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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감있는 그녀 Sep 20. 2024

조기 교육은 금물이라고?

좌충우돌 집공부 1화



"영유아기는 감정과 정서 발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이면서, 동시에 학습을 할 준비는 안 돼있는 시기입니다. 조립을 채 끝내지도 않은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로 올라가듯 이 시기에 공부를 시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바퀴가 있고 엔진이 있으니 느린 속도라도 달릴 수는 있습니다. 세 살 아기도 한글을 깨우칠 수 있고, 알파벳을 외울 수도 있죠. 그러면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앞서간다고 착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의 뇌에서는 정반대의 일이 일어납니다."

                                                                                               -최승필, 공부머리 독서법 중에서-




영유아기의 공부가 뇌를 발달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뇌 발달을 가로막는다고?

세계 1위 교육 강국 핀란드에서는 조기 교육이 법으로 금지라고?



"좋아! 7~8살쯤 아이가 준비가 되었을 때 공부시켜야겠다."





딸은 유치원에서 제일 똑똑한 친구로 항상 A를 이야기했다. 성격도 야무진 데다가 한글까지 잘 읽으니 똑 소리나 보였나 보다. 자기주장이 있는 편이라 활동을 할 때 그 친구 의견대로만 되는 게 속상하면서도 부러워했었다. 그런 딸을 보며 '한글을 가르쳐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딸이 5살이었던 해, 가을 무렵이었다.



한글 교육에 대해 고민하던 시기에 <공부머리 독서법>이라는 책을 만났다. 정말 푹 빠져서 이 책을 읽었다. 구절 하나하나마다 다 맞는 말처럼 느껴졌고, 나의 학창 시절이 떠올라 더 몰입되었다.



초등학교(내가 다닐 당시에는 국민학교였던) 시절, 나는 공부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 당시 초등학교에서는 학기마다 전 과목 시험을 봤었다.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전 과목 합쳐서 10개 미만으로 틀렸었다. 나는 20개 넘게 틀렸던 기억이 난다. 대충 계산해 봤을 때 80점 이쪽저쪽인 점수를 받았을 거라 생각된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는 중간 정도의 성적이랄까.



그러던 내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성적이 치솟기 시작했다. 교과서 내용이 쉽게 이해되었고, 정리도 곧잘 해서 시험 성적이 매번 올랐다. 반에서 1~2등을 도맡아 했고, 중학교 졸업 시점에는 전교 4등의 성적으로 졸업을 했다.



초등학교 때 별 두각을 나타나지 않았던 나였는데, 왜 그렇게 성적이 올랐을까? <공부머리 독서법>을 보니 딱 답이 나왔다. 난 초등학교 때 책을 많이 읽었다. 책 욕심이 많았던 엄마 덕분에 집안 곳곳에 책이 있었고, 만화책, 명작동화, 전래동화 등 여러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문해력은 향상되었나 보다. 문해력의 힘으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공부까지 수월히 수 있었다.



난 이 책의 내용이 진리처럼 느껴다. 반박의 여지가 분명히 있을 수 있고, 예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의 풍부한 사례와 더불어 내 사례까지 더해져 난 이 책의 내용을 신뢰하게 되었다. 한글 교육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나에게 이 책은 "아직은 괜찮아. 그럴 때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래. 아이의 뇌가 준비가 되었을 때 해도 늦지 않을 거야!







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바다에 가거나 근처 산으로 등산을 갔다. 자전거를 타고 수목원이나 공원에 자주 놀러 가기도 했다. 자연에서 마음껏 놀고, 자기 조절 능력과 체력을 기르는 데 집중하며 아이를 길렀다. 국어, 수학, 영어 등 학습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은 거의 하지 않았다.



시키지 않아도 학습에 관심이 있어 저절로 습득하는 아이들도 있다. 둘째는 그런 이 있는 편이나 첫째 딸은 전혀 아니었다. 공부에 관심이 많지 않았고, 공부머리도 있는 편이 아니었다. 영유아 검진에서 하는 간단한 수세기나 단어에 대한 인지능력을 테스트할 때 꽤 어려워했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게  5살에 숫자를 5까지밖에 못 셌다. 한글 초등학교 입학 바로 전에 겨우 떼었다.



그래서 더 준비가 되면 학습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조바심이 생길 때마다 책 내용을 상기하며 아이의 문자 교육에 좀 더 여유로운 태도로 대처했다. 확실히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에 한글 공부를 하니 빠른 속도로 습득하긴 했다.



그러나 더 여유 부렸다면 큰일 날뻔했다. 부족한 한글 실력 때문에 학교 생활을 어려워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한글을 급하게 배워 딸 읽기 유창성이 부족했고, 쓰기는 아예 되지 않았다.



너무 여유를 부린 통에 1학년 1학기 내내 한글을 신경 쓰며 보냈다. 소리 내어 읽기 공부도 꾸준히 하고, 책도 더 많이 읽어 주려고 노력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부족한 한글 실력으로 수업 중에 자신감이 떨어지고 공부정서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았다.



이른 조기 교육도 좋지 않지만 너무 늦은 한글 교육도 별로다.


8살 때 스스로 깨우친다는 건 힘든 일이다. 분명 학교 가기 전에는 한글을 읽고 가는 게 필요하다. 그걸 너무 급하게 진행하면 아이를 다그치게 된다. 그리고 한글이 미숙한 상태로 입학해서 학교 생활이 힘들어질 수도 있다.


올해 7살이 된 둘째 아들은 1년 동안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천천히 조금씩 가르치고 있다.

과연 둘째는 한글을 잘 뗄 수 있을 것인가...





To Be Continued







둘째 아들은 이렇게 가르치고 있어요! 


1. 책 매일 읽어주려고 노력하기

- 엄마가 안되면 첫째 딸에게 부탁하기

(딸도 소리 내어 읽기 연습이 되니 일석이조)

- 기계의 힘을 빌려 책 읽어주기

(오디오 제공이 되는 책이 최고!)

- TV에 있는 동화 영상 보여주기

(만화보다는 이게 낫지요.)

- 자기 전에 잠자리 동화 틀어주기

(이거 틀어놓고 엄마는 씻고 오기 가능!)


2. 책과 함께 단어 공부하기

- 책을 읽어주고 생각나는 단어 말해보게 하기

- 그 단어가 나오는 페이지를 펴고 찾아보게 하기

- 단어를 찾아 단어장에 따라 써 보기


3. 7살 중반부터 한글 교재 1장씩 풀기

- 매일 조금씩 꾸준히 1장씩 풀기

- 앉아서 활동하는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하기

- 한글을 쓰고 소리 내어 읽게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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