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드라마 '굿플레이스'

마이클 슈어, 2023

by 쥬스

1. 아차. 이런.

일단 이 책을 읽게 된 건,
미국의 드라마 '굿 플레이스'를 봤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책을 먼저 사놓고,
드라마 굿 플레이스를 봤는데,
'어? 라? 이거 내가 샀던 책이랑 내용 비슷한데?'라고 하면서 책을 집어 들어 읽었다.


이 지점에서 고민이 생겼다.

블로그에 이걸 쓴다면,,
이건 책 리뷰일까, 드라마 리뷰일까.
그리고 또 고민이 이어졌다.
블로그에 이 글의 내용을 책 파트에 넣어야 할까. 드라마 파트에 넣어야 할까..
그래서 "1."의 제목이 아차. 이런. 이다..ㅎㅎ
역시 분류화, 유형화로 묶이지 않는 것은 너무나 많다.
(사실 그냥 책 내용은 책에 적고, 드라마 내용은 드라마에 적었으면 되지만.?)


2. combine

combine 되는 것이 이런 걸까.
두 가지 내용이 병렬적으로 나열되거나 따로 떨어져 있는데 한 공간 안에 있는 느낌이 아니라 마치 두 개가 하나가 되는 것 같다.
아, 책과 드라마 얘기다.
내 생각에는 드라마를 먼저 보고 책을 본 후 다시 드라마를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드라마를 다시 정주행 할 것이다.

뭐랄까. 플라톤으로 비유하자면,
드라마를 처음 볼 때는 동굴 속에서 그림자를 보는 느낌이었는데(그 그림자도 매우 좋았다)
책을 보니 이데아를 본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다시 드라마를 보려고 마음먹은 것은,
내가 처음 본 동굴의 그림자가 얼마나 이데아를 잘 담아내는지 새삼 놀랍고 또 궁금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책과 드라마는 매우 잘 결합되어 있다.
꼭 같이 보고 읽으시길!


3. 소개

책과 드라마의 내용을 짧게 설명해 보려고 한다.
일단 드라마부터 하자면,
주인공들이 죽은 후 사후세계에 가게 된다.
물론 그곳은 굿 플레이스 즉, 천국이다.
뭐, 사실 천국이라는 말을 한 게 아니라 굿 플레이스라고 한 지점에서 이곳이 천국은 아닐 수 있을 가능성을 이미 내포하고 있긴 하다.
드라마 중 후반부쯤에도 나오는데,
굿 플레이스가 있으면 더 최상급인 베스트 플레이스도 있을 것 같지 않은가..


아무튼 주인공들은 굿 플레이스에서 생활을 시작한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시즌은 1~4가 있는데, 시즌 1을 보는 내내 정말 마음이 불편했다.
불편함의 근원에는 '이게 굿 플레이스라고?' 하는 생각이었다.
난 시즌 1부터 저게 굿 플레이스면 별로 안 가고 싶었다.
내용을 전부 스포 하면 좀 그러니, 드라마를 직접 보면 좋겠다.

그리고 이어지는 굿 플레이스의 생활이 나온다.
그렇다면 당연히 베드 플레이스도 있을 것이다.
또 당연히 굿과 베드의 중간인 미들 플레이스도 있을 것 같고..
이런 굿, 베드, 미들 플레이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매우 유머러스하고 매우 윤리, 철학적이게 풀어가는 것이 드라마의 내용이다.

반면, 책의 내용은 아주 조금 다르기는 하다.
물론 기본적인 내용은 비슷하다.
유머러스하고 윤리, 철학적인 내용이다.
단, 책은 드라마에 비해 조금 더 윤리, 철학적인 담론과 문제 제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보다 구체적이다.
책을 읽으면 드라마 내내 나오는 고민, 결정들의 지점을 무엇에 근거해서 풀어가는지 알 수 있다.

책에는 수많은 철학자가 나오지만, 대표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 제레미 벤담+존 스튜어트 밀, 칸트가 있다.
+의 의미는 저 두 분이 근본에 깔고 있는 사상이 같다는 것이다(바로 공리주의!).
이 외에도 정말 많은 학자들이 나오지만 내가 보기에는 3~4명이 핵심이다.
이런 철학자들의 생각, 사상에 근거해 아주 일상적인 얘기로 글을 전개한다.
가령, 아무 이유 없이 친구의 얼굴을 후려쳐도 될까라거나.
친구의 이상한 셔츠를 예쁘다고 해야 할까. 이타적인 행동은 행동 자체로 충분할까(동기에 상관없이) 등등.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어떤 철학자, 어떤 철학의 개념들이 드라마 속 주인공들과 닮아 있다는 것이다.
가령,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 중 한 명인 치디라는 캐릭터는 명백한 칸트주의자이다.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 외에도 등장인물과 철학자 및 개념들을 연결시켜 보는 것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를 확장시켜 줄 것이다. 아,, 물론 그러려면 책을 읽어야겠지만..^^

책과 드라마의 보며 나름대로 한 줄 평의 소감이 생겼다.
'유머로 시작해서, 철학으로 이끌리고, 사회학으로 정점에 도달한 후, 어린이집으로 내려오는 서사'라고 할까나..?

책과 드라마의 내용은 굉장히 유머 있고, 재치 있다.
이것도 어떤 학자가 말한 지 기억이 안 나는데,,
이 척박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힘은 유머라는 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진지함과 깊은 고민과 기쁨과 슬픔을 유머로서 잘 담아내는 저자, 감독의 스킬이 꽤나 흥미로웠다.
또, 책과 드라마는 매우 철학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벤담, 밀 뿐만 아니라 스캔론, 키르케고르, 흄, 노자, 데카르트, 니체, 카뮈, 샤르트르 등등등등
아주 많은 철학자와 생각이 등장한다.
근데 뭐 사실 지나치게 깊이 고민할 필요는 없다.
저자, 감독이 의도하는 바는 그런 생각, 철학들에 사로잡혀서 허우적대는 것 너머의 삶을 지향하고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겁먹지 않아도 된다. 어렵지만 또 쉽다. 음,, 쉽다기보다는 충분히 재밌게 읽고 볼 수 있다!

유머와 철학으로 시작되고 이끌린 책과 드라마는 이윽고 사회학에 도달한다.
뭐, 거창한 사회학을 설명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거창한 사회학과 그렇지 않은 사회학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저자, 감독은 철학적 고민들에 빠져 있는 부분을 채워 넣는다.
그것은 상황, 맥락, 역사이다.
이 부분에서는 마이클 샌델의 관점이 생각보다 많이 반영돼 있는 것 같았는데,
뭐,, 내가 아는 사람이 샌델이라서 그렇지 많은 사람이 이런 얘기를 했을 것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철학은 한 사람의 상황과 맥락, 역사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아무리 선하고 정의로워지고 싶어도 어떤 사회에, 어떤 맥락에, 어떤 역사 속에 살아가는 나는 출발점이 너무 다르다.
누군가는 거의 태어나면서부터 누군가보다 선해지고 정의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노력이나 열심, 열정 같은 것 때문이 아닌, 순전히 운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모두에게 똑같은 기준을, 똑같은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을까.
똑같이 용이 됐다 한들. 10% 정도만 노력하면 용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자란 사람과 90% 이상의 노력을 해야 용의 발끝을 따라갈 수 있는 개천에서 자란 아기 뱀과 같은 사람은 분명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생뚱맞게 어린이집으로 내려온다고 썼다.
이건 뭐랄까.
1. 저자, 감독의 철학과 관점을 얘기한다는 뜻이다.
2. 우리가 어린이집에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자주 배우는 것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어린이집이라는 단어가 불편하다면, 유치원 혹은 미취학 시절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어쨌든, 모든 유머와 철학과 사회학적 논의 끝에
저자, 감독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것은 더럽게 무겁고, 더럽게 힘들고, 더럽게 죄책감 드는 그런 삶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우리를 무너지게 하는 '그게 현실 가능해? 진짜,, 철학자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래'라는 말로 끝맺지 않게 한다.
뭔가 엄청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쑥 내려와 버리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은 베스트를 위한 철학, 삶이 아니다.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이다.
쓰러지고 넘어진, 실패한 지점에서 그럼에도 더 나아갈 수 있는 철학과 삶.
인간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고 또, 인간이기 때문에 거기서 나아가야 하는 철학과 삶.
그것이 책과 드라마의 핵심인 것 같다.
그래서 저자는 책에서 책의 목적 중 하나가 실패를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230).


4. 정리와 문장

책과 드라마에 관해서는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다.
아마 책과 드라마 내용의 아주 일부분만 얘기해도 내 성격상 A4 10장은 간단하게 채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드라마 속 인물인 치디의 학위 논문처럼.. 될 수도 있다...ㅎㅎㅎ
(무슨 말인지 궁금하면 드라마를 보시라! 이건 꽤 앞부분에 나온다)
그래서 이쯤에서 책 속 와닿은 문장을 기록하는 것으로 끝내려고 한다.
드라마 속 와닿은 문장은 재정주행 후에 기회가 닿으면 다시 기록하려고 한다.
음,,, 와닿은 문장을 적으려고 했는데, 접어놓은 페이지(띠지를 붙여놓은)만 대략 40개는 넘어서,,, 문장은 건너뛰려고 한다.
귀찮아서 그런 거 아니다. 귀찮은 건가.
대신 윤리적(도덕적) 피로감(moral exhaustion)이라는 말은 매우 와닿았다!


어영부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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