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끄적] 왜 자유로운 사람이 멋있는지

니체의 말을 빌려 전하는 편지

by Jauney
이번 편지는
나에게 누구보다
파란색이었던
너에게 적을게.



대학원을 마치고

인생과 자신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며 제주로 떠났고,

그 제주에서 널 만났어.


표선이라는 시골마을의 서핑샵에서 스태프로 일을 하게 된 우리는

아침엔 내가 내리는 커피에,

그리고 저녁엔 서로의 모자란 서핑실력에

웃기만 바빴잖아.



그래도 나는 웃는 너에게 배운 것이 참 많다.


너는 기억할까,

제주의 흔들리는 야자수를 보면서

"저 나무처럼 내가 세상에 잔뜩 흔들리면 어쩌지?"라며

한숨짓는 나에게,


"뿌리를 깊게 내려서 떨어지는 이파리 한 두 개에 무심해지면 되지 않을까?"라며

세상을 이겨낼 우직함을 알려주었고.


먹구름이 가득하며 잔뜩 비 내리는 하늘을 보고

"그렇게 맑았다가도, 이렇게 흑백으로 변하는 세상이야."라며

푸념하는 나에게,


"다시금 색조로 가득 찰 내일이라는 것을 너도 알고 있잖아." 하며

내일을 바라보며 오늘을 이겨낼 희망을 가르쳤다.




파란아 너에게 배운 아름다운 세상이지만,

난 지금 세상이 너무 불공평해.


누구보다 눈 속에 별이 가득 찼던, 하오에 부는 바람만큼 온화했던

그리고

밤하늘 가득 채우던 보름달 같던 네가


암이라는 한 글자 남짓한 병에

그믐에 저무는 손톱달처럼

그렇게 져버렸으니 말이야.



너도 보고 갔겠지?

너의 장례식에 내가 찍어준 너의 사진이 참 많이 걸린 것


근데 있잖아, 나는 그 사진들을 보면서

처음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무서워졌어.


마치 내가 언젠간 저물 너의 어린 날을 기록하기 위해

너의 옆에 있던 것처럼 느껴졌거든.


그렇게 네가 떠나고

한참을 카메라를 들지 못했다.


그런데 너는 참 그게 답답했나 봐.


잔뜩 기분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이파리를 바라보던 나의 꿈에 나타나선,

그저 따뜻하게 웃어주고 갔잖아.


그제야 나는

다시 뿌리를 단단히 잡고 일어선다.


그리고 니체의 말을 빌려서 너에게

조금 늦은 작별 인사를 건네.




진정 자유로운 사람이 활기차고 말쑥한 인상으로 비치는 것은
실제로 그의 정신과 마음이 이처럼 현명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여름과 제주는 자유로왔고, 그 안에서 내가 본 너는 정신과 마음이 현명했기 때문에 아름다웠다.

비록 우리 너그럽지 못한 오늘에 잠깐 발이 묶였지만, 꼭 다시 자유롭고 바다를 서핑하자.

얼굴 볼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어. 잘 가 파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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