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고, 고마워!
참 이상한 꿈이었다.
시골집 뒤켠에 떨어진 판자를 주우러 갔는데, 그곳에 오이가 가득 열린 오이밭이 있었다. 꿈속에서도 신랑에게 그 이야기를 했고, 꿈에서 깬 뒤에도 신랑에게 전했다. 신랑은 “거기 오이밭은 없는데?”라며 웃더니, “그 땅이 비옥한가?” 하고 묻기도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에는 개구리 세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와 내게 안기는 꿈을 꾸었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기려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첫째는 산부인과에서 배란일을 받아서 갖게 된 아이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둘째에 대해 고민을 했다. 맞벌이지만 육아휴직이나 시간적인 부분은 내가 더 유리해서 육아는 사실상 나의 몫이었다. 육아에는 분명 행복한 순간이 많았지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둘째를 망설였다.
3년 전 마음을 정하고 둘째를 준비했지만 유산을 했다. 그 때는 많이 힘들었고, 다시 그 아픔을 맞이할 자신이 없었다. 복직 후에도 시도했지만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산부인과 수술은 아니지만, 1년 뒤 몸이 좋지 않아 대학병원에서 두 번의 수술을 받았다. 그로 인해 몸이 언제든 아플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그래서 ‘아이 하나만 잘 키우자’는 마음으로 굳어가던 때였다.
2년 간 유산과 갑작스런 질병으로 너무 우울했다. 무엇이라고 위로받고 싶어 신랑과 사주를 보러 갔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그 곳에서 내년에 둘째가 찾아올 것이고, 그 내 후년에 출산하면 좋겠단고 하셨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라 당황스러웠다. 위로 받고 싶어 간 자리였는데, 뜻밖의 아이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신랑과 이야기를 해봤다. 도전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후 1년이 지났고, 수술해주신 대학병원 교수님께 임신해도 괜찮을지 여쭤봤다 괜찮다는 말에 노력했지만 또 한 번 유산이 됐다. 왜 내가 남의 말만 듣고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고, 더 이상 관심갖지 않기로 했다. 하나를 잘 키워보자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을 때,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다.
유산한지 4개월이 되었고, 배란일을 계산하면서 노력한 게 아니라서 별 생각이 없었다.
욕실 청소를 하다가 4개월전 썼던 유통기한이 임박한 임신테스트기 하나를 발견했다. 네 달 전에 샀던 세트 중 마지막 남은 것이었다. 중고로 팔기에도, 남에게 주기에도 애매해서 버리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문득 오이밭 꿈이 떠올랐다. ‘설마… 어차피 버릴 건데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험해봤다.
두 줄이었다. 아주 선명한.
잠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지난주 목이 너무 아파서 타이레놀을 일주일 가까이 먹었던 게 떠올라 걱정이 밀려왔다. 이번에도 괜찮을까 불안했지만, 한편으로는 다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는 설렘이 있었다.
신랑에게 전화를 했다. 신랑은 전화를 받자마자 달려와서 함께 산부인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은 마지막 생리가 언제였는지 물었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불규칙하기도 해서 “한 달 전쯤…?”이라고만 말했다.
초음파로 확인해보니 작은 아기집이 있었다. 4주차였다.
이번에는 꼭 만나고 싶었던 그렇게 둘째가 내게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