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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지연 Mar 19. 2021

알콜인들을 위한 건강한 숙취해소방법

광고글이 아닌 순수한 추천글임을 알려드립니다.




이름만 상쾌한 상쾌한, 생긴 것만 그럴듯한 여명, 부루펜 시럽 같은 깨수깡 등등등의 말 안 듣는 숙취해소제의 홍수 속에서 나는 약 10일 전 이 무적의 숙취해소제를 발굴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발굴한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이 무적의 숙취해소제는 그냥 숙취해소제에서 '무적'이라는 수식어가 붙기까지 총 3회에 걸친 자가 실험이 있었고 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나는 리베이트가 단 1원도 떨어지지 않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영업 중이다.


이 무적의 숙취해소제의 효능을 소개하기 전 잠깐 내 소개를 하자면 내 주량은 소주 한 병이다. 때때로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보통 소주 한 병을 마시면 그 뒤엔 목 넘김이 더뎌지기 시작하고 특유의 알코올 향이 속을 괴롭힌다. 맥주도 마찬가지다. 일정 주량 이상 마시면 속이 턱 막혀 가슴이 울렁거려 눕고 싶고 집에 가고 싶어 진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마시고 주량 이상 폭주하는 날이면 다음날 새벽부터 정오까지는 꿀물과 숭늉을 마셔도 위액이 보일 때까지 뿜고 또 뿜는 것을 각오해야만 했다. 술은 좋아하는데 술이 나를 싫어하는 그런 그냥 보통의 사람. 그러나 이젠 다 옛날 말. 무적의 숙취해소제가 나타난 이후 내게 해당 없음! 아임 아이언맨. 아임 무한 주량 보유자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첫 번째 실험 

(2020-11-08 제부도 초입/케렌시아 펜션)

유부녀 최 모 씨의 귀한 외박과 20대 마지막을 장식하는 파티의 장에서 그녀가 들이민 요상한 알약. 우리 넷은 아무런 기대도 의심도 없이 물과 알약을 삼켰고 9시에 시작해 새벽 5시까지 이어진 술자리에서 청하 3병, 맥주 2만 cc, 진로 8병을 해치우고 다음날 속 멀쩡하게 귀가 완료.



두 번째 실험 

(2020-11-10 강남역/자매 수산)

9개월째 재택근무에 찌들어 있어 사람과 외식이 고픈 사나이 두 분과 방어 회에 청하를 마셨던 날. 술 미팅 시작 30분 전 급하게 두 알을 목에 집어삼키고(물론 사나이 두 분에겐 치사하게 공유하지 않았음) 청하 각 3병, 브롱스에서 맥주 한 잔을 더 마시고도 정신 멀쩡하게 귀가 완료.


세 번째 실험 

(2020-11-18 판교/서울 멸치쌈밥)

개발사 대표님과의 자리. 지난 10월 같은 술자리에선 2차에서부터 기억을 잃고 다음날 위액까지 뿜은 화려한 경력(주말이라 다행이었다)이 있었으나 실험 날은 시작 전 사이좋게 약을 한 알씩 나눠 먹음. 1차 각 소주 2병, 2차 각 에딩거 600cc 4잔을 겁도 없이 마심. 취하긴 했으나 다음날 속 멀쩡하게 출근 완료.


그 외 타인에 의해 입증된 실험들.

최 모 씨의 남편은 술을 과하게 마시고 집에 귀가하는 내내 속이 메스껍다며 갤갤거렸지만 이 약을 먹고 30분 뒤 싹 나아져 PC 게임을 하고 주무셨다고 함. 평소 소주 3잔이면 머리 아프다는 밑 잔 고수 조 모 씨께서도 이 약을 먹은 날 소주 7잔과 맥주 600cc를 드시고도 괜찮았다고 하심.


두 번째 실험까진 긴가민가 했지만 세 번째 실험을 통해 숙취해소제의 미친 효능이 완벽히 입증된 셈이다. 약에 대한 맹신으로 나는 마주치는 모두에게 영업했고 이따금씩 음해하려는 자들에게 모욕하지 말라며 득달같이 달려들어 무적의 숙취해소제의 명예를 지키기 바빴다. 급기야 첫 번째 실험 장소에 있었던 윤 모 씨는 나를 안티파흐멜린교주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하물며 이놈의 약은 오프라인에선 CU, 미니스톱과 온누리약국에서만 판매하는 나름 귀하신 몸이란다. 나는 초록창을 켰다. 이름도 어려운 ‘안티파흐멜린’을 검색하고 쇼핑 카테고리 클릭한다. 6 정 X2박스, 총 12알을 네이버 페이로 결제한다. 10일 전까지 내게 숙취해소제란 술자리에서 센스 있는 누군가 검은 봉지 달랑 거리며 사 오는 것, 술집에 들어가기 전 기분 낼 겸 편의점에 들러 친구들과 하나씩 나눠 마시는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니었는데, 아. 내가 숙취해소제마저 굳이 온라인으로 구매하게 될 줄이야.


자.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안티파흐멜린의 오프라인 구매처 또는 29CM을 통해 효능을 실험해보시기 바란다. 그러면 나와 같이 무적의 숙취해소제를 발굴해 준 내 친구 최 모 씨가 사는 도시 방향으로 무한 박수를 보내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글은 협찬이나 광고글이 아닌 모든 알코올인들을 위한 순수한 추천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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