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써야 하는 삶은 어려워
한 달 넘게 이곳 캐나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일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데, 모든 문제는 영어로부터 시작되고 영어로 끝난다.
왜 그동안 자신감을 가지고 살았는지 의문이 들정도로 어렵게 느껴진다.
초반에는 다시 말해달라고 얘기를 했지만, 매번 Sorry와 Pardon 하기도 민망해져 간다.
내가 지금 있는 곳은 도시가 아닌 캐나다 사람들이 휴양지로 오는 섬에서도 더 멀리 떨어진 곳이다.
낭만적이게 표현하면 바다가 바로 앞에 있는 히피들의 천국이지만, 사실은 시골쥐에 가깝다.
그래서 로컬들끼리의 정보가 중요하고, 페이스북 중고장터가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고 보면 돼서, 멀리 가야 하는 날엔 차가 있는 친구들을 찾아 부탁해야 한다.
밤 11시에 주문해도 다음 날 집 앞에 물건이 도착하는 로켓배송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모든 게 느린 캐나다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더 더 더 느리고 불편을 낭만이라 불러야 하는 곳이 아직도 참 어렵다.
이곳에 대한 정보를 찾는다면 인터넷보다는 로컬에게 알음알음 물어보면서 알아내야만 한다.
택배는 어떻게 받아야 해?
로컬할인은 언제 어떻게 받아?
타운으로 가는 방법은 어떤 게 있어?
자전거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어?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대답이 다르고, 누구는 모르고, 나는 100% 못 알아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물어보면 물어볼수록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
나 어디지? 나 벽하고 얘기하는 것 같잖아?
안타깝게도 일에 대해서도 그렇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는 오리엔테이션, 세미나, 와인수업 등 여러 직원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열심히 영어모드로 스스로를 세팅해 놓아도 정작 들리는 건 절반뿐이다(슬프게도 집중하지 않으면 들리지도 않는다).
내가 아는 것은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절반, 혹은 그 이하일뿐이고
나중에 다 같이 얘기하다가 아차! 하면서 깨닫게 된다.
아마 지금도 나만 모르고 있는 것들이 허다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기분이 딱 그렇다.
어딘가에 갇혀있는 느낌.
뭔가 두껍지도 엄청 얇지도 않은 딱 캔정도의 두께에 갇혀있는,
나만 빼고 모두가 끊임없이 소통하는 그런 기분이다.
*오이시영의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기록입니다. <나의 도피이야기>에서부터 처음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