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을 앞둔 딸의 아버지를 위한 저녁 식탁 차리기
막례쓰가 말했다. 맛있는 잔치국수를 만들고 싶은데 파도 없고 마늘도 없다면, "너 그 심보가 개심보지 뭐냐"
그렇다. 마늘도 파도 아무것도 없이 맛있는 것을 먹고 싶은 나는 개심보였다.
서른두 살의 개심보는 입맛 도는 맛있는 음식을 찾기 위해 정보의 바다 인터넷을 뒤지고 다녔다.
그리고 발견한 막례쓰의 간장국수. 이름만 들어도 그 정체가 궁금해지는 간장국수를 해 먹기 위해 개심보를 버리고 장을 보러 나간다.
당신과 나의 아홉 번째 이별 식탁
간장 국수 재료 (2인분) : 소면, 애호박(1/2), 당근(1/2), 오이(1/2), 참깨가루
간장 소스 - 진간장 3큰술 + 설탕 3큰술 + 다진마늘 1큰술 + 식초 1큰술 + 참기름 듬뿍 + 통깨
간장 국수 만들기
냄비에 넣은 물이 끓으면 소면을 넣고 5분간 삶아주세요. 국수 쫄깃하게 삶기 팁 ! 국수 넣고 물이 끓어올라서 넘치려고 하면 찬물을 넣어주세요! 요렇게 찬물을 넣어주면 면발이 더 탱글탱글해져요.
고명으로 쓸 채소를 다듬어 주세요. 박막례 할머니께선 쪽파를 쓰셨지만 전 까먹고 못 사왔어요!
삶고 있는 소면에 채소를 넣고 함께 삶아도 되고, 저는 채소를 볶았답니다. 더욱 살아있는 채소 식감을 느끼기 위해서!
간장 소스 재료대로 섞어서 쉐킷쉐킷 양념을 만들어 주세요.
소면과 채소를 채에 바쳐 뜨거운 물을 빼고, 찬물로 헹궈 주세요.
그릇에 소면과 채소를 담고, 양념을 넣어 쉐킷쉐킷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도 비비면 완성!
레시피대로 만들었지만, 조금, 아주 조금 자신이 없어서 양념을 찔끔 넣어 소면과 비볐다.
심심하지만 괜찮았다. 이거다 싶은, 확 사로잡는 맛은 아니었지만 후룩촵 후룩촵 소면 1인분을 남김없이 먹었다. 아빠가 집에 들어오고, 남은 양념과 고명, 소면을 비벼 한 젓가락 맛을 봤다. 내가 먹은 것보다 많은 양념이었다. 어머, 세상에. 뭔가 빈 것 같았던 부분이 여기 다 있었다. 너무 맛있다. 바로 이거였는데, 나는 뭐가 그렇게 겁났던 걸까.
내가 미리 먹어 본 덕에 아빠의 간장 국수는 아주아주 완벽했다. 성식 씨는 복도 많지.
겁도 없이 덤볐을 땐, 많은 상처를 입었다. 회복 기간이 아주 길어서 그 끝이 없을 정도로.
미리 걱정하고 움츠러들어 있으면, 생각보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머쓱해서 괜히 뒤통수를 만지게 된다.
회사에서 느닷없이 잘렸을 때, 집에 알리기가 두려워서 몇 날 며칠을 끙끙 앓았지만, 눈물까지 흘리며 해고 고백을 한 것에 비해 아빠의 반응은 담백했다. 마치 각오한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은 것처럼.
"그놈들이 잘못한 거지. 네가 뭘 잘못했냐. 게거품 물고 데굴데굴 구르지 그랬어 회사 복도에서. 내가 이 정도 미친놈이다 보여줘야 돼 그런 놈들한텐. 일자리는 또 알아보면 되는 거고, 이제 백수라서 용돈이 좀 필요하겠네."
물론 아빠가 큰돈을 쥐어주는 훈훈한 드라마 같은 일은 없었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는 서해바다와 같은 마음을 가졌다. 서해는 염전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생각과 달랐던 따뜻하고 일반적인 말에, 실제 아빠보다 나쁜 사람으로 내 안에 담아뒀다는 것을 알았다. 나 혼자 어색하고 열없는, 무안한 마음.
배가 꺼지고 한 그릇 더 먹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땐, 양념을 듬뿍 섞었다. 음, 그래 바로 이 맛이지.
그렇게 소면 2인분을 해치우고, 뱃속에도 마음에도 평안이 찾아왔다. 걱정과 불안은 잠시 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