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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Oct 11. 2019

모차르트의 나라

23 DAYS

모차르트의 나라


버스 지연 사고를 겪은 후 처음으로 이동하는 날이기에 불안감을 가지고 버스에 탔다. 다행히 제시간에 도착해서 조원들과 함께 가지고 온 라면과 햇반, 각종 반찬을 모아서 점심을 해 먹었다. 밥을 같이 먹으면 식구가 된다고 하는데 이렇게 옹기종기 모여서 식사를 하는 추억은 이들과의 돈독한 정을 만들어주기에 충분한 것 같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 처음 본 사람들이라 여전히 긴장을 하며 대하고 있지만 함께한 시간에 비해 나눈 정은 깊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로비에 모여서 우리 조원들을 비롯하여 다른 조와 함께 미라벨 궁전으로 향했다. 17세기에 지어진 궁전으로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다. 현재는 시청사로 이용되고 있으며 기존에 다른 궁전에 비해 아담한 크기를 가지고 있다. 글 그대로 그리 넓지 않았으며 정원과 궁전 외관만 보려고 방문했기에 오랜 시간 머무르지 않았다. 정원에서 잠깐 거닌 후 사진 몇 장을 찍고 레지덴츠 광장으로 갔다.



한여름 같이 더웠기에 열을 식힐 겸 유명 카페를 찾아 나섰다. 이 광장에 300년 된 카페가 위치해있다기에 15분 정도를 걸어갔다. Cafe Tomaselli 어렵사리 찾아가 들어갔는데 에어컨이 없는 유럽은 내부도 똑같이 더웠다. 시원한 음료를 먹으려 했지만 아이스 메뉴가 다양하지 않았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더위에 이기지 못해 결국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같이 다닌 사람들 모두 아이스 메뉴를 시켜서 안타깝게도 커피는 맛보지 못했다. (아이스 기계가 없으면 아이스커피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럽은 워낙 성당이 많고 유명 관광지도 대부분 성당이 꼭 들어가 있기 때문에 유럽여행의 반절을 보낸 조원들은 성당 가는 것을 꺼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필자는 성당 가는 것을 좋아했기에 나 홀로 잘츠부르크 대성당으로 가기로 했다. 함께 다녀서 좋을 때도 이지만 모두를 맞추다 보면 자신만의 여행을 누리기 힘들어 가끔 이렇게 개인 일정을 선택하는 이들이 종종 있다. 성당 앞에 도착했는데 아쉽게도 문이 닫혀있었다. 이 성당은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으며 모차르트가 세례를 받은 성당으로 유명한 곳이다. 성당에 들어가면 엄마 품에 폭 안긴 듯 따뜻한 기분을 느낀다. 그래서 들어가려 한참을 서성였지만 굳건히 문이 닫혀있을 뿐이다. 옆에도 성당이 있어 희망을 가지고 갔지만 역시나 열지 않았다. 그렇게 정처 없이 걷다가 수도원 묘역을 발견하여 들어갔다. 분위기는 음산하지만 묘하게 편한 느낌을 받았다. 이분들은 어떤 인생을 살고 어떤 업적을 남겼을까 하는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전에 사람들이 나가고 혼자만 있으니 무서워서 얼른 한 바퀴만 돌고 나왔다.



그렇게 또다시 정처 없는 발걸음이 이어지다 광장에 큰 체스 판을 놓은 것이 눈에 띄었다. 사진을 찍으려고 가보니 가족들이 팀을 나눠 게임을 하고 있었다.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모습에 흥미가 생겨 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구경하였다. 나를 포함한 여행객들이 이 게임을 지켜보았는데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대부분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다.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이자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곳으로 유명한 게트라이데 거리에 도착했다. 간판에는 상점에서 파는 물품의 그림이 그려진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문맹률이 높던 시절 어떤 가게인지 보여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우산을 파는 곳에는 앙증맞게 우산이 걸려있고 남녀가 그려진 곳은 춤을 추는 이들의 복장을 파는 것으로 보였다. 처음에 이 거리를 구경할 때는 그림으로 그려진 간판이 많을 줄 알았다. 오히려 영어로 적힌 간판이 다수를 이루었으며 그림이 있는 곳은 몇 걸음 가야 찾을 수 있었다. 그래도 옛날의 전통을 이어받아 아직도 이렇게 보존할 수 있다는 것을 대단하게 생각한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평범하지 않은 옷이 많이 보인다. 입어보고는 싶으나 평소에는 입기 어려운 화려한 옷들이 즐비해있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오스트리아 전통 옷으로 보였다. 그렇기에 아이쇼핑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거리라고 생각한다. 구경을 하다가 모르고 지나칠 뻔했던 모차르트 생가를 찾았다. 게트라이데 거리 한복판에 있으니 상점 구경을 하다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는 늦은 시간에 가서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모차르트는 잘츠부르크에서 1월 27일에 태어난 위인이다. 아버지 레오폴트는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비상하여 일찍 교육을 받아 후세에도 잘 알려진 인물인데 이렇게 대단한 인물인 만큼 생가를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하루 종일 걸어 다니는 것이 습관이 되어 몇 시간을 돌아다녀도 거뜬하게 다닌다. 해가 저물고 잘츠부르크의 야경으로 유명한 마 카르트 다리로 이동하였다. 거기서 조원들을 만나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데 옆에 버스킹 하는 사람이 ‘나는 한국인입니다.’라는 모자를 쓰고 연주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 모자 문구를 그대로 읽으니 윙크로 화답해주었다. 아마 의미는 모르고 한국 사람이 말을 걸면 대체적으로 윙크를 해주는 것 같다. 그래도 이분의 센스는 글을 쓸 만큼 기분 좋은 추억이었다.



그날은 유독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그리웠다. 프라하의 밤을 누구와 보내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기억된 경험이 있기에 그 순간 친구들이 그리웠던 것 같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이들과 정이 들었으나 편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잘츠부르크의 야경을 보며 이번 여행의 선택을 다시 한번 회고하는 순간이었다. 조원 중 한 명은 “언니 오늘따라 왜 이렇게 센치해.”라고 하는데 누구에게 숨기질 못할 만큼 편안한 사람들을 그리워한 것 같다. 그 고민도 잠시 다시 이들과 어울리며 또 다른 인연과 관계를 맺어가는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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