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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봉봉 Jan 20. 2024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하게 살고 싶다

행복이 무엇일까?

중학교때 미술 선생님은 행복에 대해 

"손에 닿을 듯, 손을 뻗기만 하면 잡힐 것 같은데, 잡히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더랬다. 

그 말이 귀에 꽂히던 그 짧은 순간,

열네살인가 열다섯인가의 나는

잡히지 않는 걸 뭘 그리 잡으려고 애쓸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국영수과사를 비롯해 많고 많은 과목들이 학창시절 함께 했건만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건 미술선생님의 말씀과

국사 선생님의 "변방에 있던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이유를 아니?"라는 질문과

"그건 신라가 꿈꾸었기 때문"이라던 답... 이다.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건

행복한 순간이 아닌 것 같다. 

뭔가 힘든 일이 있거나

일상이 지루하거니 지치거나 빡세거나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거나

돈때문에 절절매거나 

두리뭉실한 몸매가 부끄럽다 못해 화가날 지경이거나

내가 먹으려고 찜해두었던 마지막 바나나우유를 막둥이가 먼저 드셨거나,


무튼   

행복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건

행복하지 않은 때-어떤 부분에서든 파열음이 생겼을 때-인 것 같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건강할 땐 건강을 당연시해서 부어라 마셔라 하다

건강을 잃고 나면 열심히 치료하고 운동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가.


그러니까... 

행복할 땐 행복을 모르고 

행복할 땐 행복이 보이지 않는건가.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네. 옴마야. 똑같네)

건강할 땐 건강의 소중함을 모르고

건강을 잃고나서야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 알게 되는 것처럼?


이미 몸매로는 갱년기의 절정을 달리는 듯한 나. 

몸매나 머리숱으로는 갱년기임을 눈치 챌 수 없던 남편.

하지만 나보다 먼저 태어난 남편은 50줄에 들어서며... 내게 고백했다. 

"말하는 것을 참으려고 노력한다고"

그리고 "갱년기인것 같다"고. 

사나이 중에 사나이.

내가 아는 남자를 통털어(몇명 안되지만....) 최고로 싸나이스러운 남자 중의 남자인

남편의 고백은 안쓰럽고 또 조금은 ... 짠했다. 

내가 곧 가야할 길이라서가 아니라, 

"말이 너무 많아진다"며 "그 말을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는 말이 ... 그랬다. 

그래서 가끔은 집앞 치킨집에라도 가서 남편과 노가리와 입을 털기로 마음 먹었다. 


물론 쉽지는 않은 일이다.

매일 귀에 뭔가를 꽂고 하루종일 드라마나 보는 그 모습에 평정심을 유지하며

빨래를 돌리고 개고, 청소를 하고, 외계생명체로 일렁이는 화장실을 지구의 공간으로 돌려놓는 동시에

삼시세끼를 차려 대령하는 것은 생각보다 마음이 힘든일이기 때문이다. 

(휴가 내고서 그러고 있으면 정말 빡친다)


남편을 보며 짠한 마음이 드는 내게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는 빅딜을 걸어왔다. 

"연봉협상을 해야겠어."

"정말? 벌써 했어?"

"아니, 너랑 해야겠어. 내 용돈."

"? (이건 뭥미?)"

"나 용돈 100만원 줘. 나이 먹으니까 돈을 내야할때도 있고, 우리는 내가 돈이 없으면 여행도 못가잖아."


남편은 10년째 60만원의 연봉으로 살고 있다. 

결혼하면서

그때만 해도 나도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은 따로 관리하기를 바랐지만

우리의 넘치는 대출금은

우리의 월급을 합치게 만들었다.


신혼집대출금, 시댁 대출금, 회사 대출금

대출금의 파도였다. 오죽하면  나의 결혼선언문이 "더 이상의 대출은 없다"였을까. 


남편은 항상 고마워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부딪힐때마다 나는 "너의 선택은 니가 책임져야한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맞는 말이지만, 아팠다. 


그 무엇도 속이지 않았던 남편. 

모든 걸 혼자 감당하던 남편. 


직장생활이라고 평화로웠을까. 

몇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그는 버텨냈다. 

나와 새끼들을 먹여살리겠다는 마음이었으리라. 

...


그래도 쫌 파격적인 인상아닌가... 

2023년 애 학원비에 쏟아부은 내게 

그는 더이상 애들한테 올인하지 말고

우리 노후 준비하고, 본인 용돈도 올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대출금과 적금,

남편용돈과 보험+휴대폰, 관리비, 식비, 학원비로 책정한 금액은..

조정할 만한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적금을 줄이거나, 

내가 나가서 벌거나... (내가 2024년에는 한달에 100만원 이상 벌고 싶다고 했던건.... 애들 학원 맘 편히 보내고 나도 좀 사람같이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놓치고 있었다. 남편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것을. 그저 그의 사회생활과 회식과 가끔 있는 친구들과의 만남을 부러워했을 뿐..)


약간 우울해 보이는 남편에게

다음날이 되어서야 "조금만 절충해달라"고 했다. 

남편은 한숨을 푹 쉬었다. 


나도 ...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남편에게 항상, 노후는 내가 책임진다고 했는데

요모냥 요꼴로 무슨 책임을 진단 말인가. 하하. 

그래도 "노후는 내가 책임질게"라는 말에는 

나와 평생을 함께 해온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있었다.

아.

멀리 나중에 행복하게 해주는 것 말고

지금, 옆에 있을 때 행복하게 해줘야겠다. 

그게 100만원으로 용돈 인상이라면....

까짓것.

...

어떻게든 되겠지. 



잠시라도

행복해져라. 대(갈)장(군)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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