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YO TOKYO (1)
다녀오겠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 中
올해 초 친구에게 “문단속 잘해”라는 말을 장난스럽게 건넸다.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을 본 후였다. 스즈메는 열려버린 문을 닫기 위해 일본 전국을 돌아다닌다. 규슈에서 고베를 거쳐 도쿄까지.
영화에는 동일본대지진, 일본의 토착신화, 일본 전역의 현대 풍경이 담겨 ‘일본다움’을 뿜어냈다. 평범한 일상 속 '다녀오겠습니다'의 오버랩은 재난의 슬픔과 함께 영화의 여운까지 남겼다.
'문단속 잘했겠지?'
일본으로 가기 전, 공항에서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오늘은 스즈메가 반한 대학생 소타가 살던 도쿄.
그곳으로 "다녀오겠습니다!"
"Tokyo Tokyo: Old meets New"
한국과 반대로 좌측 통행하는 도시, 한국과 시간이 같지만 빨리 어두워지는 도시, 2시간 만에 비행기로 도착하지만 언어가 달라지는 도시. 글로벌파워도시지표(GPCI) 3위인 도시
전통과 혁신의 결합으로 끊임없이 새로움과 즐거움을 만들어내는 도시. 38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는 대도시 도쿄(Tokyo)는 볼거리와 할 거리가 넘치는 흥미로운 도시다.
필자는 한국인 관광객으로서의 경험과 도쿄의 도시브랜딩을 바탕으로 일본 도쿄에 대한 글을 적고자 한다.
1. NEW NORMAL: 시대 변화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표준
도쿄는 새로운 표준, “뉴노멀(New Normal)”을 제시했다.
일본은 2012년 말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2020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일본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는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여행업체들의 폐업이 속출했다.
이에 도쿄는 국내 관광 활성화로 화살을 돌렸다. 럭셔리 관광으로의 전환에도 박차를 가했다. 도쿄는 기술을 통해 관광객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비대면 서비스에서 온라인 예약, 넓은 공간 활용에 이르기까지.
설레는 마음으로 탄 도쿄행 비행기는 만석이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역동적인 도시, 도쿄
일본은 어떤 도시인가?
도쿄에 발을 디디면 가장 먼저 '청결함'을 느낄 수 있다. 분주한 거리에 담배꽁초와 쓰레기통이 하나도 없다. 무인화 시스템과 분주한 사람들이 시부야와 신주쿠에 가득하다. 그 구석에는 일본의 전통 사당들이 사색과 고요함을 제공한다. 도심과 자연, 그리고 전통이 조화를 이룬다.
도쿄, 한문장을 기억하면 된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도쿄는 "Tokyo Tokyo Old meets New"이라는 슬로건에 걸맞다. 검은색 붓놀림으로 나타낸 전통과 푸른색 고딕 블록 서체로 나타낸 새로움이 만나는 도쿄를 의미한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일본 여행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분기(31%) 대비 증가폭(+9%p)로 다른 지역을 압도했다. 유난히 늘어난 일본 관광. 엔화의 가치가 떨어져서, 가까워서 등의 이유다. 일본에서도 인기 여행지인 도쿄의 차별성은 무엇일까?
럭셔리 관광 상품은 대체로 관광을 도시의 고유문화나 체험 프로그램과 결합하여 만든다. 일본은 '일본다움'을 바탕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여 왔다. 그런 면에서 로고는 전통과 현대를 만난 오늘날의 '일본다움'을 살렸다.
일본도 호캉스가 대세
도쿄는 '섬세함'을 강조한다. 고급스러운 숙박형태를 살펴보자. 불교 사원의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호텔은 야외 테라스에서 도쿄 타워가 보인다. 일본 전통과 결합된 료칸은 입구부터 백단 향기가 난다. 대나무 신발장과 옥상 온천, 기모노 체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1979년 오사카에서 저렴한 관광 숙박 시설로 시작한 '캡슐 호텔'도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며 고급화되었다. 일본은 고유한 문화 요소를 관광 콘텐츠화 함으로써 소비의 영역을 확장하고 관광상품의 부가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일본의 미와 멋 - 만화, 애니메이션, 전통 공예, 패션
“어떤 것들은 말보다 그림으로 더 잘 전달됩니다” - Takayuki Kumagai
일본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유명하다. 1990년대 초에 시작된 일본 애니메이션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세계적인 인기를 이끈다. KOCCA의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동향 보고서에서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성장을 견인한 것을 온라인 서비스, 상품화, 해외시장으로 분석한다.
도쿄에는 애니메이션의 성지인 “아키하바라”와 만화 미술관인 “도시마구 토키와소 만화 뮤지엄”이 있다. 최근 개인의 즐거움과 경험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가치 소비'와 관련된 다양한 예술 참여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전통 공예는 단순한 예술적 오락 그 이상이다. 수세기에 걸친 문화유산으로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고 일본의 정체성을 유지해 온 중요한 산업이다. 도쿄에는 수많은 전통 공예품 상점과 장인이 있다.
하지만 전통 공예는 코로나19와 시대 변화로 인해 수요 감소, 후계자 부족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은 전통공예산업의 생존을 위해 현대 첨단기술을 접목시키면서 혁신을 통한 체질 개선에 도전했다. 또 관광객을 위한 장인과 함께 체험하는 워크숍 등을 마련했다.
도쿄의 패션 트렌드는 빠르게 변한다.
다양한 연령층의 시부야, 직장인이 많은 신주쿠, 10대가 많은 하라주쿠.
쇼핑거리인 다케시타 거리, 시부야 109 등의 상점들이 판매하는 독특한 의류와 액세서리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일본의 패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
대자연과의 교감
워케이션(work+vacation), 글램핑(glamorous+camping), 워크레저(work+leisure)
여행도 변한다. 여행자들은 도시 탐험에서 벗어나 진정한 휴식을 느낄 수 있는 자연 세계와의 연결을 지향한다. 한국인도 코로나19 이후 자연 및 풍경 감상, 휴식과 휴양 등 휴식에 대한 니즈가 보다 높아졌다.
도쿄는 풍요로운 자연으로 근교의 오시마 섬을 내세운다.
활화산 분화구 주변에서 산책하는 경험, 온천욕과 일몰을 감상하는 경험, 섬에서만 맛볼 수 있는 향토 생선요리 등. 넘쳐나는 독특한 체험으로 관관객을 유혹한다.
도쿄 서부의 오쿠타마도 소개한다. 도쿄가 대도시라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아름다운 경관 속에서 많은 액티비티를 할 수 있다. 오쿠타마는 자연 동굴, 인조 호수, 산 사이의 계곡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끝이 아니다. 요가 체험, 낚시 체험, 소바 체험 등도 할 수 있다.
산과 섬 말고, 식물원도 있다. 도쿄는 분쿄구에 1684년에 만들어진 코이시카와 식물원이다. 48,880평의 넓은 면적과 4000종 이상의 식물이 있는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식물원에서는 테라리움 만들기, 말린 꽃꽂이 등의 워크숍 등의 참여형 프로그램을 다루기도 한다.
일본의 맛 - 미식 여행
"이 맛을, 완벽하게 이어주시길 바랍니다" - 고독한 미식가(일본 요리 만화) 中
도쿄는 장인 정신을 내세우며 정성스러운 요리를 강조한다. 실제 우동, 스시, 사시미 등 다양한 일본 음식을 세심한 장인 정신으로 다뤘다. 도쿄 음식은 살살 녹고 부드럽다면 한국 음식은 좀 더 쫄깃함 식감이다. 도쿄는 일본만의 재료 본연의 맛과 특색을 내세우며 "Mayuko's Little Kitchen"의 요리 강습 프로그램 같은 체험도 제공한다.
일본은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으로 지리적 특성상 해산물이 풍부하다. 이 사실은 전통 수산 시장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츠키지 장외 시장에는 다양한 레스토랑, 푸드 코트가 있고 신선한 농산물과 식료품을 판매한다. 식당 내에는 나 홀로 여행족도 즐길 수 있는 칸막이가 있다. 혼밥 문화다. 호기심 많은 식도락들은 길거리에서 다양한 일본 디저트(스위츠)를 맛본다. 필자도 입에서 살살 녹는 타마고야끼와 달달한 말차라떼를 먹기 위해 줄을 섰다.
2. SUSTAINABLE: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도시
지속가능성은 미래도시의 주요 특성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과 환경, 정치의 균형이 중요하다. 도쿄는 세계도시경쟁력보고서의 지속가능 개발목표(SDGs) 이행 측면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속가능한 환경이 트렌드다.
도쿄는 2019년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도쿄의 2050 탄소중립 사회의 모습은 모든 건물과 교통수단이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다. 또 필요한 에너지를 태양광, 지열 등을 통해 생산하고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순환 사회를 그리고 있다.
최첨단 친환경 건물을 살펴보자. 신주쿠의 신국립 경기장은 친환경과 에너지 절약 설계를 우선시했다. 내부는 환경 친화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해 빗물과 태양열을 사용했다. 외관은 오래된 일본 전통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다. 도쿄는 현대 친환경 건물까지도 전통과 결합시켰다.
환경, 꿀벌도 중요하다. 꿀벌은 건강한 생태계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도쿄 긴자의 고급스러운 고층 빌딩 위엔 "꿀벌 옥상 정원"이 존재한다. 2006년 10명의 자원봉사자들의 협력으로 시작된 양봉작업은 현재 500명의 회원과 2,000kg의 꿀을 수확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도쿄는 대변신 중
일본 도쿄 도심(都心) 곳곳은 공사 중이었다. 9개 전철 노선이 지나는 시부야를 초고층 복합단지로 탈바꿈하는 '100년 만의 대공사'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재개발 사업의 메카인 롯폰기힐스 근처에도 초고층 첨단복합단지의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다.
도쿄의 대변신은 20년 전 과감한 규제 완화가 출발점이다. 일본은 2002년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도시재생특별조치법'을 시행했다. 고도, 용적률 등 규제를 풀었더니 좁은 도심 땅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아이디어가 쏟아졌다고 한다. 현재 도쿄 내에서 진행 중인 도시 재생 프로젝트는 총 34개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도쿄. 다음장에선 도쿄의 '음식', '건강',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tokyotokyo.jp. 2023.07.(방문일). https://tokyotokyo.jp/home/.
한국관광공사. 2023.01. 2023 관광트렌드 전망 설문조사 및 데이터 종합분석.
일본지역센터. 2022.06.22. 일본 럭셔리 관광시장 심층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04.17.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 동향.
Kotra해외시장뉴스. 2021.08.26. 일본 전통 공예산업의 생존을 위한 디지털 혁신 노력.
강영은. 2021. 탄소중립 그린도시 선진사례 분석. KEI 세미나 발표자.
최종석. 2023.07.04. 20년째 舊도심을 新명소로… 도쿄는 오늘도 공사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