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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Oct 10. 2019

오래된 친구의 소중함

22 DAYS

오늘은 유난히도 기다리고 설렜던 하루다.


가장 친한 친구를 몇 년 만에 만나는데 그것도 프라하에서 만나게 되었다. 친구는 올해 승무원이 되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비행을 하는데 친구 스케줄과 필자의 여행 일정이 겹쳐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서로 바빠서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일정이 겹쳐서 만나다니 생각만으로도 벅차고 행복했다. 프라하 성에서 보기로 하여 시간 맞춰 이동을 하였는데 워낙 크다 보니 동선이 꼬여 30분 정도 서로를 찾았다. 그렇게 프라하 뒤쪽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겨우 만날 수 있었다. 필자와 같이 프라하 성에서 만나기로 했다면 정확하게 구글 위치를 찍어 만나기를 바란다.



몇 년 만에 보는 친구라 만나자마자 서로 안으며 잘 지냈는지 안부 인사를 건네기에 바빴다. 중학교 때 만난 친구인데 벌써 연을 맺은 지 7년이 되었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이자 응원하는 사람이기에 만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이었다. 프라하 성 근처 스타벅스에 앉아 한참을 수다를 떨다 존 레논 벽을 보러 이동했다.


비틀스의 멤버 존 레논 벽은 평화의 벽으로 상징된 만큼 많은 사람들의 손길로 채워졌다. 체코의 행위예술가 그룹에서 하얀 페인트로 뒤덮였으나 다시 사람들의 낙서와 그림들로 채워졌다고 한다. 벽 한편에 글을 남기고 싶었으나 펜이 없어 낙서를 하지는 못했다. 사람들의 손길을 환영하기에 이 벽을 보러 가는 자가 있다면 필자 대신 펜을 들고 자신의 뜻을 남겨주기를 바란다. 벽 앞에서 친구와 함께 사진을 찍고 바출라프 광장 쪽으로 넘어갔다.



판도라 매장에 가고 싶다기에 같이 갔는데 친구가 우정 링을 선물로 주었다. 가격대가 있기도 했지만 선뜻 선물을 해주어 놀랐다. 우리가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시간 동안 나만 너를 생각하고 사랑을 주었던 것이 아니라 너 또한 그랬구나 라는 생각에 감동하였다. 나도 너에게 힘이 되는 친구가 되기 위해 잘 살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사람이지만 반지를 보며 이 바람을 다시 상기시키고 마음을 굳건하게 다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쇼핑을 마치고 나서 카를교 야경을 보기 위해 바로 앞에 있는 레스토랑에 갔다. 햇볕이 드는 시간이라 더위를 감수하고 자리에 앉았는데 메뉴까지 잘못시켜서 한 번 더 수고를 하였다. 그래도 친구와 함께였기에 좋았다. 친구는 여행 온 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온 것이라 피곤할 텐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나와 함께 해주려는 마음에 고마웠다. 여행하는 동안 좋은 것을 많이 보면 감흥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프라하에 온 시점이 딱 그랬다. 감흥도 없고 함께한 사람들도 친한 사람들이 아니었기에 항상 경계하고 긴장해서 여행의 즐거움이 100%이었다면 반 정도도 누리지 못한 채 지냈다. 그러나 오늘은 친구가 왔기에 어제 느꼈던 느낌과는 사뭇 달랐다. 사람으로 인해 장소의 분위기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와 동시에 내가 이 친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작은 소망이 생겼다면 친구가 힘들 때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성장도 중요한뿐더러 친구를 품어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 그렇다면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게 된다. 이렇게 친구 덕분에 여행의 권태기를 극복하고 힘들었던 순간을 잘 떠나보낼 수 있었다. 프라하의 밤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기며 속으로 이렇게 되뇐다.  


주연아, 너가 힘들 때
그때는 내가 너가 있는 곳으로 갈게.



201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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