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이별 식탁 : 대패 삼겹 숙주볶음

독립을 앞둔 딸의 아버지를 위한 저녁 식탁 차리기

by 신보라
오늘의 저녁 식사



술이 생각나는 요리, 대패 삼겹 숙주볶음. 술도 마시지 않는 아빠를 위해 이 요리를 한 이유는 치아가 약한 아빠에게 대패 삼겹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마트에서 콩나물인 줄 알고 대충 집어온 숙주가 냉장고에서 사망선고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고,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느닷없이 들기도 했다.

가끔 먹는 도톰한 고기도 좋지만 입에서 녹는 얇은 고기의 맛도 저만의 매력이 있다.

꼬숩고 슴슴한 풍미를 뽐내는 이 녀석 덕분에 오늘의 그릇도 깨끗하게 비워졌다.




술을 부르는 대패삼겹 숙주볶음과 장국


당신과 나의 여섯 번째 이별 식탁


대패 삼겹 숙주볶음


재료:(1인분 기준) 대패삼겹살, 숙주, 다진 마늘(1), 굴소스(1), 간장(1), 설탕(1/2), 후추를 후추후추, 대파, 고추


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송송 썰어낸 대파를 볶는다. 편 썰어 낸 마늘을 넣어도 좋다. 대파 향이 그윽하게 올라오면 파 기름 완성!

대패삼겹살에 후추를 후추후추 뿌리고 파 기름에 고기를 볶는다.

고기의 붉은 기가 사라지면 숙주를 넣고 굴소스와 설탕, 간장을 넣고 센 불에 볶는다.

마지막으로 고추를 넣고 살짝 볶아주면 끝!


몸에서 한 군데씩 손 봐줄 곳들이 생기면서 나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이렇게 말하기엔 난 아직 젊지만, 삼십 줄에 들어서면서 먹지 않으면 생활이 불가능해지고, 그렇다고 많이 먹으면 소화가 안 되는 것을 느끼며 20대와 이별했음을 알았다.


아빠는 나이가 들면서 치아가 약해졌다. 박스테이프 정도는 송곳니로 뜯던 그는 이제 없다. 앞니로만 갈비를 깨끗하게 발라내어 갈빗대만 남기던 그는 과거의 사람이다.

아빠의 치아가 병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에 이르렀을 때, 안쓰럽다거나 속상한 마음은 없었다. 그때는 암과 싸우는 엄마가 더 내 마음을 아프게 했으므로, 아픈 치아 정도에는 무뎌진 마음이었다.


엄마가 떠나고 나서야 아빠는 치과에 갔다. 이미 많이 약해진 치아는 임플란트가 필요했고, 워낙 큰돈 들이기를 싫어하는 아빠는 꼭 필요한 몇 개만 제외하고 다른 치아들은 임플란트를 포기했다. 뽑아내서 틀니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이 60이 채 되기도 전에 틀니를 착용한 노인이 되었다.


착용하던 틀니를 뺀 아빠를 처음 봤을 때, 티는 안 냈지만 나는 많이 놀랐다. 티를 내지 않으려고 다른 곳에 주의를 돌린 척했지만 분명 공중에서 서로의 눈이 부딪쳤다. 아빠는 봤을 것이다.

아빠가 갑자기 20년은 늙어버린 것 같아서 두 눈을 아빠 얼굴에 맞추고 있을 수 없었다. 불쑥 찾아온 당황스러움은 좀처럼 떠나지 않고 그렇게 한참을 머물러 있었다.


엄마가 항암 치료를 받고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을 때, 숭덩숭덩 손에 닿는 머리카락이 부서지듯 손에서 빠져나갔을 때, 그때 그곳으로 떨어져 버린 기분이었다. 그때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벌어진 입 속 가득 머금고 있던 말들이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입만 오물거리던 나. 동생이 옆에서 제발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듯 말하자, 엄마는 그제야 웃어 보였다. 머리를 밀어야 될 것 같다고.


아빠의 늙어버린 얼굴에서 그때가 스치고 지나갔다. 스친다고 하기엔 너무나 세게. 나이 듦이 꼭 서서히 오는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갑자기 찾아온 나이 듦은, 식사 위 메뉴부터 바꾸었다. 아삭아삭 오이소박이는 나의 1인 식탁에만 올라왔고, 1인분만 할 수 없는 갈비탕은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그 와중에 치아교정을 받으러 간 나는, 보기 드문 건치라는 의사의 평가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닮고 싶지 않은 마음과 안쓰러움이라는 이 오묘한 감정의 뒤섞임이 기분 좋지는 않다.

미안한 것은 또 싫어서, 아빠를 배려한 요리를 하는 것으로 스스로에게 생색을 내곤 한다.

'거봐, 난 효녀야. 못 말리는 효녀. 맛도 좋고 먹기도 좋은 요리를 대접받는 성식 씨는 참 좋겠다!'

생색과 생각을 굴려가다 멈추고 다시 말한다. 정말 못 말리는 애새끼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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