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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누리기 무섭게 전화벨이 울린다.
어떤 누구를 데려와도 이 친구와의 우정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까운 친구 민진이다. 민진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내 안부를 물으러 전화를 했다.
“너 퇴근해서 또 소파 위에서 누워만 있지? 움직여야지. 메일 보내 놨으니까 확인 한 번 해봐”
내 걱정을 시도 때도 없이 하는 탓에 가끔은 잔소리 같지만 그 누구보다 나를 걱정하는 걸 나는 알기에. “알겠어 알겠어 그놈의 잔소리는 좀…” 이라며 전화를 끊고 책상 앞에 앉았다.
‘받은 메일함 99+’
+는 몇 개의 숫자를 더 더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바로바로 확인하던 나의 메일함이 이렇게 꽉 찼다는 것은 그동안 모든 일에 손발을 떼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는 것을 알려주는 바다.
메일함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민진이가 보낸 메일 한 통이었다.
[VR 체험에 초대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그 상상 이상의 모든 것을 누려보세요]
제목이 훅 하긴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간혹, 최신의 것들과 아날로그와의 중간에서 과연 나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 것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게 된다. 가상현실도 그러하다. 가상현실을 보여주는 VR이 과연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클릭했다.
[‘시크릿 월드’ 체험에 초대합니다. 당신이 원하는 그 상상 이상의 모든 것을 누려보세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 또는 경험하고 싶었던 것들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세요. 어떠한 입력 없이도 당신이 상상하는 모든 것들을 마치 현실처럼 보여드립니다. 깨부수세요. 현실에만 안주하지 마세요. ※ 주의 사항 : 평소에는 쓰지 마세요.
메일 속 내용은 늘 그렇듯 VR 홍보 가이드가 아닐까 생각하고 끄려고 했던 찰나, 이미지가 상당히 눈에 띄었다. 일반 VR 체험샵에 가서 볼 수 있는 헤드셋이 아닌, 얇디얇은 안경 같은 VR 안경이었다.
VR 안경을 쓰고 가도 회사에서 모를 것처럼 감쪽같은 디자인.
디자인을 보고 있자니 세상이 많이 발전했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어떻게? 한 번 해봐? 호기심에 주문 버튼을 눌렀다. 인터넷 쇼핑에 도를 튼 나니까 이 정도는 식은 죽 먹기지. 생각보다 가격도 괜찮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