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이 있던 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칵테일은 김렛이다.
나는 마티니 글라스에 담긴 칵테일을 좋아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왠지 어른의 칵테일 같은 느낌이랄까.
진과 라임도 좋아하는 나에게, 마티니 글라스에 담긴 김렛은 그저 완벽했다.
칵테일 바에서 투잡을 뛰고 있는 요즘,
칵테일을 추천해 달라고 하는 손님들에게 괜히 김렛을 건넨다.
라임의 상큼함과 진의 깔끔함이 요즘 날씨와 참 잘 어울린다고.
(사실은 하나라도 더 많이 만들어보고, 내 손으로 완벽한 김렛을 만들어보고 싶은 사심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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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나의 오래된 친구와 친구의 여자친구가 바에 놀러 왔다.
내가 좋아하는 김렛을 내 손으로 만들어주고 싶었다.
다행히 친구들은 마음에 들어 했고 그 이후로도 김렛을 더 시켜마셨다.
우리 모두 김렛에 취한 밤을 보낸 기분이었다.
사실 그날은 처음으로 나 혼자 바에서 일해보는 날이었다.
항상 경험 많은 바텐더분과 같이 일했었는데 그날은 혼자여서 굉장히 긴장을 많이 했었다.
레시피도 아직 다 못 외웠는데, 사람이 몰리면 어떡하지?
내가 만든 게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
그전 주부터 열심히 레시피를 외우고 덜덜 떨며 출근을 했다.
그러나 내 친구와 여자친구분을 바 자리에 앉히자마자 상황이 달라졌다.
그들의 장난기 어린 눈을 보니까 긴장했던 몸과 마음이 말랑말랑해져 버렸다.
김렛을 즐기는 그들을 보니 나마저도 행복해졌다.
그 이후로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냈지만, 꽤나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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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에 문득 생각했다.
오늘 칵테일 바 미션을 꽤 성공적으로 마스터한 것 같다!
서로 바빠서 자주 보지 못했던 내 친구를 만난 것도 참 좋았다!
그 친구가 여자친구랑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서 좋았다!
그리고 그들이 김렛을 좋아하게 되어 더 좋았다!
마음 깊숙이 행복이 뿜어져 나왔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이런 행복을 잔잔하게 오래오래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맛있는 김렛 마셔보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린 김렛과 우리의 행복을 위한 드로잉
*그림에 적은 글은 즉흥적으로 적었기에, 브런치에 다시 정리해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