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을 위한 길라잡이
저는 수능을 잘 못보고 실패자가 될까봐 불안해서 수능을 안 보는 마이스터고 진학을 했고, 면접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저는 모습이 불안해서 공기업 특채 면접 기회를 스스로 버렸습니다.
만약 제가 불안을 알고 다루었더라면 좋은 대학에 갔을 수도 있고, 공기업에 합격해서 지금보다 훨씬 잘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제 삶에 불안이 이렇게 큰 영향을 주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10살 여름방학 때 아는 친구, 모르는 사람들 같이간 교회 수련회 무대에 선 적이 있습니다. 수련회 장소에 도착했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저를 연극 무대에 세우더라고요. 저는 서본적이 없기에 한시코 거절을 했지만 억지로 무대에 서야 했습니다. 갑자기 올라가다보니 대사는 외우지 못하였습니다.
연극 무대에 설 시간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증폭이 되었고 세상은 점점 좁아보였습니다. 계속 바닥을 보면서 무대에 올라가 앞을 보는 순간 정신이 나갔습니다. 몇십명이 나를 마치 노려보고 평가하려는 그 눈을 보는 순간 마치 공황이 온 듯 했고, 결국 저는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저는 처음 서본 연극 무대에서 아무것도 못하며 불안에 떨는 울보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내가 불안을 느낄 때 생길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것이죠.
"그니깐 나 넘어진적이 없다고"
눈물의 여왕에서 재벌 3세인 30살 홍수철은 자전거, 씽씽이 심지어 미끄럼틀 조차 타보지 못하고 넘어져 본적도 없는 삶을 살았습니다.
극중에서 엄마는 아이를 잃는 사고로 인해 남아 있는 자식을 극단적으로 보호하였습니다. 혹시나 하는 위험에 아이를 보호하였지만 결과는 30살이 된 남자가 미끄럼틀, 자전거도 타볼 줄 모르며 일생을 '넘어져본 적'이 없는 나약한 인간으로 성장시켰죠.
걱정이 많아 걱정입니다에서 불안은 '불안감을 근거'로 비합리적 사고와 자신이 지어낸 걱정거리를 검증하며 추론한다고 합니다. 내가 불안을 느끼니깐 분명 위험한 뭔가가 숨어있다라고 추론하는 게 결과 추론 오류라고 합니다.
저도 10살 때 발생했던 충격적인 경험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안은 제가 넘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비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설득해왔습니다. 그 결과 지금보다 더 멘탈이나 경제적으로 탄탄한 삶을 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정신 차리지 않으면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선택한 것이 바로 글쓰기 였습니다.
글을 잘 못 썼고 평가받는 것에 큰 두려움이 있어서 남들이 보는 곳에 노출시키는건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매순간 불안했지만 꾸준히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노출했더니 현재는 브런치작가 될 수 있었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누군가 쉬울 수 있어보이지만 저에겐 남달랐습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는 날까지 제가 가진 불안감을 함께 하면서 이루어낸 성과라는 게 저에게 너무나 컸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불안하겠지만 더이상 불안함을 근거로 결과를 추론하여 생길 오류를 바로 잡을 자신이 생겼습니다. 바로 두가지 기술을 통해서 말이죠.
불안을 가진채 내가 원하는 행동을 하기 위해선 다른 기술도 있지만 두가지 기술을 꼭 했습니다. 바로 수용하고 환경적 맥락 갖추는 것입니다.
우선 수용이라는 것 자체가 낯설 수도 있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수용하기 쉬운 문구가 바로 그렇구나 입니다. 착한 갑이 되는 기술에 나온 기술로 적용하였습니다.
우리는 불안하면 불안이 만드는 파괴성 스토리에 빠지게 됩니다. 이러면 어쩌지? 이렇게 되면 어쩌지? 이렇게 꼬리에 꼬리가 물면서 말이죠.
거기서 나의 호흡은 지금 어떻게 되고 있는지, 어깨에 힘이 들어갔는지 등 살펴보고 호흡이 짧다면 '지금 호흡이 짧게 되고 있구나. 그렇구나'하고 마음속으로 생각을 해봅니다.
이렇게 그렇구나를 해보시면 자연스럽게 나의 주의초점, 나의 생리 반응을 관찰하고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불안에서 한발짝 멀어져서 생각해볼 수 있죠.
우리가 화장실에 들어가면 볼일을 보거나 씻게 됩니다. 용품도 다 그와 관련된 것들이 배치되어 있죠. 그리고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약속을 하고 배웁니다. 그렇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밥을 먹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하지 않습니다.
이게 화장실이 가진 환경적 맥락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행동을 하는 공간, 그와 관련된 용품이나 사회적 관계가 구성되어 있으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어 불안한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헬스장 가기 너무 힘든데 막상 가면 운동을 잘하고 오는 것 같은 느낌이죠.
문제는 이게 섞이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공부하는 방 책상에서 유튜브를 봤던 습관이 있으면 공부가 안 됩니다. 왜냐하면 공부보다 유튜브가 재미있으니깐요.
그렇기 때문에 카페를 가던, 스터디 카페를 가던, 미라클 모닝을 위한 단톡방에 들어가든 나만의 환경적 맥락을 구성하고 설정합니다.
이런 식으로 가능하면 한 공간, 비슷한 시간대에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행동하는 것을 습관화 하는 게 불안하더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이 때 중요한 건 막 너무 잘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이렇게 설정했다 하더라도 컨디션에 따라 퍼포먼스가 달라질 수 있어요. 그냥 마치 밥먹는다, 씻는다처럼 매일, 매주, 매월 일상처럼하는 것처럼 구축만 하더라도 충분히 내가 원하는 행동,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불안이란 감정은 없어지지 않다는 걸 깨닫고 함께하는 순간 맘이 편해졌습니다. 불안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혹시 시간되시면 인사이드아웃2를 보시면 좋습니다. 감정과 경험이 어떤 신념을 만들어가는지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