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베 이타, 2013

by 쥬스

1. 빵집? 자본론?

7년인가. 8년 전쯤 읽었던 책이다.
그런데 기억이 안 나서 다시 읽었고,
최근 1년 정도 마르크스에 대해 관심이 있기도 했고 공부를 하기도 해서 다시 집어 들었다.

읽다 보니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났다.
근데 내용은 진짜. 정말. 기억이 거의 안 났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이유가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것임에, 약간 안도하긴 했다.
잘 적어 놨다가 미래의 어느 시간 속에서는 잊어버리지 말아야지.

음. 일단 빵집과 자본론의 관계를 유추하기 쉽지 않았다.
아마도. 뭔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정신으로.
사회적이라는 단어가 붙는 기업, 협동조합, 단체 등과 같은 모습으로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에도 재밌고, 행복하고 경쟁, 비교 안 하고 살아갈 수 있다를 얘기하는 책일 듯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추측의 반은 맞는 것 같았고, 반은 잘못 집은 것 같았다.
하지만 잘못 집은 부분이 뭔가 자본주의를 엄청 얘기하고 이런 건 또 아니었다.
말 그대로 빵. 자영업. 업자의 노력? 에 대한 얘기가 나머지 반이다.
그래도! 자본론과 마르크스의 입문 전 준비 편으로는 아주 좋은 듯!


2. 빵집

일단. 이 책은 빵집을 소개해야 한다.
책 내용과 빵집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책날개에 아주 자세하게 나온다!
이것만 읽어도 책을 다 읽은 것 같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사람을 값싸게 부리기 위한 불완전한 음식과 노동이 넘쳐나는 자본주의 시대에 일본 변방의 작은 시골빵집에서 소리 없는(이 말은, 마음에는 안 든다) 경제혁명을 일으키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적혀있다.
자신의 삶과 직장에서의 경험, 아버지가 추천해 준 마르크스의 자본론, 그리고 빵의 누룩, 천연균을 통해서 '부패와 순환이 일어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부패와 순환이 있는 삶, 노동을 꿈꾸며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약간.. 세계 끝의 버섯이라는 책과 유사한 느낌도 조금 있다.
근데 버섯 책 보다 매우 매우 얇고, 아주 잘 읽힌다^^(버섯 책도 재밌다!)

아 참. 빵집을 소개하려고 했는데,,,
일단 빵집은 일본에 있다.
가게 이름은 '다루마리'이다.
저자(이'타루')와 저자의 파트너(마리)의 이름을 합쳐서 지은 거란다.
귀엽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철수영희' 이런 느낌인가? 키킥..
위치는 오카야마현의 가쓰야마라는 작은 시골마을에 있다고 하던데,

기회가 되면 가봐야겠다.

아래는 다루마리 홈페이지 사진이다. 귀엽다.

인터넷에 https://www.talmary.com/ 라고 입력하면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건물이랑 내부 사진은 요렇단다.
다루마리 인스타에서 가져왔다.

빵뿐만 아니라, 카페도 하고 숙박도 하고 이것저것 많이 하나보다.
2023년에는 한국에 강의도 오셨더라.
EBS나 유튜브에 찾아봐도 자료가 아주 많으니 참고 바란다.


3. 1부. 2부

책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의 제목은 부패하지 않는 경제이고,
2부의 제목은 부패하는 경제이다.

1부에서는 저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와
빵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읽은 것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그 가운데 빵.
정확히는 빵을 만들 때의 천연효모, 균이라는 것과 자본을 연결시킨다.
1부는 이렇듯 마르크스, 자본론, 자신의 삶과 직장이야기. 빵집 오픈. 균에 대한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에 어떻게 저항하는데?라는 실천적인 내용은 많이 없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2부에 당연히 그런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음. 나오긴 한다. 근데 1부의 내용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빵을 만드는 이야기. 빵집과 얽힌 일상의 이야기. 지역사회 이야기 같은 것들이 더 많이 나온다.

(물론 이런 것 전체를 자본에 저항하는 실천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저자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통해서 인상적이게 본 부분은. 생산수단을 갖지 못한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착취당하게 된다는 것이고, 자본주의의 가치는 자연적으로 부패하고 순환하는 구조를 역행해서 자꾸 남기고, 불리고, 축적하는 형태이기에, 누군가를 착취(이윤을 남기는)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산수단'을 가지고 노동하는 것과 착취, '이윤을 남기지 않는' 삶을 위해서 빵집을 운영하며 실제로 그러한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또한, 저자는 자신의 방법이 마치 진리인 듯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이런 삶도 있다. 이렇게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방법을 찾아가 볼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살아서 자유롭다를 말하는 것에 가깝다.

이런 비아냥 혹은 지적 혹은 질문,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래 뭐, 좋은 얘기지.
근데, 자본주의는 견고해.
이 사람은 그냥 특별하고 특이한 한 명의 사람이지.
그리고 저자 같은 사람은 수천수만 명의 사람 중
운 좋은 하나의 성공 스토리의 주인공인 거야라고 말할 수도 있다.
야. 무슨 마르크스냐.
너 공산주의 빨갱이야?. 그 사람은 실패한 사람이야.
그 너머의 것을 봐.
우린 민주주의. 민주공화국에 산다고!라고 할 수도 있다.
그 외에 기타 등등 많은 비난, 딴지, 때론 진솔한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좀 그렇게 꼬인 사람이라서 딴지 거는 것에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1. 일단 비난하고 싶으면 그 대상을 조금 이해하자.
만약 마르크스를 비난하고 싶다면, 마르크스의 삶과 저서, 왜 마르크스가 그토록 자본주의를 비난, 경고했는지 살펴보자.
혹은 책의 저자를 비난하고 싶다면, 적어도 이 책을 제대로 읽어보고, 저자의 삶과 가게(빵집)와 이웃과 지역사회를 조금 들여다보자.
비난은 그 후에도 늦지 않다.

2. 회의와 허무주의에 빠지고 있다면, 잠시 쉬자.
그리고 한 스푼 얹는 것의 중요성.
변화라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선이라는 것이 어떻게 계속 선이 되어가고, 악이 어떻게 계속 악이 되어가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미드 '굿 플레이스'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ㅎ

3. 그냥 무시하고 내 맘대로 살자.
1, 2번은 너무 헤비 하니까.
그냥 지금 생각하는 대로 살자.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다시 생각해 보자


4. 병렬적 와닿은 문장 기록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기술혁신은 결코 노동자를 풍족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자본이 노동자를 지배하고 보다 많은 이윤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p.65

재료가 사람의 생명을 키우는 힘을 갖추고 있으면, 균은 빵이나 와인처럼 인간을 즐겁게 하는 음식으로 그것을 변화시킨다. -중략- 이것이 바로 발효 작용이다.
한편 생명을 키우는 힘이 없는 재료라면, 균은 그것을 안 먹는 게 좋다는 신호를 사람에게 보낸다. 말하자면 재료를 무참한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때는 사람이 먹으면 해가 되는데 '부패' 작용이 바로 그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발효도 부패에 포함되며, -중략- 인간에게 유용한 경우에는 발효라고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부패라고 부른다.
p.79

이스트처럼 인공적으로 배양된 균은 원래 부패해서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물질마저도 억지로 일정 기간 썩지 않게 만들어버린다. -중략- 이 같은 부패하지 않는 음식이 먹거리의 가격을 낮추고 일자리를 값싸게 만든다. 나아가 싸구려 먹거리는 먹거리의 안정을 희생시키고 사용가치를 위장함으로써 먹거리를 만드는 사람에게 귀속되어야 할 기술과 존엄을 빼앗아간다. -중략-
시간에 의한 변화의 섭리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돈이다. 돈은 시간이 지나도 흙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영원히 '부패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부패는커녕 오히려 투자를 통해 얻는 이윤과 대금업을 통해 발생하는 이자로 인해 끝없이 불어나는 성질마저 있다. 곰곰이 따져보면 참 이상하지 않은가?
바로 이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았다는 내용이 내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의 절반을 차지한다.
p.80

'부패하지 않는' 돈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낳는 주범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돈과 경제를 '부패하게' 만들어버리면 어떨까? 이것이야말로 발효의 힘을 빌려 발효와 부패 사이에서 빵을 만드는 나에게 딱 맞아떨어지는 발상이었다.
p.83

엔데는 돈을 '사람들이 생활에서 사용하는 교환을 위한 돈=빵집에서 쓰는 돈'과 '자본이 사업을 통해 불리려 하는 돈=자본으로서의 돈'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전혀 다른 이 두 종류의 돈에 동일한 '법정 통화'(엔, 달러 등)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와 삶이 혼란을 일으킨다고 지적하며, 그렇다면 이 두 종류의 돈을 나누면 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엔데의 말은 카와무라 아츠노리의 책 '엔데의 유언' 내용 중 일부를 저자가 인용한 것이다.
p.177
마르크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주의 경제의 모순은 생산수단을 가지지 못한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력을 팔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마르크스는 노동자가 모두 생산수단을 공유하는 공산주의(사회주의)를 지향한 것이다. 그런데 미안한 말이지만 그 방법이 잘 돌아갈 거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오히려 이 시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의 생산수단을 가지는 길이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거라고 본다.
p.185

'다음번 투자를 위해 이윤은 꼭 필요하다.'라고들 하는데 그것은 결국 생산규모를 키워서 자본을 늘리려는 목적 때문에 나온 말이다. 동일한 규모로 경영을 지속하는 데에는 이윤이 필요치 않다.
p.193


음.. 마르크스 얘기를 별로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엄청 많이 하구나,,
아니면, 내가 마르크스 얘기가 나온 부분을 다 접어놔서 많은 건가.. 하하..
정리하다 보니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자주 인용돼서, 그 책도 같이 읽으면 좋겠다.
마르크스의 책을 읽고 싶다면, 독일 이데올로기, 공산당 선언, 자본론 1권 정도만 읽으면 될 듯..? 전공자가 아니라면,,!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니 역시나 미국에 몇 안 남은 찐? 사회주의자인 낸시 프레이저가 생각난다.
자본주의를 '제도화된 사회질서로' 정의한 프레이저의 책. 좌파의 길(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하다)도 읽어보면 좋을 듯.
프레이저는 정말 넓은 시각으로 자본을 분석하고 글도 잘 써서, 읽기 좋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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