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에 작성됨.
<바빌론>에서 묘사한 모든 영화판은 신선하지 않으면 버려지는 생선 가게와 다를 것이 없다. 그곳에 서 있는 모든 이가 이미 죽어버린 생선들과 같았기에. 그럼에도 극 중 모든 시퀀스는 덧칠해진 영화 세트장의 벽면처럼, 더욱이 새롭고 얼룩진 창조물만을 찬양할 뿐이었다. 처절하고도 애처롭게.
1920년대 할리우드를 포함한 영화사 전체에 무한한 존경을 보낸 감독은, 쓸쓸히 퇴장하는 인물들의 위태로움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안타까운가? 지랄. 스크린 너머 앉아있는 당신들이 두 팔 뻗어 기꺼이 그들을 밀었으면서.
세 시간동안 부끄러움을 숨기지 못했다. 셔젤 감독이 오마주로 뒤덮은 영화사를 향한 헌정 대부분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 <타이타닉>에 나온 고갱이나 드가의 작품을 보고는 실쭉했으면서. <시민 케인>을 안 봤다고 마고 로비에게 한마디 한 디카프리오는 대체 무슨 기분이었을지.
영화를 사랑한다고 영화를 아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알고 싶다면 영화를 사랑해야겠지. 셔젤처럼, 잭처럼, 메니처럼. 그러니 조금은 더 사랑해야겠다. 영화를, 예술을. 그리고 사랑 그 자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