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노트] 북인도, 레 - 10년 만에 발견한 사진

아직도 시간을 남겨주고 있나요?

by Jauney
이번 편지는
북인도에서 만나, ‘레’라는 시간을 남겨준
사진작가 당신에게
그리고
그 시간의 저에게 적습니다.



험한 길을 달려 북인도로 향합니다.

기껏해야 차 하나 지나갈 낭떠러지 도로를 지나면서도,

웃으면서 사진을 찍어달라는 운전기사를 보면 걱정이 사라지지만요.


레로 향하는 봉고차의 운전기사


운전하면서 조는 운전기사의 볼을 꼬집고 팔을 비틀면서,

그렇게 달려가는 차는 구름의 위를 보여주는,

로탕패스(Rohtang Pass)에 도착합니다.


로탕패스의 파노라마


로탕패스(Rohtang Pass)는 인도의 중심부에서 북인도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고지대입니다.

차로 지나는 길의 고지는 약 3,980m로 작은 움직임에도 숨이 가쁘죠.


숨이 가득 차고, 인간이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즈음

조용히 들려오는 바람소리에 잠깐 사색에 잠기게 나를 놓아줍니다.




이렇게 거대한 세상에서 우리가 작은 인간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당신을 끌어당겨서 제 품에 두고서 서로가 완벽해졌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내 온기가 닿기를 바람에,

나는 나 자신을 위로하지 못해도 더욱 불타오릅니다.

그만큼 당신과 내가 우리이길 간절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레(Leh)에 도착을 합니다.


레는 인도 라다크에 위치하고, 약 3,500m 높이의 고지대 도시입니다.

한국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도시를 저는 다음 두 개의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레에서 처음 만난 이 노인들은 저의 사진에 그대로 레를 보여줍니다.


얼굴의 주름 하나하나에 레의 높이를 담아냈고,

크지 않으나 견고한 몸짓에는 레가 가진 역사가 묻어납니다.


레를 닮은 노인들 1
레를 닮은 노인들 2


이들을 지나고 나서야 당신을 만나게 되었네요.


기억하나요?

한국인 사진작가인 당신 그리고 여행자인 저는 레의 도시와 산이 보이는 이곳에서 만났습니다.


레의 도시 풍경


아, 정확하게 말하면 제가 좋아한 한 여자까지 세 명이 서있었네요.


당시, 당신이 보고 있던 저와 그녀는 어리고 어설프게 사랑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당신도 알고 있었겠죠?


그러니 저희 둘을 이렇게 남겨주었을 거예요.


한 명이 지워진 사진


미안합니다.

당신이 찍어준 두 소년소녀의 사진에서

제가 한 명을 지웠거든요.




당신을 만난 이후 둘은 연인으로의 시간을 지냈습니다.


어린 만큼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서로의 존재만으로 이성을 무너뜨리며 사랑했습니다.


2년이 넘는, 꽤 긴 연애를 했네요.

함께 많은 계절을 쌓았습니다.


하지만, 그 많은 계절도

봄에 눈이 녹듯 사라지더라고요.


서로에게 안녕을 전하며,

저희 둘은 오랜 영화처럼

다시 빛으로 돌아갑니다.




이렇게 소중했던 연애를 마치면서,

다시 당신이 보내준 이메일을 꺼내봅니다.



그리고, 이제야 답장을 보내네요.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사진에 참 많이 울었습니다.
아마 당신이 기록해 준 둘의 시간이,
이제는 다르게 흐르기 때문일 것이에요.

당신이 그랬죠,
사진을 찍는 것은 시간과 추억을 찍으며
나를 돌아본다고요.

저희 둘의 시간과 추억을 남겨주면서,
당신은 어떤 것을 돌아봤나요.

이것을 이제야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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