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쓰기 주제를 받았을 때에는 무난하고 쉬운 주제라고 생각했다. 나의 소울 푸드라니. 먹는 걸 좋아하는 나에겐 좋아하는 음식이 꽤나 많기에 금방 고를 수 있을 줄만 알았건만, 각 음식별로 좋아하는 이유는 있어도 그 중 한가지를 꼽기란 꽤나 어려웠다. 햄버거? 샤브샤브? 월남쌈? 그냥 맛있어서 좋아하는 거지, 딱히 이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나 추억은 없다. 그러던 중 엄마의 김밥이 떠올랐다.
사실 나는 김밥이라는 음식을 크게 좋아하진 않는다. 어렸을 때 소풍갈 때 먹었던 김밥은 늘 엄마가 싸주셨는데, 엄마의 김밥엔 햄은 거의 들어가지 않고 야채 위주여서(또 밥은 현미밥이기에) 어린 나로서는 맛이 없다고 느꼈을 뿐더러 엄마는 음식에 간을 전혀 하지 않으시기에 객관적으로도 맛있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바깥에서 사먹는 자극적인 음식들에 입맛이 길들여졌고, 직장을 갖고나서부터는 돈을 모아 꽤나 비싼 식당을 가끔씩 갔기에 엄마 음식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런데 여전히 엄마는 김밥을 종종 싸주시곤 한다. 나는 그런 김밥을 감사히 먹는다. 객관적으로 맛있지는 않아도 엄마의 사랑과 정성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 장성해서 왠만한 것은 스스로 해내는 30대가 된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엄마의 최선의 표현이 엄마표 김밥이 아닐까? 또 그 김밥을 맛있게 먹는 것이(비록 연기일지라도) 엄마에게 해줄 수 있는 무뚝뚝한 아들의 사랑 표현이 아닐까?
엄마의 김밥은 여전히 맛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가장 맛있다. 엄마의 김밥을 먹을 때면,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던 10대 때로 돌아가는 것만 같다. 누군가 나에게 엄마의 사랑을 형상화할 수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에겐 그것이 김밥일 것이다. 완벽하거나 화려하진 않아도 늘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만 같은 엄마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