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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정환 Dec 23. 2018

한국남편 미국아내

생일

그녀의 생일이 어김없이 다가왔다. 그녀는 12월 말에 태어났기 때문에 크리스마스와 겹친다. 매년 12월이 되면 나의 지갑은 얇아진다. 사실 현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에 계좌 잔고가 줄어든다는 표현이 맞는것 같다. 


처음 데이트할때부터 그녀는 자신에게 비싼 선물을하지 말라고 당부가 아닌 "경고"를 했다.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을 대부분 소유하고 있기도하고 비싼 명품은 자신에게 어울리지도 필요하지도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아무리 그래도 생일을 그냥 넘기기에는 전 남자친구로서, 현 남친으로서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에 항상 작은 선물을 준비하였고 맛있는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왔다. 


이 사람과의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정말 많이있지만 그중에서도 결정적인 이유로 첫번째는 이 친구는 닭가슴살만 먹기때문에 치킨을 주문하면 닭다리 2개와 날개 2개는 평생 내 차지라는 것이고 두번째 이유로는 지출이 굉장히 적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친구와 사귀며 얼마나 많은 선물, 이벤트, 유명한 맛집을 다니며 불필요한 소비를 해왔는가? (우리 모두 행복한 국제 결혼합시다.)

휴대폰 카메라가 너무 더러워서 뽀얗게 나왔다. 


올해 생일에 특별히 하고 싶은게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청와대 관람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나도 청와대를 한번도 구경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제안을 혼쾌히 수락하였고 그녀는 예약부터 가는 방법까지 스스로 해결해 주었다. 


청와대 관람은 백악관 관람과는 굉장히 달랐다. 백악관 관람 같은 경우 내부를 구경할 수 있었지만 청와대 관람의 경우에는 외부 관람만이 가능했다. 혹시나 문재인 대통령을 만날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내심했지만 주말에는 주로 휴식을 하신다는 설명을 들었다. 


청와대 투어를 끝마친 후 우리는 홍대의 유명한 초밥집에서 점심 식사를 하였다. 그녀의 아버지는 초밥을 굉장히 좋아하시기에 본인의 생일뿐만 아닌, 장모님, 그녀의 생일 또한 일식집에서 기념한다고 하였다. 두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기에 약 34 조각의 초밥을 흡입하다시피 먹은 후 집에 돌아오는길에 삼겹살과 케익을 구매하였다. 


그녀에게 항상 감사한것은 그녀는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겉치레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음식을 먹어야 될지 어떤 화려한 선물을 준비해야될지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전혀 없다는것이다. 올해 그녀가 원한 생일 선물은 한국어 단어장 2300, 네임팬, 연습장 이 세가지 뿐이었다. 계산해보니 이 세가지 선물을하는데 약 4만원이 들었다. 내 생일때 나는 아디다스 양말 5개 세트 9900원짜리를 선물로 받았다. 


저녁 9시쯤 우리는 케익에 초를 켜고 그녀의 28번째 생일을 기념하였다. 노래를 잘 부르지는 못하지만 Happy birthday to you를 멋지게 불러주었고 100번째의 생일도 이렇게 기념해주고 싶다는 멘트를 날려주었다. 10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서는 101살까지 살아야한다. 101마리 달마시안도 아니고... 


카일아 항상 고맙고 앞으로도 간소하게 생일 기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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