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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TRAVELE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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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 Sep 01. 2019

여행의 시작

1 DAY

 

20대의 유럽이라는 타이틀은 딱 맞춰진 듯 잘 어울리는 단어이다. 막연하게 유럽이라는 곳을 동경했지만 지금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지는 않았다. 유럽여행보다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더욱 원했기에 신앙의 깊이를 채우는 여행을 가고 싶어 했다.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순례를 준비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에 신청하게 된 유럽여행, 20대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여행사 측에 신청한 후 간단한 인터뷰를 마치고 합격하게 되었다.


20대들과 함께 떠나는 <아이쿠스 - 유럽 드리머즈>에서 주관하며, 여행과 친구 그리고 영어 공부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을 등록하고 나서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방학 때 공부를 하지 않고 이렇게 떠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지금 내가 놀아도 되는 것일까 하는 두려움에 잠식되어 여행에 대한 기쁨과 설렘을 만끽하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3박 4일 정도의 짧은 여행은 매년 갔지만 한 달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행을 가는 것은 처음이기에 준비를 많이 했고, 그만큼 캐리어도 부풀어져 갔다. 그렇게 내 인생 최대의 짐을 들고 공항 길로 나섰다.



해당 기관에서 구성해준 조원들과 함께 카페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비행기를 타러 갔다. 처음 들어보는 ETIHAD 항공인데, 알고 보니 만수르가 운영하는 국영 항공사였다. 진에어의 좁은 공간을 생각했지만 다행히 여유 있는 공간과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스크린이 설치되어있었다. 평소 이동하는 시간에 책을 읽는지라 런던에 관한 책을 구매하여 여행에 대한 정보를 쌓으려 비행기에서도 부단히 노력했다. 영국이라는 나라를 조금 더 잘 느끼고 싶어 하는 마음에 졸음과 씨름하여 읽었지만 결국 장시간의 비행은 나를 잠으로 인도해주었다. 잠을 너무 잘 자는 바람에 9시간 비행을 거뜬히 하고 아부다비에서 경유하기 위해 잠시 내렸다.


후덥지근하지만 어딘가 위압적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중동이라는 나라의 기운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3시간 정도 기다렸다 런던 행 비행기를 타는 일정이었는데 쉬면서 이야기하다 보니 그마저도 시간이 빨리 갔다. 하나 특이했던 것은 수하물 검사를 하고 비행기를 타기 전 약물에 반응하는 종이를 보안관이 직접 들고 검사를 하였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신기했다. 필자는 노트북이 든 가방과 라면 &햇반이 잔뜩 든 보조 가방이 있었는데, 보조 가방을 열자마자 피식하고 웃는 보안관이 보여 나도 모르게 따라 웃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위압적인 모습을 떨쳐내고 두 번째 비행기를 타러 들어섰다. 똑같은 항공사지만 이번에 타는 비행기는 훨씬 크고 스크린을 포함하여 컨트롤러가 함께 배치되어있었다. 책만 읽는 필자에게는 무용지물이지만 좋은 비행기를 탄다는 것은 역시나 기분 좋은 일이다. 8시간 정도 비행을 하였는데, 이번에도 꿀잠을 자느라 시간이 금방 갔고 런던에 관한 책 2권을 마저 읽지도 못한 채 발을 내디뎠다.



드디어 런던에 도착했다.



주관하는 기관에서 기숙사까지 픽업을 해주어 벤을 타고 이동했다. 살면서 평생 나지 않던 멀미가 와 거리 구경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배만 부여잡은 채 힘들게 숙소로 들어왔다. 숙소는 KENTISH TOWN에 위치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보수공사 중이라 당황스러웠지만 방안은 깔끔했고 지내기에는 크게 불편한 것이 없어 보여 만족했다. 잠시 숨을 돌린 다음 근처에 있는 햄프스 태드 히스 공원에 갔는데, ‘역시 런던’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끝없이 펼쳐진 녹지와 건강하게 뛰어다니는 강아지들 그리고 잔잔하게 저무는 석양이 여행의 시작을 반겨주는 느낌이었다. 조원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의미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껴안은 채 침대에 누워 아침을 맞이하기 전까지 잡념에 헤매다 첫날을 마무리했다.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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