흔들어 놓기도 했지만 그것마저도 할 만했다.

하지만....




부모가 되는 건 달랐다.





결혼 준비와 부부 둘이서 해쳐나가는 결혼 생활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서막'이었다.




내 삶은 결혼에서 임신-출산-육아로 이어졌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드라마 같을 줄 알았다.





아이를 출산하고 불어난 몸을 정비하면서 복직을 하고, 아이는 어린이집, 혹은 집안 어른들께 부탁하면서 힘겹지만 보람차게 일과 육아를 함께 해 나가는 멋진 신 여성.




아이는 아무 탈 없이 저절로 쑥쑥 자라고 사랑 가득한 행복한 우리 가족이 되는 일.




드라마 속 주인공들처럼 말이다.





내 현실은 이랬다.




아이를 출산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죽을 만큼 힘들었다. 몸은 빠르게 회복되지 않았고 살은 만삭 때보다 더 찌게 되었다. 아이가 10개월이 되던 추운 겨울, 2018년 새해에 복직했으나 순탄치 않았다. 아이는 온갖 바이러스 관련 질병으로 고생했고 입원하기를 반복했었다. 아이가 아프면 엄마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시간별로 열을 재고 안고 어르며 재운 후 집안 어른 손에 아이를 넘겨주고 출근하기를 반복했었다. 일을 하다가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날이 반복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 지쳐했다. 내가 일함으로 어머님은 한의원을 자주 가셨고 남편은 남편대로 힘들어했다. 심지어 내 일 욕심에 아이가 희생되는 것처럼 느껴져 한 없이 미안했다. 죄책 감속에 살았다.




그러다 퇴사를 결심했다.




모든 게 내 탓 같았다.

운동을 제대로 못 한 내 탓,

제대로 커리어를 갖추지 못한 내 탓,

왜 미리 프리랜서, 일과 육아를 겸하는 일을 찾아보지 않았는지.

육아의 부족함까지.



그럴수록 작아졌고 무기력했다.

아이가 잘 때 멍하니 TV 채널만 돌리다 기력 없이 아이를 다시 안아 들었다.




드라마 같을 줄 알았던 순진한 나는,

아~ 내 인생, 드라마는 왜 이럴까? 생각하다 그만 좌절하고 말았다.




SNS에는 TV 속 드라마처럼 살고 있는 수많은 엄마들이 있었다. 일과 육아를 멋지게 해내고 아이와 행복한 삶을 사는 진짜 주인공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난 '내 일'을 쉽게 포기한 사람, 끈기 없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다고 육아도 잘하지 못하는 엄마였다.

자존감이 떨어질수록 '~탓'만 늘어갔다.

생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는 잊어버린 지 오래다.

나는 다시 '나'로 살아갈 수 있을까?







우울과 무기력이 나를 집어 삼켜버리는 날에, 저는 이렇게 했어요.



마음이 힘들고 아주 작아진 나를 발견할 때, 멍하니 TV와 스마트 폰을 보는 대신 펜을 드세요.




다이어리를 한 권사서 오늘의 감정도 적어 보고 예쁘게 스티커도 붙여봐요. 작지만 내가 오늘 한 일, 해야 할 일을 정리해보세요. 그러다 보면 조금은 기분이 나아져 있을 거예요.



그렇게 시작해보세요.



작은 리본을 그려 빨간 볼펜으로 색칠도 해보고 기분 좋은 어느 날에는 좋은 글귀를 적어보기도 하고요.

마음이 아주 아주 무거운 날에는 "힘들다."라고 적어봐요. 예전에 내가 그려 넣은 빨간 리본을 보면 위안이 되기도 해요.




결국 나를 가장 위로해주고 토닥여 주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자주 말해주세요.




괜찮아, 충분히 잘했어.


우린 충분히 잘하고 있으니까요.



작가의 이전글우린 공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