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 말을 했어야 했을까.

엄마와 멀어지는 중입니다.

by 정감있는 그녀


"도망가야겠다 마음먹었는데 딱 네가 들어선 거야."


남편을 떠나고 싶어 했던 엄마의 발목을 잡은 것은

뱃속에 들어선 나였다.


나라는 존재는 엄마에게 축복이 아니라

심장을 쿵 내려 앉히는 무언가였음을.

내가 원하지 않았음에도

나는 엄마에게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들었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시큰거렸다.

잠자리에 누워 이야기를 곱씹을수록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해졌다.


그렇게 엄마를 붙잡아

엄마의 인생을 망쳐놓은 것만 같아서.

나만 아니었어도

엄마는 다른 삶을 살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나라도 도망가고 싶었을 엄마의 젊은 시절을 알기에

얼마나 힘들게 살았는지 옆에서 지켜보았기에

엄마의 저 말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그래도 저 말을 꼭 나에게 해야만 했을까.

"그래도 너 낳고 살아서 좋았어."

이 한 마디 붙여주지.

그럼 내 마음이 덜 시큰거렸을 텐데.





존재를 부정당하는 말은

가슴에 콕 박혀 빠지질 않는다.

아무리 책을 읽고 마음수양을 해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을 받아도

쉽사리 빠지지 않는다.


그 말은 내가 한없이 작아지는 날에

더 아프게 나를 쑤셔댄다.

내가 한없이 무너지는 날에

가시처럼 드러나 나를 뾰족하게 만든다.

그래서 내 주변까지 상처 주고 아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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