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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낮잠이불 갖고싶다.

엄마용은 없나요?

육아를 하다 보면 유일하게 내 시간이 되는 건 아들의 낮잠시간이다. 점 낮잠시간이 줄어 이제는 거의 한 시간 반에서 2시간이지만, 그래도 그 시간이 유일한 쉬는 시간이자, 집안 청소시간이다. 언제부터인가 아들은 밤에 나름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낮잠시간이 생겼다. 처음에는 낮잠시간에는 나에게 안겨 자서 의미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다가 눕히면 잤다. 그러면서 밝은 대낮에 나를 위한 휴식시간이라는 게 생겼다.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아들이 자는 아기침대 옆 침대에서 그냥 잤다. 그러다 아들이 우는 소리에 일어나 다시 육아를 시작했다. 생각해보면 그때는 아들이 바운서에 앉아 돌아가는 모빌을 보는 동안 대충 조금씩 설거지도 하고, 청소도 했다. 아들은 아들대로 모빌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나는 나대로 집안일을 조금씩 했다. 그래서 같이 자도 괜찮았다. 하지만 아들이 커서 기어 다니기 시작하자, 아들과 함께 있는 육아 시간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같이 놀아야 했다. 분유나 이유식을 먹이고 설거지를 하려고 보행기에 잠시 앉혀놓으면 보행기를 끌고 와서 옷을 잡고 안아달라고 울어댔다.


본격적으로 기어 다니기 시작하니, 바닥, 매트 위를 수시로 청소해야 했다. 바닥을 방방곡곡 기면서 머리카락, 먼지, 비닐조각 등등 을 집고 맛보다가 빼앗기곤 했다. 게다가 바닥 중에서도 미끄럼틀 밑, 식탁의자 밑, 식탁 밑, 쏘서 밑 등 구석구석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매트와 매트 사이에 과자를 부어대는 등 한시도 깨끗하지도 않았다.


결국은 아들의 낮잠시간은 이유식 그릇, 젖병 설거지와 대청소 시간이 되었다. 아들이 잘 때 소리에 민감해서 청소는 청소기 없이 빗자루와 걸레로 했다. 그렇게 청소를 하고 보면 금세 1시간이 지난다. 이유식을 해야 하는 날이면 이유식 재료를 손질하고 이유식 메이커에 넣는다. 그러다 보면 낮잠시간 중 내가 쉬는 시간은 길면 30분 짧으면 없다.


남은 시간에 자보려고 아들이 자는 방에 들어가 침대 옆에 누우면 아들은 곧 깰 시간이라 그런지 그 소리에 울거나 일어났다. 그럼 나의 유일한 쉬는 시간마저 없어졌다. 그렇다고 이불깔고 다른 방에서 자면 아들이 깨서 우는 걸 놓칠까봐 다른방에서 잘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고자 거실에 설치된 아들의 매트 위에서 자기로 했다. 거실에 누워서, 유일한 나름 나만의 시간을 즐겼다.


사실 나는 이불을 덮고 깊게 자고 싶다. 하지만 침실에 들어가는 순간 나의 쉬는 시간을 없어지니 어쩔 수가 없었다. 햇살이 들어오니 그냥 자도 될까 싶지만, 이불이 없어서 잠을 깊게 잘 수 없었다. 그래서 미리 얇은 이불을 소파에 올려놓아 봤지만, 아들은 그것도 자신의 장난감인 줄 알고 잡아당기고, 놀기 시작했다. 그래서 작은 방에 이불을 가져다 놨다. 하지만 아들은 보행기를 끌고 가서 밝아버리거나, 기어가서 엄마의 낮잠이불을 끌고 오는 등 역시 장난감이었다. 회장님은 참. 여기저기 안 돌아다니는 데가 없구나.


그래서 결국은 이불은 작은방 테이블 위 남은 부분에 두고, 나의 쉬는 시간이 되면 가지고 나와서 덮고 잤다. 폭신한 시트도 깔고 자고 싶지만 매트위에 깔린 방수요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에 범퍼가드를 사려고 사이트를 뒤지는 중, 나에게 아주 필요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어린이집 낮잠이불. 매트에 배게도 붙어있고 이불까지 한 번에 돌돌 말아서 가방에 넣어서 두니 너무 좋아 보였다. 심지어 푹신하기 까지, 두께도 있고, 소재도 좋아보였다.역시 이름답게 사이즈가 작았다. 그래서 나름 어른 낮잠이불을 검색해봤지만, 원하는 그 어린이집 낮잠이불은 아니었다. 그냥 이불정도였다.


정말이지, 그런 낮잠이불이 갖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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