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이별 식탁 : 대패 삼겹 볶음밥과 된장찌개

독립을 앞둔 딸의 아버지를 위한 저녁 식탁 차리기

by 신보라
KakaoTalk_20200921_222531274_02.jpg 오늘의 저녁 식사


고깃집에서 고기를 한참 구워 먹고 나면 후식으로 꼭 밥을 먹고 싶은, 나는 밥에 진심인 여자다.

매큼~한 김치와 느끼~한 고기를 한 입에 먹을 수 있는 볶음밥, 오늘은 내 진심을 네 녀석에 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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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달걀후라이후라이가 올라간 대패 삼겹 김치 볶음밥의 자태가 마치 백록담을 품은 한라산같다, 아빠가 안 좋아하는 된장찌개



당신과 나의 여덟 번째 이별 식탁


대패 삼겹 볶음밥


대패 삼겹 볶음밥 재료 : 대패 삼겹, 양배추, 마늘, 양파, 대파, 김치, 고추장(1), 고춧가루(1), 설탕(1), 계란


대패 삼겹 볶음밥 만들기

양배추와 대파, 양파를 손질한다.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편 마늘 혹은 다진 마늘을 넣고 볶는다.

파도 넣고 함께 볶는다. 냄새가 참 좋아.

김치 넣고 볶다가 파와 마늘이 만든 기름에 대패 삼겹살 넣고 볶는다.

양배추도 넣어준다.

밥도 넣고 쉐킷쉐킷 볶는다.

고추장, 고춧가루, 설탕을 넣고 같이 볶는다.

계란은 따로 구워준다. 살짝 굽고 다 익기 전에 전자레인지에 돌렸더니 아주 촉촉하고 예쁘게 구워졌다.

다 볶아진 밥을 그릇에 옮겨 담고 계란까지 올려주면 완성!



내가 11살이 되었을 때, 엄마는 삼촌의 피자 가게로 일을 나가게 되었고 우리 집은 맞벌이 가정이 되었다.

달에 한 번씩 밖에 오지 않는 아빠, 밤늦게 들어오는 엄마. 나와 동생은 그렇게 집에 남겨지게 되었다.

초등학교 4학년이 할 수 있는 요리는 별로 없었다. 이제 막 라면을 스스로 끓여먹기 시작한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친구 오빠가 놀러 왔다. 친구 오빠는 우리보다 두 살 많았는데, 초등학생에게 2살 차이는 보이는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 오빠는 능수능란하게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다. 그날, 초등학생도 김치볶음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어쩌다 엄마가 밥을 해놓지 못하고 출근한 날에는 김치볶음밥을 해 먹으며 치즈를 넣어 보기도 하고, 엄마보다 참치나 햄을 더 많이 넣으며 은밀한 행복을 느끼기도 했다.


내가 김치볶음밥을 해 먹는 것을 알게 된 엄마는 조금 충격을 받은 듯했다. 어떻게 알게 됐냐는 엄마의 물음에, 친구 오빠가 와서 해줬다고 하자, 엄마는 그만 기암 할 듯했다. 뒤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그리곤, 낯선 사람을 왜 집에 들였냐며 크게 화를 냈다. 엄마와 인사를 주고받는 사이였던 그 오빠가 낯선 사람은 아니었는데. 엄마의 다그침에 닭똥 같은 눈물까지 흘려가며 크게 울었다. 그리고, 이제야 그녀의 분노가 걱정과 불안이었음을 안다.


고기가 아니었다면, 일요일 오후에나 먹을 법한 김치볶음밥을 탐탁지 않아했을 성식 씨. 다행히 대패 삼겹이 그의 마음을 샀고, 별로 좋아하지 않는 된장찌개까지 비우며 맛있게 식사를 끝냈다.

김치볶음밥에 얽힌 나와 엄마의 추억을 모르는 아빠에게 상을 차려줄 때마다 가끔은, 정말 가끔은, 도련.. 아니 대련님이 아닐까 싶지만, 그도 나에게 가끔 말한다.

"너는 네가 공주인 줄 아나 봐."


힘든 길은 돌아서 가고, 무거운 짐은 못 본 체하는 내가 딸이라도 얄미울 때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다른 의미에서 서로의 공주와 대련님이 되었다.

엄마는 맞벌이까지 하며 나를 공주처럼 키우길 바랬지만, 나는 늘 사랑이 부족하다고 했다.

'이거 필요해, 저거 필요해. 이게 없어. 저게 없어. 엄마는 동생만 예뻐해. 엄마가 화내는 거 서러워. 그만 혼내.'

투정할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뒤늦게 공주인 양 하고, 대련님이기에 많이 늙은 아빠는 아직도 색동저고리를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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