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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의 우와~한 교육법

그렇게 아들은 우와쟁이가 되었다.

막 뒤집기를 시작할 무렵 언니집에 놀러 갔다가 과일을 뜯어내고 붙이는 과일 장난감에 관심을 보였다. 색이 다양해서 인지  과일에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고 집에 오자마자 같은 장난감을 사줬다. 처음에는 뒤집어서 단순히 과일바구니를 엎어서 그 안의 과일들을 자기의 품에 넣기만 했다. 어느 정도 앉는 시늉을 할 무렵, 혹시 해서 몇 번 과일을 뜯었다 붙였다를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은 손에 힘이 없는 건지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과 놀고 있는데 수박을 잡더니 수박을 반으로 뜯어냈다. 너무 신기했다. 그동안 안 했는데. 신기해서 다른 과일도 시켜봤는데 수박 빼고는 반으로 뜯어내지 못했다. 수박을 좋아해서 그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수박을 한 게 대견해서 신기해서 아들에게 수박을 쥐어주고 퇴근한 신랑에게 보여줬다.


"갑자기 수박을 나눠. 근데 왜 다른 건 못하지?"

"아, 내가 수박 나누는 것만 가르쳐서, 바나나도 가르쳐야겠다"


알고 보니 신랑이 아들을 가르친 거였다. 신랑에 거 어떻게 했냐고 묻자,


"그냥 우와를 많이 하면 되는데"


신랑은 아들에게 바나나를 손에 쥐어주면서 나누어 줬다. 그리고는 우와를 연발했다. 그리고서는

세상에 바나나를 나눌 수 있는 사은 너밖에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한 10번을 했을까 아들이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바나나를 나누면서 우리를 향해 씩 웃었다. 그리고는 계속 다시 붙여달라며 바나나를 줬고, 붙여주면 나누고선 웃었다.


사실, 너무 어려서 그냥 두면 발달과정에 맞춰서 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가르칠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이렇게 우와를 연달아하니 하다니.


"잘하지? 우와하면 하드라고"


신랑이 우와를 하게 된 계기는 바로 모자 때문이었다. 아들이 어느 정도 앉는 척을 하기 시작하면서 앉아서 뒤로 넘어지는 바로 뒷쿵이 시작됐다. 그래서 뒤에 쿠션을 뒀는데 앞으로 넘어지고 옆으로 넘어지고 우는 게 반복되자 나름 뒷쿵 방지 모자를 샀다. 문제는 아들이 모자를 싫어해 씌우자마자 벗어댔다. 신랑이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우와라고 했더니 아들이 그 순간 멈짓하더니 웃고는 어버렸다. 신랑은 그 모습을 보고 계속 씌우면서 우와를 외치자, 아들은 잠시나마 쓰면서 놀았다.


그때부터 신랑의 우와~한 교육법이 시작되었다.

 

신랑은 아들에게 장난감을 손에 쥐어 가르쳐 주면서 쉬지 않고 우와를 외쳐댔고, 아들은 조금씩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법을 배웠다. 저녁에 배운 장난감을 그다음 날 아침에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럼 나는 신기해서 우와를 외쳐댔다. 그런 나를 보면서 아들은 씩 웃으면서 계속했다.


그래서 나도 신랑을 따라서 해보기로 했다. 아들에게 딸기를  딸기 케이크 모형에 넣는 것을 우와~한 교육법으로 가르쳐봤다. 처음에 아들은 손에 쥐기는 하지만, 정확히 구멍에 딸기를 가져가는 것과 그곳에 놓는 것을 하지 못했다. 손에 쥐어주고 우와를 연발하면서 한 단계씩 가르쳐줬다. 조금씩 스스로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들은 씩 웃어댔다.


그렇게 하나하나 장난감을 하는 법을 가르쳤다. 아들이 하나씩 할 때마다 격정적으로 우와를 남발하며 가르쳤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고, 그런 자신이 좋았는지 스스로 우와~라는 추임새도 넣기 시작했다.


아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몸집도 커져가면서  뭐가 그리 감탄스러운지 우와 하는 소리가 커지고 늘어났다. 산책을 나가서, 꽃을 보고는 우와, 벽에 걸린 그림을 보면서 우와, 천장을 보면서 우와


돌이 가까워진 요즘도, 우리는 아들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며 매일 우와~중이다. 아들은 걸음마 보조기를 밀고 다니면서 뭐가 그리 신기한지 집에서 손으로 가리키면서 연신 우와를 외치고 있다. 밖에 나가면 여기저기를 가리키면서 우와를 외친다.


그렇게 아들은 우와쟁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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