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멀어지는 중입니다.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닌데
이상하게 기억에 오래 남아
곱씹게 되는 일이 있다.
태풍이 와서 비바람이 불고 천둥번개가 심하게 쳤던 날.
밖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비바람에 옷이 다 젖어가며 가던 중,
엄마와 친하게 지내던 이모가 운영하는
집 근처 약국을 들러 엄마에게 전화를 했었다.
"엄마, 무서워. 여기 한결약국인데 데리러 와줘."
사실 집까지 그렇게 먼 거리가 아니었는데
왜 그런 전화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
정말 무서웠던 걸까.
그저 엄마가 데리러 오길 바랐던 걸까.
"엄마도 무서워. 밖에 있는 네가 들어와야지."
엄마는 본인도 무섭다며 나보고 들어오라고 했다.
약국 전화기를 내려놓는 그 순간
이모 앞에서 너무나도 부끄러웠다.
"엄마가 데리러 안 온대?"
"네..."
후다닥 약국을 나와 비바람이 치는 길을 뛰어가서
집에 도착했을 때는...
그래. 비참했다는 감정이 맞을 것 같다.
무엇 때문에 상처를 받았는지 확실치 않지만
30년이 지나도 잊히지 않고
내 기억 속에 떠다니고 있다.
부끄럽고 비참한 기억으로...
그날 엄마가 거절한 건 단순한 마중이 아니었다.
나는 엄마에게 소중한 존재야. 라는걸
느끼고 싶었던 어린 나의 테스트였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엄마는 탈락했고,
엄마의 탈락은 나에게도 똑같이 탈락의 아픔을 주었다.
더 슬픈 건
엄마는 그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그렇게 상처받을만한 일은 아니라고 말하는
엄마의 무심함에
나는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내 기억 속 상처의 무거움과 다르게
엄마에게는 한없이 가벼웠던게지.
별 일 아닌 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